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D-line] #24. 21세기 문맹

"It's not man versus machine; it's man with machine versus man without..."
-Pedro Domingos

인터넷 혹은 온라인이 내 경험과 인식을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점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18년의 나는 90년대 후반 처음 PC 통신을 시작할 즈음의 나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물론 인터넷이 없었어도 2018년의 나는 20여년 전과는 꽤 달랐을 테지만. 요즘은 인터넷/온라인이 정신을 확장하는 보조도구 정도가 아니라 이미 내 육감-6th sense-이 됐다고 느끼는데, 그것이 없으믄 다른 오감 중 하나가 없는 만큼이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좀 으스스하긴 하지만 몸에 기계를 이식하거나 아예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다거나 하는 류의 소프트코어 버전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변화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있을 수 있겠는데 이를테면 기계를 거부했던 러다이트나 문명을 거부한 아미쉬들 같이 극단적 거부를 할 수도 있겠고 아직도 윈도우 XP를 고집하는 식의 어쩔 수 없을 때 까지 버텨보자는 전략을 쓸 수도 있겠고 그보다는 키보드워리어나 유투버가 되는 등의 적극적 수용도 있을 수 있겠다. 나는 아주 운이 좋게도 Xennials 이라고도 부르는, X세대와 Millenials의 (Y세대라고도 하지마는 쎄련되보이는 밀레니얼을 써보쟈) 중간 쯤 되는 세대에 속한 덕분에 갓 성인이 된 즈음부터 시작된 인터넷/온라인 시대의 출현과 발전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가 있었고, 거부감 없이 그것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며는 이른바 인터넷/온라인의 폐해를 지적한달지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한달지 하는 말들을 들을때마다 시대에 적응을 못하시는근영 하며 콧웃음을 쳤던 거다. 변화에 저항하는 이들의 인식 바닥에 깔린 두려움을 우월감의 재료로 삼았다...

...요즘 그 벌을 받는 기분이다. 글머리에 인용한 문구는 도밍고스 교수가 쓴 [Master Algorithm]에서 인용한 건데, 이때 머신-machine-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과 그 상위 개념인 인공지능 까지 포괄하는 말이다. 저자는 강인공지능이랄지 스스로 알고리즘을 개발/발전시키는 마스터 알고리즘의 출현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는 두려움, 즉 인간과 기계의 대립이나 갈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정작 우려할 것은 기계를 가진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의 대립/갈등일 뿐이다. 나는 이런 시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래서 두려워졌다. 나는 머신 러닝을 다룰 줄 모르고 '그렇지 못한 인간들'에 포함될까 두렵다. 그간 아무리 IT가 대세가 되고 코딩 열풍이 불어도 내가 쓸 도구가 하나 늘어났고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는데, 최근 다양한 루트로 머신러닝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접할때면 그 변화의 무게가 차원이 달라 압도되고 만다. 그래서 머신 러닝을 써먹고 있는 회사 동료들 옆에서 멍하니 앉아있으믄 말 그대로 까막눈이 되어 문맹자들이 글씨의 홍수 속에 느껴야 했던 박탈감 내지는 인터넷/온라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맛본다.

어쩌겠나. 입대해서 3개월간 지겹게 듣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바로 지금 필요한 것.. 사실 도밍고스의 저 말 바로 뒤에는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써있다 - 기계와 사람은 말과 기수와 같다고. 우리는 말보다 빨리 달릴 게 아니라 말을 타야 한다고.

"It's not man versus machine; it's man with machine versus man without. Data and intuition are like horse and rider, and you don't try to outrun a horse; you rid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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