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단칸방 #1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당신에게 힘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어려움과 억눌림, 불편함을 마주하는 당신이,
거기에 무어라 말을 하기도 어려운 그대가
오늘 하루 마음껏 소리를 치며 모든 금기어를 자유롭게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아무에게도 평가 받지 않고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 외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다가 혹시 마음 속 한구석에서
누구에서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생각이지만,
나만의 공간으로 둘러싸인 그럴듯한 넓고 조용한 공간을 가질 능력이 안되기에 절망하며 그러한 은밀한 생각과
그런 생각에 더욱이 그런 방음도 안되는 단칸방에서 억압받는 자유가 슬픈 당신이 나 역시도 매우 애처롭다.

단칸방 #2

언젠가 빛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쪽방에서 낮인지 밤인지 모를 방 구석에서
돌연히 흐느끼는 기도 소리에 놀라 잠을 설친 적이 있다.

옆방의 숨소리와 말투가 선명하게 들리는 그 캄캄한 공간에서,
그의 기도는 무척이나 애처로웠다.
그의 호소를 듣다보니 그가 약간의 장애와 사회 부적응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후회와 일터에서 벌어지는 갈굼 또는 자신의 무능함들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단지 그의 목소리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가 슬퍼하는 가운데 나의 침 삼키는 소리나 뒤척거리는 소리 마저도
그가 집중하는 기도 가운데 혹여나 나의 존재를 알리게될까 두려워 조심하였다.

누구도 살아줄 수 없는 오직 그만이 감당해야만 하는 인생의 무게가 느껴져
같이 슬퍼졌다.
처음에는 도와야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그 깊은 밤, 어두운 공간에서 누군가의 은밀한 공간을 침범한다는 그와 나의 두려움이 느껴져 그만두었다.

하지만, 애처로운 기도소리도 어느덧 늦은 밤의 종종 찾아오는 잠 못자게 하는 불청객으로 느껴졌다.
그의 소리를 멈추는 데는 다만 내 누운 자리에서 적당한 헛기침 한번이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기도를 한번도 방해하지는 못했다.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없는 스스로의 초라함과
그랬기에 단지 나의 수면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어쩌면 그에게 있어 유일한 치유의 시간일지도 모를 그 시간을 중단시킬 만한 용기는 없었다.

늦은 나이에 홀로 사는 느낌이 역력한 아저씨,
어느 방에선가 규정을 어기며 담배를 피는, 그 좁은 방구석에서 소리를 죽이고 있는 사람하며,
나처럼 돈 아낀다고 우격다짐으로 살고 있는 학생들하며,
그 속에서 도대체 다들 무엇을 계획하며 구석에 처박혀있는 것인가. 이런 비인간적인 공간에.

p.s.
내가 잠시 살았던 그 고시원은 내가 나오고 얼마 후에 건물 전체에 대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그 공간은 나에게 우울함과 허무함을 가져다 주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그런 공간이기에 어서 탈출을 꿈꾸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바로 최소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적당한 크기의 독립된 공간, 그 지극히 당연한 것을 꿈꾸면서 말이다.

인간은 분명히 진정으로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단칸방도 좋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돈벌이 수단으로 최적화된 사람의 몸하나 들어가기 충분한 비인격적인 공간은 아니다.
또 너와 나의 대화를 아무의 허락도 없이 들을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슬픈 것은, 그 곳에 살았던 그들 중 일부는 오갈데 없는 자들. 스스로 그 어두운 공간으로 숨어 들어간 자들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그 공간은 블랙홀과 같았다. 들어가서 살면 살수록 우울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이건 당시 나의 인생 고민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100%의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3

분명 돈의 구속은 인류의 대다수가 가진 슬픔이다.
경제적 자유를 가진 이들이 긍정의 사고를 외치며 삶의 풍요로움을 몸소 증명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여전히 나랏님도 못고치는 가난은 항상 존재하며, 그들은 전혀 럭키하지 않다.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때론 파격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