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정든 곳을 떠나 스팀잇으로 이주를 해야했나

살아오는내내 지독하게 얼리 아답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New Technology 라고 예전에 표현하기도 했었던 신문물에 대해서 더욱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지방의 작은 도청 소재지에 살고 있으면서도 인류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라는 아타리(Atari) 사의 Pong 이라는 게임기를 그대로 복제한 오트론사의 게임기를 시작으로 Sony 사의 최초의 가정용 영상 녹화기인 베타맥스 VTR, 최초의 가정용 컴퓨터 애플 8비트 컴퓨터 호환기종은 물론이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컴퓨터 통신을 할 수 있었던 BBS 인 엠팔, 최초의 노트북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도시바사의 다이나북, 최초의 PDA 인 팜파일럿 등 수많은 최초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삶을 윤택하게 하고 지금까지 활력을 주는 커다란 요소가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최초의 World Wide Web(WWW) 용 웹브라우져인 Mosaic 를 만든 연구소 NCSA 가 있는 도시로 유학을 와서 22년 넘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것이 제 인생에 어떤 정도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지 제 자신 역시 잘 느낄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최초를 경험하는데에는 꽤나 많은 비용이 들었고 언제나 ‘그게 밥이 되냐 쌀이 되냐’ 라는 본인의 확고한 판단기준으로 지독히도 검소하게 사셨던 아버지와 빚은 수많은 갈등의 시간들을 이 기회를 빌어 참회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지갑을 열어주셨던 아버지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2011년에 접한 후 그 이후에는 그 매력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접했던 모든 신문물 중에서 유알하게 밥이 되고 쌀이 되었던 종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공자로서 암호화폐를 오랜동안 지켜보고 적은 금액이나마 꾸준하게 유지(장투)를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암호화폐의 미래는 적어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달려있다 결론을 내리고 일체의 이더리움을 제외한 알트코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여러 카카오 단톡방등을 통하여 저의 이런 개똥철학을 설파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하여 본격적으로 스팀잇으로 이주할 동기를 얻게 됩니다. 저에게는 저의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10년 이상 활동을 했고 적지 않은 수의 글을 남겼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댓글과 추천을 받은 탓에 힙겹게 유학생할을 마무리 했던 지난 2010년에는 저의 박사학위 논문 안의 감사의 글에 커뮤니티 이름을 직접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의 논문을 체크하던 과 사무실에서는 인터넷 사이트를 논문 감사의 글에 언급한 건 니가 처음일거다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저의 지나간 글들에 달려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댓글은 제가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겪을때마다 다시 읽어보면서 힘을 받는 소중한 재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2017년 후반기는 아마 대한민국 암호화폐 역사에 크게 기록될 시기일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고 그동안 간간히 장문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하여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 관하여 앞서 언급한 커뮤니티에 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소통을 꾸준히 해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호화폐를 하는 사람들이 다단계 사기꾼 혹은 코인충으로 몰리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저 나름대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이러한 오명을 쓴 채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 기존 회원분들에게는 암호화폐 관련글을 더 이상 게시판에서 볼 필요가 없도록 따로 암호화폐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누는 이메일로만 소통을 하는 이메일 리스트를 만들어서 게시판을 통해 알린 후 그야말로 대규모 엑소더스를 감행했습니다.

이 이메일 리스트는 제법 성공적이었고 2백여명의 회원과 12월, 1월 첫 두달간 무려 1623개의 글이 오고 가는 기염을 통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글들이 쉬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고 유시민씨와 정재승 박사의 TV 토론 후에는 정점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암호화폐 관련글 수의 증가로 인하여 이제 코인 관련글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의견까지 등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정작 암호화폐를 옹호하거나 이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글이 아닌 비판글로 게시판이
가득차 있는데 오히려 그 글들로 인해 코인글 이제 지겹다 하는 글이 이어지는 제가 납득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루어 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참 바르게 살려고 무척 노력을 했었고 그로 인해 누구에게도 비난받을 일은 하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제가 가족처럼 생각하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일상처럼 들어가게 되면 제 이마에 선명하게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과연 무엇을 위하여 나는 이곳에 이렇게 주홍글씨를 달고 마음을 졸이며 출석을 하여 상처를 받고 있나하는 자괴감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 스팀잇이었습니다. 스팀이라는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각종 창작 컨텐츠와 이를 읽는 독자들의 추천을 통해 컨텐츠의 생산자나 소비자가 모두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음에도 오로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이외의 알트코인에는 눈을 주지 않은 탓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저의 새로운 안식처로 다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이곳에 와서 이렇게 눈팅 삼개월을 혼자 실행 중입니다. 길다고 할 수 없는 기간이었지만 제 이마의 주홍글씨도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위 SNS 로 불리우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컨텐츠를 반복해서 전하는 지겨움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이 세상 사람들을 암호화폐로부터 기필코 구원해야겠다는 위대한 소명을 가진 선각자들도 보이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

한분 한분 팔로우 하게 되면서 듣게되는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였고 영구히 블록체인에 남게 되는 이유로 더욱 조심해서 쓰는 글들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저같이 80년대말에서 90년으로 이어지는 컴퓨터 통신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써왔던 많은 글들이 사라졌던 경험을 한 사람에게는 블록체인을 통하여 저의 글들이 계속해서 남게 되리라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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