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즐거운 일은 없다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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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진정 즐기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즐겁지 않다고 한다. 이를 고상하게 설명하면 외재적동기는 내재적동기를 해치기 때문이다. 내재적동기를 통해 행할 때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목적을 달성했을 때의 즐거움이 행위를 이어가고 능력을 발전시킬 원동력이 되지만 외재적동기를 통해 행할 때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행위에 따르는 보상, 혹은 처벌의 회피가 원동력이 된다. 나약한 인간의 정신은 한번 외적 보상이 주어진 순간 내재적 동기를 잃어버리곤 한다. 그래서 즐기는 것도 일이 되는 순간 즐겁지 않은 것이다. 즐겁기 위해 시작한 비디오 게임을 더 이상 즐기지 못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얼마나 많은가.

논어의 유명한 구절 중 하나가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구절인데, 이 또한 연구결과와 부합한다. 아무리 높은 수준의 외재적동기를 갖추었다고 해도, 내재적동기를 갖춘 사람에 비해 수행능력이 크게 뒤쳐진다. 그리고 내재적동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란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니 공자가 제대로 관찰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재적동기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일을, 외재적동기에 의해 시작하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 충분한 내재적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외적보상이 주어지면 내재적동기가 무너지곤 하는데 내재적동기가 애초에 없는 경우에는 어떨까? 내재적동기가 없으면 수행능력이 떨어지고, 수행능력이 떨어지면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비록 현대사회에서 수행능력과 생존율이 완전히 정비례하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비례하는건 아니다. 그러므로 살아남은 사람들 중 일부는 외재적동기만 가지고 시작한 일에서 내재적동기를 끌어냈다는 의미다.


사실은 다른 내용을 다루려고 했다. 그런데 생각은 흘러가게 두고, 손가락은 움직이게 두었더니 전혀 의도하지 않은 글이 나왔다. 자각한 순간 생각이 멎었다. 원래 쓰려던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건 아니지만, 연결고리를 찾을 체력이 없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서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며 변명을 남겨 놓고 원래 쓰려던 이야기를 해본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청소를 굉장히 집중해서 했다. 꼼꼼하게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내가 특별히 청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고, 청소를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 받은 일도 없는데 말이다. 그냥 그렇게 청소를 했다. 그리고나만 그렇지는 않았다. 내 친구들도 그랬고, 여기저기서 보이는 아르바이트생들도 비슷하다.

나는, 우리는, 그들은 왜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했고, 하고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다. 손님이 없는 시간에 무료하게 서있느니 무엇에라도 집중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 표정을 잘 숨기지 못 하는 나는, 사색을 하면 표정에서 드러나는데 사장들은 내가 사색하는 모습을 싫어했다. 항상 웃고 있으라고 했다. 그래서 청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로 마네킹처럼 서있어야 한다. 청소를 했던건 바로 이 이유였던 것 같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무료한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청소를 했을까. 그들도 그랬을까?


쓰다보니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구절절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냥 단절된 상태로 두고 싶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맺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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