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8] 심연을 어루만지는 악기 < 콘트라베이스 >

오늘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의 주제는 저번 글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7] 원곡 위에 쌓이는 편곡 < Take Five > 에 달린 @emotionalp 님의 댓글로 정해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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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베이시스트 몇 명을 추천해드리려다, 마침 인상 깊은 곡을 듣게 돼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재즈 연주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베이스 악기는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첼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첼로보다 외형이 큰 악기지요. 저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렉트릭 베이스는 픽업을 사용하여 전기적으로 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일렉트릭 베이스의 기원이 되는 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에요.

재즈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할 때는 대개 피치카토라는 주법을 사용합니다. 피치카토는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방법입니다. 재즈에서 들리는 베이스의 둥 둥 둥 둥 거리는 피치카토 주법을 이용한 것이지요.

베이스는 음악에서 가장 낮은 음역을 담당합니다. 말 그대로 음악의 베이스가 되지요. 그런데 오늘 특별한 음악을 한 곡 듣게 되었습니다. 가장 낮은 음역의 베이스가 곡의 멜로디를 연주하는 곡이었어요. 아티스트를 보니 걸출한 재즈 베이시스트 Paul Chambers였습니다.

폴 챔버스는 재즈의 황금기라고도 불리는 1950년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재즈 베이시스트입니다. 이 시기에 발매된 재즈 앨범 중 특히 명반이 많은데요. 그 중에 80% 이상은 폴 챔버스가 연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재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앨범인 < Kind of Blue >도 폴 챔버스가 연주를 했어요!


< Paul Chambers - Yesterdays >

베이스는 음악의 뼈대가 되는 역할이기 때문에 드러나기보다는 묵묵히 음악을 지탱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이 곡을 들어보면 곡의 시작부터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어요. 앞서 말했듯 재즈 연주에서 콘트라베이스는 피치카토 주법을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 곡에서는 콘트라베이스가 활을 이용해 연주를 하고 있어요. 활은 재즈보다 클래식 연주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데요. 이 곡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즈 멜로디를 활로 연주합니다.

저음역을 담당한다는 것과, 첼로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를 비슷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연주를 들어보면 콘트라베이스는 첼로와는 다른 깊고, 무거운 소리가 난답니다.

이 곡은 앞은 발라드, 뒤는 스윙 장르로 연주되는데요. 발라드로 연주될 때 기타리스트와의 호흡이 매력적입니다. 기타와 콘트라베이스의 듀오 구성이 생소할 수 있지만, 막상 들어보면 같은 현악기에서 오는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곡은 폴 챔버스의 리더작 < Bass On Top >에 수록되어있는 곡입니다. 이 앨범을 참 많이 들었는데 앨범 제목을 그대로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다보니 이 제목이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는 악기가 가장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한다는 것. 보통 음악에서 중심이 되는 멜로디를 탑 멜로디라고 하는데요. 문득 그 생각이 나면서 음악적으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자작곡으로 멘토링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받았던 지적은 베이스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부터도 베이스는 화성의 기반이 되는 음(근음, Root) 만 연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것이죠. 그 이후 콘트라베이스에 실험적인 주법도 넣어보고, 베이스 솔로를 앞으로 빼서 활로 연주해보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연주가 가능한 악기더라고요.

제가 생각하는 콘트라베이스의 매력은 가장 낮은 음으로 사람들의 심연을 어루만진다는 것이었어요. 눈에 띄지는 않아도 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악기입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애써 집중하지 않으면 듣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악기인데요. 오늘만큼은 베이스 연주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 가장 재즈다운,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하나 남기고 떠납니다!

< Oscar Peterson Trio - Days Of Wine & Roses >

무척 좋아하는 베이시스트 Ray Brown 의 연주입니다. 개인적으로 레이 브라운의 연주는 재즈 피아니스트 Oscar Peterson 과 함께 했을 때! 가장 좋더라고요. 정말 유명한 앨범, < We Get Requests > 에 수록된 곡입니다.

( * 저작권 문제인지, 유튜브에 없어 가져오지 못한 앨범. ECM에서 발매된 베이시스트 Charlie Haden 과 재즈 피아니스트 Keith Jarrett 이 함께한 < Jasmine > 도 함께 추천합니다. 이 앨범... 정말 좋습니다:) )


Personnel

(1957) Paul Chambers - Bass On Top

Paul Chambers - bass
Hank Jones - piano
Kenny Burrell - guitar
Art Taylor - drums

(1964) Oscar Peterson - We Get Requests

Oscar Peterson - piano
Ray Brown - double bass
Ed Thigpen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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