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나는 왜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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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한 회사의 업무에 익숙해질 즈음에 나의 사수셨던 과장님이 보여준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돌에 노란 화살표가 그려진 숲길 사이로 사람들이 배낭을 메고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과장님은 이 길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면서 나이가 들면 꼭 이 곳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별로 성지순례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나였기에 그 때는 그렇구나 하고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문득 그 사진이 떠올라 서칭을 하게 되었고 정보를 찾으면 찾을수록 신기하게도 내가 꼭 그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 자리가 내 자리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내 머릿속은 온통 산티아고로 가득 차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고 다시 돌아오면 힘든 취준생활을 다시 해야 할 수 있었다. 미래가 불투명했고 몇몇 지인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차라리 휴양을 가는 것이 어때?"
"우리나라도 볼 게 많아, 타지까지 그 고생을 왜해?"
"결혼 계획은 없어?"

물론 그들의 조언이나 충고가 나를 걱정해서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산티아고에 매료되어 있었으며 당시 사이드잡에 영어 공부까지 하고 있던 터라 여유가 없었음에도 터라 시간나는대로 여행자들의 수기를 찾아 읽고 그 길을 걷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처음 산티아고를 알게 된지 1년 뒤 나는 그 곳으로 향했다.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The Way of St. James , Camino de Santiago]

이베리아 반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묻혀있는 야고보 성인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떠난 후 야고보성인이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 이 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콤포스텔라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의미로 밤에는 순례자들 은하수를 보고 길을 찾아갔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지만 그 중에서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길은 생장피에드포드에서 시작하는 '프랑스길'로 약 800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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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길 (출처: 구글이미지)


"What brings you here?"
많은 여행지를 놔두고 사서 고생한다는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왜 가고 싶었던 것인지,딱히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종교가 천주교라 성 야고보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싶어서도 아니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같이 다녔던 한 친구는 "젊어서 고생 사서하자"라는 마음으로 왔다는데 나는 딱히 그런 마음도 아니었던 것 같다. 젊어서도 "고생은 피해"야 한다는 주의이기 때문이다.

순례를 하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 곳에 온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종교적인' 이유와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긴 했지만 그것이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질문을 하면 할 수록 "내가 도대체 왜 여기 있지?"라는 의문이 들 뿐이었다.

*누군가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
누군가는 병을 낫게 해 준 신에게 감사하다며,
누구가는 세상을 뜬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걷는다.

나는 왜 왔을까?
11시간 파리까지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서 비아리츠까지 또 비행기를 타고, 바욘에서 기차를 타고 생장까지 와서
머나먼 이국 땅, 이베리아 반도를 800km나 걸어야 하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고 가야 할 거리보다 남은 거리가 짦아질수록 내가 왜 이 곳에 왔는지 그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연도 목적도 없는 내가 그 수 많은 걸음 속에서 내가 찾은 답은
"그냥, 이 곳이 날 불러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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