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배우는 생존술(3)-털 관리와 자연스런 요가(#62)

고양이는 유연성과 균형감각이 놀랍습니다. 자기 머리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면 몸 전체를 다 밀고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유연합니다. 연골이 많아 부드럽습니다.

고양잇과 동물들은 대부분 균형감각이 좋습니다. 높은 곳을 잘 올라가고, 뛰어내릴 때 두려움이 없습니다. 웬만한 높이에서 떨어질 때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회전시켜 안전하게 떨어지거든요. 날개 없는 새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타고 났지만 몸 관리를 게을리 해도 그 능력이 남아날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더 열심입니다.

고양이 하는 짓을 보면 그렇습니다. 지난 두 번의 포스팅(기지개 켜기와 발톱 다듬기)에 이어 이번에는 ‘털 관리’입니다. 고양이가 정성스럽게 털을 관리하는 걸 ‘그루밍’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그루밍 과정에서 요가 동작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겁니다.

짐승들한테 털이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요. 탈이 나는 위치에 따라 그 역할이 다르긴 하지만 크게 보자면 몸 보호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일 것입니다. 털을 잘 다듬어둘수록 생존에 유리합니다.
일괄편집_둥이 이빨-_-.JPG

많고 많은 털 가운데 고양이는 특히 입 둘레에 나는 수염을 아주 소중히 여깁니다.

이 수염은 둘레 움직임을 느끼고, 공간을 탐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냥감을 낚을 때도 중요하고, 높은 곳에 올랐거나 땅으로 뛰어내릴 때 필요한 균형감각을 살리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때문에 틈만 나면 이를 혀로 핥아 깨끗이 합니다. 특히나 먹이를 먹고 난 뒤에는 우리가 양치질 하듯 정성스레 핥습니다. 수염에 묻은 잡냄새는 다음 사냥에 무척 불리할 테니까요.

이렇게 보면 우리 사람이 하는 양치도 달라져야합니다. 하루 세 번이 아니라, 무얼 먹든 먹고 나서는 양치를 하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하네요. 상대방에 대한 예의 이전에 내 몸 관리라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고양이가 수염을 닦자면 먼저 혀로 앞발을 정성스레 닦습니다. 이 앞발로 다시 수염을 닦아요.

가만히 지켜보면 그야말로 도 닦듯이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정성껏.

그런 다음 몸 구석구석을 다 핥습니다. 그러자니 고양이는 목 운동을 자연스럽게 합니다. 심지어 사타구니와 생식기까지 정성스레 핥습니다. 아주 멋진 요가 자세가 나옵니다.
일괄편집_요가중?.JPG

고양이 따라 흉내를 내어봅니다. 쉽지 않습니다. 우선 어색합니다. 내 몸과 내 마음이 분리된 걸 느낍니다. 침이 더럽다는 인식이 굳어있습니다.

또한 사람은 고양이처럼 몸이 부드럽지 않습니다. 저 역시 이런저런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체조선수나 요가를 했다면 다르겠지만. 고개 숙여 바로 턱밑조차 혀가 닿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느낀 건 자기 사랑과 자존감이지 싶습니다.
고양이는 그 어느 동물보다 자존감이 높습니다. 개하고는 크게 다릅니다.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결코 꼬리치지 않습니다. 독립심이 높아,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자기 몸을 잘 돌본다는 건 곧 자존감의 바탕이 아닐까 싶네요. 마음의 중심이 굳건합니다.

사람은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머리털일 것입니다. 틈틈이 머리털 만지기를 합니다. 손가락 빗질이라고 할까요? 열 손가락으로 두피를 자극할 정도로 만져줍니다. 가끔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려도 줍니다.

그 다음 ‘자기 스킨십’입니다. 우선 한 팔로 다른 팔을 가만히 문질러보세요. 기분이 묘하게 좋습니다. 연인끼리 나누는 스킨십과는 뭔가 다른 느낌.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사랑하는 느낌. 내 몸을 근원에서부터 고마워하는 스킨십. 사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지르곤 합니다. 마른 세수지만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그리고 적당한 힘으로 몸 구석구석을 토닥토닥 두드려줍니다. 그 과정에서 요가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고양이한테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