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허그4] 가상화폐마저 흔드는 <한국이 싫어서>

책 한권, 세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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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자작가가 여자의 시선으로 쓴 작품
  2. <82년생 김지영>과 닮은 듯 다른.
  3. '한국을 떠나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장강명을 좋아한다.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현실 반영이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작품마다 특유의 색깔이 있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뒤쪽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면 바로 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닐까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등장한 ‘헬조선’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작품이다. 흙수저, 헬조선에 이어 가상화폐에는 이제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까지 등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선 비트코인마저 비싸게 팔리고 있다. 정부는 흙수저들이 비트코인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볼 수가 없었는지 각종 규제들을 쏟아내고, 정부의 입장발표 전 금감원 직원은 미리 팔아 엄청난 수익을 남겼으니, 알면 알 수록 이 나라도 그리 착한 나라는 아니야 (장강명) 라는 말이 오늘에서야 더 와닿는다.

취업이 되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구직자
나보다 노력은 안하는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많은 친구
취업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직장을 다녀도 익숙한 불행
개인의 행복보다 야근을 강요받고
시댁이 생기면 뒷담화만 늘고
능력,돈,지위 그게 없으면 목소리라도 크면 되는 사회
하느님이 보우하는건 삼성이고 김연아지,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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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3학년이 되면서, 선배들과 친구들은 하나둘씩 휴학을 하고 외국 유학길에 올랐고, 부모님이 유학자금을 보태줄 형편이 되지 않는 친구들은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다. 다들 가는데 나만 안가면 나 이러다 취업 못하는 거 아냐 싶어 내가 큰 맘 먹고 갔던 곳은 고작 워킹홀리데이 박람회였다. 결국 겁쟁이인 나는 상담만 실컷 받고 실제로 한국을 떠나지 못했지만, 주인공인 계나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그래서 계나는 잠시나마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했던 나의 고민이기도 하고, 숱한 내 친구들의 고민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내 친구들이 나에게 직접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걸 따져. (p.11)

사람은 가진게 없어도 행복해질수 없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순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p.160)

어느 학교에 나왔는지, 결혼은 언제 할건지, 배우자는 뭐 하는 사람인지, 애는 언제 나을건지.... 한국에서는 대충 어떤 행복의 척도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쌈 마이웨이에서 설희가 그랬다. 왜 세상 사람들은 전부 자기개발 해야 되느냐고, 나 하나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면 안 되냐고. 그 말에 왜 그렇게 공감이 갔을까.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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