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Cat No life : #17. 누가 이 아기를 왜, 이렇게 버렸을까요?

딸 아이가 급하게 카톡을 수십 통을 보냅니다. 

아파트 담 벼락 보도블록에 스티로품 박스에 새끼 고양이가 담겨서 담요를 덮은채 놓여있으니 어떻게 해야할지를 물어보네요.  너무 너무 어리고 눈꼽이랑 코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데 아픈것 같다고, 혹시나 엄마 냥이 있을 수 있으니 잘 확인하라 했는데 제가 보니 그 위치에는 엄마 냥이 새끼냥을 둘 위치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보도 한 가운데 덩그러니 스티로품 박스에 두고 가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걸까요 담요 한장 덮어놓고 갔습니다.

항상 그 길을 다니는 딸 아이의 친구가 말합니다. 어제 저녁까지도 그 길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아침에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밤에 와서 몰래 두고 간것 같다고...

오늘은 궁디팡팡 캣페스타를 보러 갔던 터라 카톡을 보고 난 후 부터는 계속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저는 지금 현재로는 둘째 아이를 들일 계획이 없었고, 그리고 아픈 아이를 구조한다고 해도 유기묘 센터에 보내면 또 저대로 입양이 되지 않고 안락사가 되는건 아닐까, 그렇다고 저대로 둘 수도 없고....

아마 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사실 좀 고민을 했습니다. 구조를 해서 치료를 해도 살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좀 희박해보였습니다. 버려지기 전에도 거의 돌봄을 못 받은 것 같고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을 봐도 채 한달도 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아픈 아이를 구조해서 어느정도의 비용을 써서 치료를 하는지를 보아왔기에 저도 그 부분이 고민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겁니다. 

그래도 구조를 하기로 결심을 합니다. 아마도 우리 키키 때문일 겁니다.  우리 키키가 자꾸 마음에 걸리면서 이 아이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를 구조하러 갑니다.

아이의 모습은 정말 꼬질꼬질, 덕지덕지, 콧물, 눈물, 눈꼽, 온 몸에 붙은 진드기....

버려지기 전에는 과연 엄마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엉망이고 만져보니 얼마나 굶었는지 너무 말랐습니다.  도와달라는 건지 아프다는 건지 목청을 높여 울어댑니다. 물이라도 먼저 먹여보려고 하는데 먹으려하지도 않습니다.

아마도 아주 새끼 고양이를 누군가가 키우려고 가지고 갔다가 키우기가 힘들다고 그냥 버린것 같습니다. 아주 새끼때는 엄마가 있었을텐데 키우지도 못할 사람이 데려다가 제대로 돌보지도 않고 저렇게 다시 버린것 같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를 안고 근처 24시간 동물병원에 갔습니다.

일단 나중에 좋은 집사님을 찾아서 보내더라도 임보하는 기간 동안이라도 건강을 회복해야하고 제가 키우게 되더라도 지금의 몰골로는 몇일이나 더 갈 수 있을까 싶어서 일단은 치료를 해야했고 특히나 이 아이 뿐만 아니라 제게는 키키가 있기 때문에 전염성 질병이 있는지는 꼭 확인해서 치료하고 데리고 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범백, 세균 검사, 엑스레이 등을 찍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가 누런콧물에 계속 된 재체기에 숨소리도 좋지 않고 여러가지 좋지 않은 세균들이 너무 많이 보이고 특히나 엑스레이로 보니 폐의 상태가 나쁘고 장에는 먹은게 없어서 텅텅 비었는데 가스만 가득차서 장도 좋지 않고 냄새도 너무 많이 난다고 하네요. 

감염성 호흡기 질환, 장 질환, 그 외 기타 주요 전염성 질병이나 치명적 질병에 대한 검사가 필요해보이신다 해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아이가 너무 먹지를 못해서 수액맞고 유동식부터 해서 급여를 시도해 보시겠다고 하네요.

선생님은 최선을 다하시겠지만 솔직히 치료에대해서 확신이 없으시다고 하십니다. 너무 어린데 (250그람, 3주 정도?) 이 상태로 방치 된지가 꽤 오래 된것 같다고 치료를 하더라도 치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하실지를 물으시네요.

일단 중요 검사와 당장 입원을 진행하는데 70만원 가까이 비용이 들것 같으니 잘 고려를 해보시라고...

잠시 고민은 했습니다만, 저는 이 아이를 치료해주고 싶었습니다.  잘 치료해서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이쁜 냥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고 제가 키키에게 받았던 애정만큼 누군가도 어쩌면 제가 키우면서 또 다른 애정을 이 아이에게 받을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키키와 함께 몇일을 지낼지 평생을 지낼지모르겠지만 키키를 위해서도 이 아이는 건강하게 저희집에 와야하기에 더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병원에서 길냥이에 대한 지원으로 일정 부분 할인과 몇 가지 치료를 무상으로 진행해주시기로 하고 일단 55만원 정도 선에서 치료비를 지불하고 입원을 시켰습니다.  치료하면서 추가로 더 비용을 들겠지만 그래도 그 아이를 보고 구조를 결정했을때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은 그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댓가로 지불하리라 마음먹었던 지라 제가 할 수 있는 내에서는 치료를 시켜보려합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한번 상태를 보고 몇일 뒤에 전염성 질병에 대한 결과 등이 나오면 제가 집으로 데려와서 간호를 할지 아니면 병원에서 더 치료를 계속 할지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얼굴을  씻기고 몸에 붙은 진드기를 좀 떼고 보니 너무 이쁜 아이입니다.

고된 시간이었는지 이렇게 손가락에 머리를 대고 쪽잠을 잡니다. 얼마나 배고프고 무섭고 아프고 힘들었을까요?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은 아기인데 말입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먹고 잘 치료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서 안아볼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양이 합사가 쉽지 않은 과정이라 우리 키키와의 만남이 또 한 단계 넘어야할 큰 산이기는 하지만 일단 먼저 건강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아직은 이름을 지을 정신도 없어서, 사실 이것 저것 질병건으로 인해서 성별도 묻지를  못했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고양이"로 챠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얼릉 이쁜 이름도 가지고 새로운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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