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

2X6A0433.jpg

보글보글 순댓국이 끓고 있다. 연붉은 빛을 띄었는데 수줍어보이기도 한다. 위에 고명이 떠 있듯이 거품과 들깨가루 고기가 좀 올라와 있다. 그것을 검은색 반짝거리는 테두리가 감싸고 있다. 이글을 쓸 때쯤 보글거림이 연해 졌다.

향은 담백하면서 순댓국 특유의 고기의 느끼한 향도 함께 느껴진다.

숟가락으로 입에 살짝 넣어 본다. 매콤하면서 순대맛이 입안 가득 화하게 감돈다. 문뜩 박하사탕을 매콤한 버전으로 만들면 이맛일까 싶다.

초록색 부추를 담고 밥을 꺼내어 넣는다. 새우젓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 국물을 먹어 보니 부추의 맛과 새우젓의 짭짤함이 더해서 내가 원하던 그 맛으로 변해 있다.

밥과 함께 먹어본다. 부추가 아삭거리며 싱싱한 맛을 내고 국물은 담백한 맛을 낸다. 밥과 함께 먹으니 맛이 좀 연한 느낌이다. 새우젓을 담아 본다. 간이 짭짤한게 좀 더 맞아 진다.

밥과 머릿고기 한입에 넣고 무채를 입에 넣는다. 내가 따끈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다. 따끈하고 담백한 국물과 음식이 입속에 가득 차고 그 위에 매콤하고 아삭거리고 시원한 무채가 뒤따라 들어와서 차갑고 따뜻하고가 마구 섞이는 그 느낌이 참으로 좋다.

한입 가득 넣고 한번 떨어지려는 국물을 입에 담으려 하니 후루루룩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서 청각에 귀기울여 보다. 입안에 있는 음식의 소리는 턱을 타고 올려 고막에 도달한다. 뼈를 진동판 삼아 들려서 그런지 머릿속 가득 아삭거리는 소리 고기가 갈리는 소리들이 가득 채운다. 입속에서 들리는 것 만큼 온몸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있을까 싶다. 아 꼬르륵거리는 뱃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구나.

먹다 초록색의 고추가보여서 주황색 된장에 찍어서 입에 넣어 본다. 매운 맛보다는 시원한 맛이 강한 오이고추다. 미묘하게 매콤하고 싱싱한 느낌과 얼큰한 순대국물이 딱 맞아 떨어진다. 무채나 김치와 함께 먹는 것보다 깔끔하고 여유있는 맛이다.

잡담

오늘 오전시간은 동생을 도와 딸기를 팔고 왔습니다. 늘 늦잠을 자다가 오랜만에 7시에 일어나니 피로하네요. 일찍잔다고 했지만 잠든 것도 2시 정도니까요. 여튼 미세먼지가 많아 손님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소과 대과는 금세 다 팔리고 가장 큰 녀석만 몇개 남겨 놓고 나왔습니다. 오픈시간은 10시인데 다른 사람이 딸기가 다 떨어질까봐9시 반부터
매장 앞은 붐비더군요. ㅎㅎ 날씨가 좋아져서 딸기는 많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질 때면 정말 금세 사라지거든요.

오후 스터디가 있는 건물 1층의 오가다 카페에서 책도 보고 글도 써야지 하고는 쿨쿨 잠들어 버렸네요. 비몽사몽한 가운데 저 앞에 함께 스터디하는 두분이 보이네요. 잠시 인사를 하고 그분의 차가 나올때까지 수다를 나눕니다. 올라가는 길 생각하니 참여자 중에 저만 남자고 저만 결혼 안했네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오늘 이야기 나누면서 전여자친구와의 기억으로 인해 이성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남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즐거웠던 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의 파탄을 겪으면서 상처가 많았던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이전의 패턴들도 좀 더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힌트들을 얻었으니 좀 더 들여다 봐야 겠습니다. 예전에 기억들을 떠올리고 말했을 때 목소리의 떨림이 있었다면 지금은 한결 가볍게 말하는걸 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점점 평온해 지고 있음을 느낌니다.

제가 장사를 나간 날이면 딸기를 챙겨가서 테이블위에 깔아두고 스터디할 때 같이 먹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져서 특대과를 가져갔더니 맛있는데 크기까지 크다고 좋아하시네요. 그리고는 다음 주에 가게되면 딸기사고 싶다고 주문하신다네요. 딸기청이나 말린것도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ㅎㅎ 어디가서 싱싱함과 맛으로 밀리는 경우는 없는 저희집 딸기입니다. 이사가서도 딸기사려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ㅎㅎ 농약도 안 치니 건강에도 (잠시 자랑을 죄송죄송 ㅎㅎ )

스터디에서 중심으로 공부하는건 휴먼디자인인데 주역/점성학/카발라/차크라/생물학/양자물리학.... 등에 잘 조율해서 만든 기질관련 시스템입니다. 에니어그램이나 다른 기질 관련된 것들을 접했지만 이쪽이 가장 호기심이 생겨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의 설계도를 들여다 보는 듯해 흥미롭습니다.

끝나고 개인세션을 받을까 고민하다.. 오늘은 피로해서 패스를 합니다. 같이 나온 분이 밥을 사겠다고 해서 함께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밥을 먹고는 3시간 정도를 식당에서 이야기 한듯 하네요. 어찌 보면 민폐... 하지만 테이블은 여유가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전철에서 각자의 길로 빠이빠이하고 돌아왔네요. 내일은 늦잠을 좀 자야겠습니다. 어제 쓴글에 아직 댓글도 다 못달아 드리고 수정도 못했는데 천천히 하도록 할께요.

요즘은 글 쓰고 댓글달고 오타 수정하다 보면 다른분들 스팀잇 가서 읽고 댓글 다는데 까지는 못하고 보팅만 하고 있어요. 뭐랄까 죄송스러움이~ ㅜㅜ

오늘은 피로해서 자세히 안보고 떠오르는 대로 적었습니다. 아마 오타가 두둑하게 나올듯합니다. 원래는 순대국에 대한 것만 올리고 말까 했는데 잡담을 적다 보니 길어졌네요. ^^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