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맑스(Marx) 연구자들의 지적 게으름/무능함

한국의 철학 연구자들의 게으름은 통탄할 만하다. 뭔가 읽을 만한 논의가 생산되지 않는 건 다 이 지적 게으름 탓이리라.

맑스에 대해 조사할 게 좀 있어 10년 이내에 발표된 최근 논문들을 검토하던 중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1844년 경제학 철학 초고』, 「포이어바흐 테제」, 『독일 이데올로기』 등 1844년~1845년에 이르는 맑스의 문헌은 처음 공개된 상태와 나중에 고증된 원고 상태가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 저간의 사정을 다 밝힐 수는 없고...) 아무튼 중요한 건, 연구자들 대부분이 거의 위작이나 다름 없는 MEW(구판 맑스-엥엘스 전집)의 판본을 바탕으로 맑스의 초기 철학을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위논문의 경우에는 연구자 본인뿐 아니라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의 게으름을, 학술지 논문의 경우에는 연구자와 심사위원들의 게으름을 어찌 탓하지 않을 수 있으랴.

『초고』와 관련해서는 이미 1991년에 최인호가 MEGA(신판 맑스-엥엘스 전집)를 토대로 한 새 번역본을 제시하면서, "MEGA의 텍스트 이해는 MEW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 철자 식별에서서부터 텍스트 배열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 MEGA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12쪽)고 술회한 바 있다.

「테제」와 관련해서는 엥엘스의 텍스트 왜곡과 날조가 얼마나 심했는지에 대한 고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독일 이데올로기』와 관련해서는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연구해 온 정문길의 노고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텍스트는 심지어 MEGA의 일시적 중단 때문에 아직 MEGA에는 수록되지 못하고 연보 형태로만 공개된 바 있는데, 아직도 보면 연구자들 거의가 MEW를 저본으로 삼고 있다.

이쯤 되면 왜 연구를 하는지, 왜 연구한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경인데, 다들 꿀은 맛있게 먹었는지 어디서도 아무 말들이 들려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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