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가 제갈량의 라이벌로 기억되는 이유 - 상대방의 강점과 정면승부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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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가 제갈량의 진정한 라이벌로 꼽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마의는 제갈량을 싸워 이기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의 맞수로 평가되던 인물은 사마의 이외에도 많습니다. 대표적 인물로 위나라 황족의 일원이자 노련한 병법가였던 조진, 적벽대전의 주인공인 오나라 대도독 주유, 그리고 제갈량과 함께 와룡봉추(臥龍鳳雛)로 불리며 동급의 준재로 평가되던 방통을 꼽을 수 있겠죠.

제갈량의 활약상에 다소 뭍히는 감이 있습니다만 이들 역시도 의심할 여지 없이 천재라 부를 수 있는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제갈량이라는, 자신들 위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모두 제갈량과 경쟁을 해서 이기고 싶어했죠.

결과는 아시는대로입니다. 조진과 주유는 제갈량의 책략에 완벽히 넘어간 뒤, 제갈량이 보낸 조롱성 편지를 받고 둘 다 피를 토하고 죽습니다. 연의의 주유는, "왜 하늘은 주유를 내리고 또 제갈량을 내렸습니까."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기기도 했죠. 방통은 제갈량과 같이 유비를 섬겼습니다만 제갈량에 대한 경쟁 심리 때문에 불리한 전황에도 불구하고 진격을 서둘렀다가 화살에 맞아서 요절합니다.

반면 사마의는 제갈량과 몇 번 싸워보고는 제갈량의 군사적 재능이 자신보다 월등하다는걸 쿨하게 인정하고는 지키기만 할 뿐 나가 싸우지 않았습니다. 심리전의 대가 제갈량은 이런 사마의를 도발하죠. 바로 여자 옷을 보낸 겁니다. 남자답지 못하다고 비웃은거죠. 여기 대처하는 사마의의 태도가 실로 걸작입니다. 사마의는 묻습니다.

“공명의 잠자는 것과 일처리는 어떠하냐?”

촉의 사신은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승상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며, 곤장 열 대 이상의 사건은 친히 처리합니다.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세세한 일 하나하나를 혼자 다 처리해내는 제갈량의 정무능력과 열정에 탄복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사마의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그래 가지고 오래 살 수 있겠냐?”

얼마 후 제갈량은 정말 54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별세합니다.

사마의는 제갈량에게 경쟁심이나 열등감 같은 것을 품지 않았습니다. 대신 제갈량에게는 없지만 자신에게 있는 강점에 집중했죠. 그는 제갈량의 건강이나, 제갈량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촉나라의 한계 등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시간이 자기 편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비슷한 연배인 제갈량보다 17년을 더 살았고, 천하 통일은 조조, 유비, 손견이 아니라 바로 사마씨의 후손이 이루게 됩니다.

상대의 강점과 정면승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나 상대의 강점이, 자신도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내가 더 낫다는 자존심 때문에 하지 않을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경쟁심은 페이스를 흔들 뿐입니다.

이런 주제는, 여러 분도 보셨을 만화 「슬램덩크」에도 잘 나옵니다. 산왕공고 에이스 신현철의 동생인 신현필과 맞붙은 강백호는 신현필의 엄청난 체격조건에 압도합니다. 강백호 역시도 190cm의 당당한 체격입니다만 무려 210cm에 체중 130kg의 거구 신현필에게 계속해서 리바운드를 뺏기게 됩니다. 지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신현필과 정면승부하는 강백호를 본 서태웅은 속으로 비웃습니다.

‘힘으로 덤비는 상대를 힘으로 상대하면 어쩌자는 거냐.’

결국 스스로 답을 찾은 강백호는 힘이 아니라 스피드와 페인팅으로 신현필을 이기게 됩니다. 전쟁사적으로 비슷한 예를 들어 보면 프랑스와 미국을 연달아 제압한 베트남군의 기본 교리인 삼불전략(상대가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않는다)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저는 이 같은 교훈을 스팀잇에서도 한 번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스팀잇을 추천해줘도 보통은, '내가 글을?'이라는 반응과 함께 이곳에 오지 않습니다. 나는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사회에서든 아니 사회가 아니라면 하다못해 학창시절 백일장에서든 어느 정도 자기 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어떤 점에서 이미 짜여진 판과 다름 없을지도 모릅니다. 맨 바닥에서 주목 받지 못하는 글을 쓰고 계신 분들은, 종전 유저들이 쓴 고래들이 보팅을 잘 해주거나 사람들에게 잘 먹히는 스타일의 글을 관찰하며 이와 유사한 것을 써보려는 욕심을 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들 똑똑하신 분들이니, 그러한 판단에도 분명 이유는 있겠습니다만 어쩌면 그런 판단이 자기 페이스를 잃고 다른 사람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분야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몇 달 간은, 스팀잇과 전자화폐에 대한 글이 가장 주목 받기 쉬웠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저를 포함해 오히려 뉴비가 스팀잇이나 전자화폐에 대해 쓴 글은 더 외면받기 쉬운 것 같습니다. 비단 뉴비 뿐 아니라 종전에 계신 분들도 마찬가지는 아닐까 싶습니다(물론 스팀잇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미 그런 글들은 몇달간 수없이 보아오기도 했으니까요. 의외로 분위기는 금세 바뀝니다. 저 역시도 그 주제가 스팀이 아니라 차라리 자기 일상에 대한 감정을 적은 솔직한 잡설에 더 눈이 가더군요.

누구에게나 강점이 있고, 마치 지문처럼 자신이 삶으로 쌓아오며 자신 밖에 쓸 수 없는 컨텐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고 크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으며 써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천하통일을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보팅을 적게 받았다고 쪼는 직장 상사나 배우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면, 사마의가 그랬던 것처럼, 그냥 시간은 내 편이다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른 누가 아니라, 역시 뉴비인 저 자신을 위해 쓴 글입니다만 혹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시는 분도 있으면 좋겠군요.

또 한 주의 반이 지나갑니다.

스팀잇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주말까지 우리 모두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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