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 갈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이라는 영상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이 프로젝트는 중증 장애발달 장애를 가진 혜정씨와 그녀의 둘째 언니인 혜영씨가 시설 밖에서 함께 살아가는 프로젝트예요. 

혜정씨의 나이는 성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시설 안에서는 전혀 그녀를 어른으로 대접하지 않았대요. 혜영씨는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 혹은 "장애인이라서 안돼"라는 말을 늘 혜정씨가 듣는 것에 대해 부조리함을 느끼고 동생과 함께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요.

혜영씨가 혜정씨의 곁에서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노래를 부르는 브이로그를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말 그대로 '혼자 살아 남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시설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한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하자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나라일수록 시설의 수가 적어요.

장애인을 시설로 보내는 것은 결코 장애인의 사회화 과정에 기여하지 않을 뿐더러, 장애인에게 일종의 사회적 스킬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사회적 약자를 '일종의 격리'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잖아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키즈존이나 장애인 학교 설립 문제 (장애인 아동을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학교를 세우게 해달라고 부탁한 영상으로 기억하실거예요) 도 비슷한 얘기라고 생각해요.

특히 노키즈존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렇다면 선진국의 애기는 엄마 커피마실때 자기는 얌전히 우유마시고 앉아있느냐? 그렇지 않다구요. 지속적으로 아이를 데리고 공공장소에 나갔을 때, 아이가 사회적 스킬 (이런 분위기에선 조용히 해야해, 뛰면 안돼, 등등)을 배우게 되고 그래서 비로소 '그 맥락에 맞게' 행동한다구요. 

그럼 아예 사회적 스킬을 배울 수 없는 나이인 갓난아이가 우는 건 어떻게 하겠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건 정말 육아에 대한 현실적 지원의 문제인걸요. 말이 좋아 육아지 2년을 어떻게 집안에만 있겠어요? 아이가 말 떼기만을 기다리면서요. 

 얘기하다보니 조금 길어졌지만,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해요. 폐 끼치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구요. 그리고 앞으로도 폐를 끼치며 살거구요...

혹시 혜정씨와 혜영씨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에 <어른이 되면>을 검색하시면 쉽게 브이로그를 보실 수 있어요. 1차 티져를 보다가 눈물이 고이실지도 몰라요ㅜㅜ배경음악이 너무 좋아서...

새벽에 유튜브를 뒤적이다 생각나서 글 남겨봐요. 어른 혜정씨에게도 할머니는 먼 일이지만, 어른인 저에게도 할머니는 까마득하네요. 무사히 늙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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