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에세이] 크로아티아 자전거여행 : 히피 친구들을 만나다! [1탄]

본 포스팅은 여행자 '사월愛'가 (제가) 2년간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여행기임을 알려드립니다.


크로아티아 자전거여행 : 히피 친구들과의 첫만남

“좀만 힘내자, 거의 다 왔어”

유럽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고 두 달이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오빠와 나는 이끌리듯 크로아티아의 어느 섬으로 향했다. 섬이라 평지를 기대했는데, 생각한 것과 다르게 100m에 한 번씩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몇 시간을 고군분투한 끝에 나는 참지 못하고 분노의 말이 튀어나왔다.

“에라! 더는 못 올라가겠어.”

오르막에 잔뜩 약이 오른 나를 향해 오빠는 조금만 더 가보자며 나를 다독였다. 이미 머리끝까지 짜증이 치솟은 나. 폭발 직전 오빠의 얼굴이 보인다.

‘그래, 내 감정 때문에 오빠의 기분까지 상하게 할 수는 없지. 좀만 더 참아보자.'

긴 호흡과 함께 숨을 들이켜고 내쉬어본다. 한결 괜찮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무거운 짐이 가득 실린 자전거에서 내려 두 손으로 질질 끌고 산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먹은 것도 없어 배고프고, 계속 산길을 자전거로 오르니 죽을 맛이다. 땀은 삐질삐질 흐르고, 뱃가죽은 솥뚜껑처럼 홀쭉하다.

큰 도로는 위험해서 산길을 택했는데. 후회막심이다. 척박한 산자락에서 소리를 채우는 것은 우리의 헐떡임 뿐이다. 둘을 제외하고는 물 한 모금 나누어줄 사람 한 명 없구나. 자욱한 나무, 바닥에 가득한 자갈돌. 너희가 밉게만 느껴진다.

결국, 나는 폭발해 버렸다.

“이건 아닌 것 같아. 배 타고 이 섬을 빠져나가자! 못 해 먹겠어!”

힘들어도 잘 참아왔던 나. 처음으로 포기의 말이 터져 나왔다.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 본인도 힘들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머리는 산발에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 지도를 꺼내 들었다. 이 악몽 같은 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선착장을 찾아야 한다.

“선착장까지는 얼마 안 걸릴 것 같아.
2시간이면 도착할 테니 조금만 힘내서 거기까지만 가자!.”

나와 오빠는 이 악물고 달리고 달렸다. 섬에 들어온 지 3시간 만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오르막과 길고 긴 사투 끝에 정상에 도착했다. 저 멀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몇 건물이 눈에 띈다. 왠지 저기가 선착장인 것 같다. 신나는 마음으로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죽어라 올라갈 때는 미워 죽겠더니, 정상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섬의 모습이 퍽 아름답다. 순간 이 황홀함에 껌뻑 넘어갈 뻔했으나,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냐. 이건 너무 힘들어 이곳을 빠져나갈 거야!”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과 바다를 따라 아래로 향했다. 머리를 스치는 바람이 수고했다며 나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나는 그저 미소로 화답한다. 내리막은 참 빠르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나아갈 때는 죽도록 힘든데, 나락으로 떨어지기는 참 빨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까짓거 신경 안 쓸 거다. 나락이란 것이 나와 어울리도록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사람들에게 물어 배편을 구매할 수 있는 매표소로 향했다. 들어가서 직원에게 이곳을 빠져나가는 배편이 있냐고 물어보니 다른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죽자고 달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선착장으로 가야 한다니. 그럼 자전거를 타고 다시 그 고생길로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일단 방법이 없어 섬을 빠져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털레털레 매표소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가지고 선착장 앞에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저 멀리 우리와 같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보인다.


자전거 여행자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있어보이는 자전거, 그 위에 밧줄로 각종 악기와 천 가방을 쌓아 올린 모습. 참으로 요상하다. 심지어 자전거 주인은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이리저리 각자의 악기를 점검하고 있다. 나는 선뜻 말 걸 용기는 내지 못하고 흘낏흘낏 그들을 훔쳐보았다.

오빠와 어떻게 할지 상의하고 있는데 정신은 그들에게 있었다. 그들도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내가 쳐다본 것을 그들이 눈치챌까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 오빠와 대화를 이어갔다. 일 분 정도가 지났을까 수염이 덥수룩하고 파마 머리를 한 친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Hi, are you bicycle traveler?”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내심 저 친구들의 정체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야. 유럽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있어.”

그 친구들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주변에 함께하는 친구들을 소개해주었다. 세상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우리를 안아주는 그들. 호의가 고마워 나도 환한 웃음과 포옹으로 답했다. 이 친구들은 각각 다른 나라에서 여행 온 친구들인데 여행 중에 만나 함께 여행한다고 한다.각자의 재능을 가지고 공연을 해 여행자금을 번다고. 이것이 자전거 위에 저글링, 기타, 훌라후프 등 각종 이해할 수 없는 물건들이 올려져 있던 이유다.

처음에 인사했던 친구가 우리에게 함께 여행을 해보지 않겠냐며 제안한다.

‘우리는 이 섬을 떠나려고 했는데. 어쩌지?’

난감해하는 나를 등지고 오빠가 덥석 그들에게 말한다.

“정말 그래도 돼? 우리야 좋지”

설렘에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오빠의 눈빛 참 오랜만에 본다. 오빠는 나에게 이 친구들이랑 함께 해보는 것이 어떠냐며 묻는다.

“오빠 그렇지만 외국인 친구들이랑은 처음으로 함께 여행해보고,
영어도 못 하는데......”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새로운 것을 늘 두려워하는 나는 겁쟁이다. 새로운 것은 나를 가슴 뛰게 하지만, 딱 그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두려울 때가 많다. 오 분간 고민했다. 왠지 오빠의 저 눈빛을 져버리고 싶지 않아 함께하기로 했다. 새로운 경험은 나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 여행이라는 건, 더 넓은 세상을 향한 행복의 질주니까. 이 세상이 나에게 경험해보라고 주는 일을 거부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날 저녁, 나와 오빠는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그들의 길을 따라 떠났다. 오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내일은 어디에 도착할지 그 무엇도 알 수 없는 시간 속으로 퐁당 하고 빠져든 것.

정해진 삶, 계획적인 삶을 추구하던 나에게 큰 변화가 올 것 같은 느낌. 나는 오늘 그토록 이나 싫어하던 오르막을 이 자전거와 함께 다시 오른다. 둘이 아닌 7명으로. 불만 가득한 얼굴이 아닌, 나지막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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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epv / 사월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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