│12월 12일의 기록│블레넘에 정착하다




DSCF8626.JPG





블레넘에 정착하다


────────────────────
12월 12일 오후 4시의 기록│by @chaelinjane







Blenheim




 한 달간의 과수원 일이 끝나고 뉴질랜드 남섬 말보로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블레넘으로 이동했다. 남섬 지형을 남한으로 보자면 강원도 양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곳이다. 원래는 사과 농장 일이 끝나고 체리를 따러 갈 계획이었다. 지원했던 체리 농장에서도 '올해 20년 만에 풍작이라 너네 돈 엄청 벌 수 있어!' 하며 일을 하러 오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체리 농장에서 일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1. 풍작 = 따야할 체리가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 비가 오지 않으면 쉬는 날이 없다!
  2. 따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으니 일 하는 데 온 힘을 쏟게 된다.
  3. 언제 쉴 지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블레넘에는 친한 동생이 뉴질랜드 대형 기업인 탈리스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해 오후 두 시가 되면 퇴근하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원자가 많아서 신뢰감 있는 직원의 추천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채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사과 농장 일이 끝날 즈음 동생에게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나흘 전 블레넘에 도착해 지원서를 넣었고 일은 다음 주부터 시작한다. 빠른 시간 안에 잘 해결된 셈이다.





IMG_8067.JPG

Room, Blenheim, New Zealand / ⓒchaelinjane, 2018







새로운 집, 새로운 일상




 오클랜드 알바니의 첫 집, 베이뷰의 두 번째 집에 이어 세 번째 플랫은 블레넘에 있는 일본인 한국인 커플의 집으로 정했다. 정착이 꽤 오랜만이다. 그러고 보니 9월 중순에 베이뷰 집을 떠나고부터는 계속 떠돌이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물론 고어에서 한 달 동안 키위 가족들의 집에서 편하게 지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일을 돕고 그들과 교류를 해야했기에 방에 틀어박혀 마음 놓고 개인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세 달만에 안정적인 작업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한 주마다 내는 플랫비가 베이뷰에서 살던 집보다 90달러 저렴하고, 심지어 스물 여섯 명이 함께 지내던 오차드 백패커스보다 40달러 저렴하다. 그렇다고 환경이 열악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천장도 보통 방들보다 훨씬 높고 커다란 원형 목조 테이블에 푹신한 의자와 소파 한 개, 수납 공간도 넉넉하고 방도 꽤나 넓다. 이사온 지 이틀 째 되던 날 우리의 동선에 맞춰 가구를 옮겼다. 복판에 있던 테이블을 벽에 붙이고 덩치가 큰 소파를 다른 벽으로 옮겼다. 자연과는 살짝 멀어졌지만, 그 아쉬움 못지 않게 공간 자체에 대한 만족이 크다.


 블레넘에는 내년 2월까지 머물 계획이다. 그 시간 동안 두두와 나 둘다 일-운동-작업의 루틴을 돌리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쓰지 못한 글을 써내고 체력과 운동 능력을 다시 길러낼 작정이다.


 어제도, 오늘도, 글을 쓸 생각에 아침마다 설렌다. 무작정 쓰기보다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의 성격에 맞게 에피소드를 정리하며 써 내려가고 있다. 나의 경험은 한계가 있고 써야할 콘텐츠는 여러 개니 어떤 경험을 어떤 글에 풀어낼지 잘 생각해야 한다. <두리의 모험>에 적합한 글, <기록자의 사진엽서>에 적합한 글, <보통날의 기록>에 적합한 글이 다 따로 있다. 사과 농장 일을 하며 어떻게 쓸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이제는 정착한 곳에서 마음껏 글을 풀면 된다. 일상에 틀이 잡히면 내용물을 채우는 것은 쉽다. 의지만 있다면.



│by @chaelinjane





ps 디클릭(DCLICK)이란 서비스를 알게 되어서 처음으로 광고를 달고 글을 써본다.
구글 광고를 뛰어 넘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 헤헤. 많이 누질러주세요. ( ͡°͡° ͜ʖ ͡°͡°)


Sponsored ( Powered by dclick )

dclick-imagead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