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writing] 대가없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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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 모대학병원으로 봉사활동을 다녔었다.
그리고 저번주가 그 활동의 마지막날이었다.
사실 교통비도 받고, 내 전공분야와 관련된 경험적인 지식들도 배울 수 있는 자리기에 온전한 봉사활동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지만, 병원측에서는 봉사활동으로 여기기에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여전히 내게 봉사활동은 낯선 행동이다. 어릴적에는 학교가 시키는 의무였고, 누군가 주입시켰던 당위적인 제스쳐였다. 봉사활동 하면서 몇 가지 내 기대와는 달랐던 일도 있었다. 한 번은 나름 열심히 봉사를 하는데도 일을 시키시는 분은 일이 제대로 안됐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땐 마치 학교 선생님한테 혼나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또 한 번은 큰 단체에서 실시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나름의 동기를 가지고 열심히 참여하고, 내 활동이 큰 가치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 그런데 그 다음해 쯤에 그 큰 봉사단체는 기부금 횡령으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난 누구를 위해 왜 봉사활동을 한 걸까?

특히나 두 번째 사건은 나에게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다. 내가 마음을 다했던 봉사가 누군가의 욕구 충족으로 그쳤던 게 황당했고, 약간 화가 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동안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몇년전에 우연히 친구들과 주변 선생님들의 권유로 어떤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었는데, 사춘기 아이들의 반항심과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를 고스란히 감당했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느라 애먹었다. 며칠동안 그래도 조금씩 내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 그들도 조금씩 내게 다가오고 의지하곤 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날이 되어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에 신나있었는데, 한 아이가 내게 와서 꾸벅 인사하며 정말 감사했다고 한 마디 하고 돌아선다. 프로그램 동안 내게 살가웠던 적이 없던 아이었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게 살갑게 대한 모습이었다. 그 아이가 용기내서 내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디 봉사활동 후기에 볼 법한 뻔한 이야기이고, 소감이지만 그 일이 내게도 일어난 건 사실이다. 프로그램 동안 나름 고생한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그 보다도, 그 아이가 부끄럽고 머쩍은 마음을 비집고 용기내준 것이 고마웠다.

나의 한 번의 봉사활동이 상대방의 인생을 바꿀정도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그럴 확률은 상당히 낮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사를 받은 나는 봉사활동에 대해 그닥 호의적이지 않았던 태도를 조금 바꾸게 되었다.

봉사활동은 그런 것 같다. 당장 어떤 결과를 보이진 않아도, 내 활동이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그 작은 변화가 조금씩이나마 퍼져나가게 하는 힘은 있는 것 같다.
사실 봉사라는 건 멀리 있지 않은 듯 하다. 힘든 사람에게 자리 한 번 양보해 주고, 바쁜 사람에게 순서 한 번 양보해 주고, 나에게 어떤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 흔쾌히 한 번 들어주는 것 그것으로도 꽤나 가치있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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