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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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묘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직은 어둠이 깔린 새벽에 문을 나섰다. 추위에 떨며 공항버스를 한 대 보낸 후에야 겨우 내 자리가 주어졌다. 출장갈 땐 항상 이 시간이었다. 늘 첫 비행기를 타야하는 고단함은 출장의 긴장감을 더 극대화시키곤 했다. 돌아올 땐 축 늘어진 빨래가 되어도 왠지 모르게 떠날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오늘은 출장이 아니지만, 왠지 출장가는 새벽의 그 긴장감이 떠올려진다. 아마도 출장을 같이 다니는 선배와의 여행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사회에서 만났지만 그 선배는 친구 그 이상인 사람이다.

우리는 몇 년째 우리의 '업'에 대해 치열하게 이야기 중이다. 그렇게도 고민하는 우리의 일을 우리는 할 수 있을까. 너무 오랫동안 많이 고민한 탓에 이젠 될 때 까진 되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너무 열망해서 잡히지 않는 신기루가 되었다.

우리는 놀러가는 여행이지만, 이번 기회에 무언가 영감을 얻고 우리의 치열함에 한 발자국이라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실은 뭐 아무래도 좋다. 원래 이렇게 느리게 생겨먹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면 받아들이기로한지 오래다. DNA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 어쩌겠나.

아무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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