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잡담] 벚꽃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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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벚꽃보다 벚꽃이 필 그 시기의 분위기에 더 설렌다.
벚꽃이 필 시기가 되면 거리에는 달콤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밤에는 기분 좋은 서늘한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기분 좋은 바람 내 볼을 스치고 가벼운 발걸음 그대에게 가는길

거리엔 온통 설레임이 가득해
가슴이 떨려와 두근거리죠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우릴 감싸안고서
그날의 꽃향기가 머무르던 그곳에

-라이노 어쿠스틱 기분 좋은 바람 中-

희색과 황토색 그리고 어두운 나무들만 가득한 칙칙한 세상이 화사하고 매력적인 색들로 가득 찬다. 거기에 봄에 맺힌 아름다운 추억들이 어우러지면 봄이 더 사랑스러워진다.

다시 봄 봄 봄 봄이 왔네요

그대 없었던 내 가슴 시렸던 겨울을 지나
또 벚꽃 잎이 피어나듯이 다시 이 벤치에 앉아 추억을 그려 보네요

-로이킴 봄 봄 봄 中-

그 분위기에 벚꽃이 활짝 피고 그 벚꽃 잎이 나에게 닿을 때 삭막한 내 가슴에 봄이 찾아온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늦은 벚꽃 축제를 즐긴다.
벚꽃이 질 무렵, 왕벚꽃 혹은 겹벚꽃으로 불리는 벚꽃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일반 벚꽃나무보다 아름답지 못하다. 그러나 이 벚꽃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꽃이 만개 했을 때가 아니라 꽃이 질 무렵 분분한 낙화를 시작할 때이다. 영화나 만화 속에서만 보던 꽃비를 실제로 볼 수 있다.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온 세상이 분홍으로 가득하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 中-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때늦은 벚꽃 축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살짝은 떠들썩한 그 분위기도 좋지만,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꽃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순간을 고스란히 독차지 하고 싶다. 나의 소박하지만 큰 욕심이다.
그래서 나는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 카페가 하나 있는 조용한 마을 뒤로 돌아가면 작은 수로가 흐르고, 그 옆으로 난 둑길을 따라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그리고 그 수로는 물이 아니라 꽃이 흘러간다.
내 기억 속에 그 수로는 항상 꽃으로 가득 차 있다. 처음 그 곳을 방문했을 때가 기억난다. 벚꽃이 전부 지고 뒤늦게 찾은 벚꽃구경이었다. 전날 쏟아진 폭우로 예정보다 이른 벚꽃엔딩을 맞이하였고, 나무에 달린 벚꽃 잎은 개수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적었다. 포기하고 집으로 갈 무렵 개울을 따라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했고, 꽃잎을 따라 무작정 개울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때 처음으로 그 장소를 발견을 하였다. 무릉도원을 처음 본 어부의 심정이 이랬을까. 황홀한 광경에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봄날의 일탈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4월 벚꽃 잎이 질 무렵 나는 그 곳을 찾아 혼자만의 벚꽃놀이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한참 즐기다 집으로 돌아오면 머리나 옷 속에 숨어 있는 벚꽃 잎을 발견하고 다시 미소를 짓겠지.
항상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기에 외롭고 힘들 때 몸에 숨어 있던 벚꽃 잎처럼 내 마음에 숨어 나에게 미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오늘도 그 상상을 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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