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개발자들의 근무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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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국에서 8년째 일하고있는 개발자입니다. 그간 영국에서 개발자로 일하는것이 어떤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고, 기회가 되면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지만, 사실 저도 한국을 떠난지 꽤나 오래 된데다가 30세 이후의 한국 근무 경험은 전무한지라 직접 비교하는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영국을 비교하기 보다는, 영국에서 일하는것을 더 자세히 소개해드림으로써, 독자분들이 직접 비교하실 수 있도록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출근시간

개발자들은 보통 10시까지 출근합니다. 하지만 사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오전에 Scrum 미팅을 하는 경우에는 미팅 시간 전까지 도착해야 합니다만, Scrum 미팅이 보통 10시 30분이나 11시 정도에 잡혀있기때문에 여유가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잘 마치고, 진행상황 업데이트만 제대로 한다면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하는것은 거의 문제가되지 않습니다.

오전에 병원 예약이라던지 자동차 수리 등의 개인적인 일이 있다면, 거의 점심때 회사에 가더라도 이해해줍니다. 또한 미리 이메일로 본인의 진행상황에 대해서 팀에게 알려줬다면 스크럼 미팅에 불참해도 괜찮은 분위기입니다.

퇴근시간

보통 5:30분에서 6:30 사이에 퇴근합니다. 그런데 일이 있는 경우에는 4시 정도에 퇴근하기도 하고, 2시정도에 퇴근하여 볼일 보고 재택근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바쁜일이 밀려있지 않는 한 퇴근시에 눈치보는 일은 없습니다.

야근

공식적으로는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퇴근후에 일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시차에 따른 저녁 근무, 예를들면 미국팀과의 미팅같은것이 있는 경우에는 미팅에 참석해야 하지만, 일이 많아서 저녁에 꼭 일해야 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각자가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저녁에 일하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버거운 일을 떠맡았을 경우 종종 저녁에 일을 합니다. 저녁에 일을 하더라도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재택근무입니다.

주말근무

공식적으로는 전무합니다. 그러나 역시 각자가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주말에도 일합니다. 사실 "욕심"이 없다면 야간이나 주말에 일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다음의 두가지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 기간 내에 하지 못할것 같은 일은 처음부터 맡지 않거나, 애초에 기간을 조율한다
  • 하다가 너무 버거우면 최대한 빨리 팀과 상의하여 일을 나눈다

그러나 팀에서 인정받고싶은 욕심이 있으면, 계속해서 매니져와 팀원들의 기대치를 낮추는 결정을 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버거운 일이 주어져도 맡고, 저녁과 주말에 보충하는 식으로 일을 합니다.

점심시간

점심시간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먹고싶을때 나가서 먹고 들어오면 됩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미팅시간만 엄수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시스코에 다니던 시절에는 점심시간을 2시간씩 가졌습니다. 밥먹고 산책하고 책읽고 졸고..

아마존으로 옮긴 후에는 점심시간을 풀로 사용하지 않고 대략 40분 정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로 성과를 내고싶은 마음이 커서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하게 되네요. 어서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쌓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점심시간에 운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

개인사정에 대한 배려

개인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회사에서 아주 훌륭한 배려를 해줍니다. 예를 들면, 지나가는 말로 머리가 좀 아프다고 하면 동료들이 집에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누라가 아프다고 하면, 집에 가서 돌봐주라고 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런것들이 이해되는 분위기입니다. 전에 좌골신경통으로 아팠을 때, 병가 하루만 쓰겠다고 이야기 했더니 일주일 쉬고 확실히 회복하고 오는게 어떻겠냐고 매니저가 제안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아내랑 결혼하느라고 일년치 휴가를 다 써버리고 신혼여행 갈 휴가가 남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을 때, 매니져가 자기 재량으로 일주일 휴가를 주었습니다. 시스템에 등록하지 말고 그냥 다녀오라구요. 제가 한국에서 일할때는 이렇게 먼저 배려받은적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네요.

재택근무

개발자라서 행복한점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지요. 영국에는 재택근무가 매우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아침에 일어나서 몸이 좀 안좋다 그러면 재택근무 해도 됩니다. 점심에 집앞 병원예약이 있으면 재택근무 해도 되구요. 자동차 수리 맡기는 날에도 재택근무 합니다. 눈이 너무 많이 오면 재택근무... 실제로 이번에 런던에 눈이 많이 와서 거의 일주일을 회사에 안가고 재택근무 했습니다. ㅎㅎ 이렇듯 재택근무를 아주 밥먹듯이 할 수 있습니다. 단 미팅에 제대로 참여하고 일에 지장이 없다는것을 보여줘야죠.

휴가

영국 회사들은 보통 25일의 연차를 줍니다. 그리고 주말과 겹치지 않는 국가 공휴일은 8일입니다. 노는날 수만 따지면 한국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점은 휴가를 정말 마음대로 쓸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휴가에 대해서 왈가왈부 당해본적이 없습니다. 아무리 프로젝트 일정이 바빠도 개인 휴가를 조정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점은 정말 좋은것 같습니다.

그러니 보통 10일 휴가를 붙여서 사용하면 16일의 휴가를 갈수 있지요. 그리고 공휴일과 붙이면 더 오래도 갈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갈때 가장 길게 쓰는데, 한 7일 정도 사용하고, 재택근무로 3일정도 더 한국에서 머물면 16일동안 한국에 머물수가 있지요. 외국인들은 대부분 자기 나라 방문할때 재택근무를 앞뒤로 붙여서 여유있게 지내다가 옵니다.

마치며

오늘은 생활 부분을 중심으로 다루어 보았는데요, 다음에는 개발 업무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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