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죽은 아이의 사진을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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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들은 잠에 든 것처럼 평온해 보였다. 새하얗게 식은 얼굴, 얼굴에 묻은 핏자국이 이 아이들이 죽었음을 증명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 장악 지역인 동(東)구타 일대를 폭격했을 때 AP통신, AFP통신, 로이터 통신 등은 하루에도 십수장씩 죽거나 다친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 아이들이 다 내 아이 같았다. 나는 급히 페이지를 넘기고 말았다.

우리 회사는 해외 통신사가 찍은 사진을 돈을 내고 받아 쓴다. 중동 곳곳에,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사진기자를 보낼 수 없으므로, 한국 대부분의 신문사는 이런 식으로 국제면에 쓸 사진을 얻는다.

회사 내부망으로 흘러들어오는 사진 중에는 신문에 쓸 수 없는 사진이 수두룩하다. 대개 너무 적나라하거나, 잔인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사진이다. 외신도 이런 사진은 잘 안 쓴다. 외부에 공개되지 못한 사진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각 신문사 내부망에서 묵다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이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디에선가 죽지거나 다치지 않아도 될 아이들이 총에 맞아서, 폭탄이 터져서 죽거나 다친다. 또 굶어 죽는다.

AFP는 3월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을 격려하려고 동구타를 방문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을 찍었다. 군복 차림의 병사들 사이에서 알아사드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목이 학처럼 길고 피부가 하얬다.

이튿날 AFP는 정부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동구타, 폭격을 피해 아이를 안고 뛰는 남성, 얼굴에서 피를 흘리는 아기의 사진을 찍었다.

3월 21일, 오후 6시까지 우리 내부망에는 어린이의 시신을 찍은 사진이 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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