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대만 여행 사진 3 (Trip to Taiwan: Landscape Photos in Hualien)

이번 편은 대만의 화련(花蓮, Hualien) 지역 모습입니다. 얼마 전 6.0 규모의 강진이 일어났던 그 지역입니다.
지진이 나기 하루 전날부터 화련에서 작은 지진 소식이 있기는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만은 워낙 지진이 잦은 지역이고 대비도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태로각 협곡을 보러 화련으로 출발했습니다.

타이베이(台北, Taipei) → 화련(花蓮, Hua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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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역 Taipei Station

타이베이에서 화련까지는 기차로 두시간 반에서 세시간 정도 걸립니다. 기차의 종류에 따라 조금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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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선이 제가 기차를 타고 움직인 경로입니다.
기차가 움직이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에 앉아야 이동하는 동안 대만의 동쪽 바다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반대쪽 좌석은 거의 산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차에서 나란히 앉으시려면 홀수대로, 혹은 짝수대로 표를 끊으셔야 합니다. 중국 문화권이라 그런듯 해요. (호텔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란히 방을 쓰시려면 홀수대로, 혹은 짝수대로 하셔야 바로 옆방이에요.)

예를 들어 기차의 오른쪽 좌석 줄은 1,3,5,7,9 … 이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지고, 왼쪽 좌석 줄은 2,4,6,8 … 이런 식으로 번호가 매겨집니다. 1,3번 좌석이 나란히, 그 뒷줄은 5,7번 좌석..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다 그런지 모르겠는데, 화련 방향으로 가는 기차는 짝수 번호의 좌석이 바다를 볼 수 있는 좌석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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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는 이렇게 생겼어요. 이건 신성 태로각역에서 타이베이역으로 돌아오는 차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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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역 View from Hualien Station

화련역 앞의 모습입니다. 저는 여행 일정상 타이베이역 → 화련역 → 칠성담 해변 → 태로각협곡 → 신성 태로각역 → 타이베이역 이렇게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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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 태로각역 앞에는 과일을 파는 노점상이 있는데 이곳이 '꽃보다 할배'에 나온 곳인가 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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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에 석가모니의 머리 모양을 닮은 초록색 과일이 '석가'라는 것입니다. 숙성된 석가는 정말 달아요. 그 정도로 단 과일은 처음 먹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역할 정도로 달다는 느낌이었어요. :( 시식해 볼 수 있으니 드셔보시고 사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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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의 초록색 동그란 것은 사과가 아니라 왕대추입니다.

칠성담 해변 (七星潭 海邊, Qixingtan Beach)

청나라 때부터 북두칠성이 보인다 하여 칠성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물살이 세고, 자갈이 많아서 날씨가 따뜻해져도 해수욕을 즐기기 적당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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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도 흐렸지만 바다 색깔은 정말 예뻤습니다.
바다 반대쪽은 군부대여서 함부로 사진을 찍으시면 안됩니다.

태로각 협곡 (太魯閣國家公園, Taroko National Park)

아시아의 그랜드캐년이라고도 불리는 태로각 협곡입니다. 얼마 전 지진으로 당분간은 방문이 어렵지 않을까 싶긴 하네요.
깎아지르는 대리석 절벽 아래로 석회 때문에 회색 빛깔의 탁한 강물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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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태백산맥처럼 대만의 동쪽에도 중앙산맥이 있습니다. 태로각 협곡은 대만의 일제 강점기까지는 산과 계곡 뿐이었는데 장개석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온 후 동서를 가로지르는 첫번째 고속도로(中部橫貫公路, Central Cross-Island Highway)를 만듭니다.

이 도로는 아래 사진과 같이 온전히 사람의 노력에 의해서 완성되었습니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소도구를 이용해 도로를 만들었답니다. 부역에 동원된 인부들은 대부분 퇴역 군인들이었다고 하네요. 공사는 1956년 7월에 시작하여 1960년 5월에 마쳐졌으며, 3년 9개월 정도의 시간 동안 공식적으로 약 200명 정도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비공식적으로는 2000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진을 통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이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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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장춘사(長春祠, Eternal Spring Sh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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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석의 위험이 있어 방문객들은 모두 헬맷을 쓰고 이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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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구 (燕子口, Swallow Grotto)

오랜 세월동안 풍화, 침식 작용으로 절벽에 수많은 구멍이 생겼는데, 이 곳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어 연자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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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교(慈母橋)와 자모정(慈母亭) Taroko Cimu Bridge and Pavilion

부역에 동원된 퇴역군인의 어머니가 매일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여 작업장에 왔는데 아들이 사고로 죽어 어머니 또한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장개석 총통이 이에 감동하여 다리의 이름을 자모교라 하고, 왼쪽에 자모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아시아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명칭까지는 좀 거창할지 몰라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절경이었습니다. 그 절벽 사이에 믿을 수 없이 뚫린 도로를 보면서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희생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요.

협곡을 따라 걷다 보면 원주민이 운영하는 휴게소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인들이 대만으로 넘어오기 전에 이미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후손이지요. 생김새가 중국인들과는 좀 달라요. 눈썹이 가늘고 예쁘며, 눈이 커서 약간 서구적인 느낌이 납니다.



이렇게 화련 지역 구경을 마치고 타이베이에 있는 호텔로 돌아와 막 쉬려는데 갑자기 가로로 길게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흔들림이 꽤나 오래 지속되어서 "어어어?" 하면서책상 다리를 붙들고 주저앉아 한참을 있었습니다. 순간 너무 무섭더군요.

흔들림이 잠깐 멈추자 무조건 문부터 열었습니다. 호텔 복도에는 이불을 싸들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는 중국인 투숙객들도 있었습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가오슝에 사는 대만 친구에게서 메세지가 왔습니다. '지금 지진이 난 것 같은데 어디냐, 괜찮은거냐' 하고요. 이번 지진이 꽤 큰 것이긴 하지만 타이베이에 돌아온 것이라면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켜 주는 친구 덕분에 안심하고 잤습니다. 외교부의 주의 문자는 쿨쿨 자고 난 그 다음날 업무시간이 시작된 후에야 오더군요. (씁쓸)

지진이 몇시간만 일찍 났거나 제가 화련 지역에서 1박을 하는 일정이었다면 제가 지금 이렇게 여행 사진을 남기고 있지 못할 수도 있었겠죠.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다는 소식에 계속 마음이 쓰여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도 계속 사고 뉴스를 검색해 봅니다. 이번 지진으로 사망하신 분들, 좋은 곳으로 가시길... 다친 분들도 얼른 나으시고, 특히 한국인 여행객들도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행 사진을 업로드 하다 보니 저 엄청 열심히 돌아다녔네요. 사진 정리해서 업로드 할 것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한참이 걸려요. 하하. 다음엔 대만 여행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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