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취업을 포기하고 싶습니다 - 번 아웃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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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포기하고 싶습니다 - 번 아웃 증후군

written by @hyunyoa


스팀잇에서 마지막 상념글을 쓴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그간 나는 새로운 과외를 시작했고, 미뤄두었던 친구들을 만났고, 원했던 인턴에서 서류 낙방을 한 뒤 원하지 않은 곳에서 최종합격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음에도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이기에 당연히 야근이 있고, 야근 수당은 인턴 월급에 포함되어 있으나 얼마인지 말해주지 않는 곳.. 무언가 예전 인턴의 악몽이 떠올라 하지 못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통장 잔고는 늘어날 리 없겠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수많은 인턴에 도전해본 결과,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곳들은 대부분 열정페이를 강요한다. 계속해서 인사 담당자와 문의를 하며 느낀 건 영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여행을 위해, 그리고 더 나아질 삶의 질을 위해 영어를 마스터해야겠다고는 생각했으나 정규직도 아닌 계약직 자기소개서를 쓰며 영어의 중요성을 느낄 줄은 몰랐다.

인터넷을 켜고 가장 많이 보는 카페는, 네이버 스펙업이다. 특히 취준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답변을 받는 게시판. 각자의 스펙을 평가하는 게시판도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실패를 겪고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적는 곳이 아닌 학교와 학점, 대외활동, 자격증, 인턴 경력, 공모전을 투박하게 적는 곳. 예전의 나라면 그 사람들을 이기기 위해 어떤 스펙을 쌓아야할지 고민할 텐데, 지금의 나는 그러고 싶지가 않다. 이 지긋지긋한 스펙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다.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서는 여행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과외와 부족한 결단력으로 아직 항공권을 끊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글에서 찡찡대고 있으니 점점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되고 있나, 라는 생각이 쿵. 그러면서도 무기력하게 다시 또 쿵. 쿵쿵대는 머릿속에서 나를 잡기가 어렵다.

취업을 포기하고 싶다. 사람에게 치여 업무를 하고 싶지도, 꼰대같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도, 야근을 하며 일에만 나를 버리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숨만 쉬고 살아가는 데도 돈이 필요한 나를 위해 일해야 하는 현실.. 스타트업에서는 꼰대같은 상사는 없겠지, 하고 지원했건만 야근 수당 없는 야근이라니.. 일본에서 유행하는 프리터족처럼 아르바이트만 하고 생계를 유지하고, 취미로 소설을 쓰며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싶은 요즘. 그나마 다행인 건, 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있지만서도 또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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