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내가 만난 영화관 진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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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다렸던 영화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관은 어벤져스를 보려는 인파로 승강기서부터 인산인해였다. 역시 기대작답다는 생각과 함께 엄습해오는 불안감 한 가지.

 ‘아, 몰입해서 보긴 틀렸구나.’

내가 재수가 없는 건지 신작 영화를 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진상들 때문에 영화 몰입을 방해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노이로제에 걸렸는지 상영관에 가득 찬 사람만 봐도 한숨부터 나올 정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행히 어벤져스를 보는 동안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만한 진상은 없었다(다만, 망할 자막이 몰입을 방해했지만).

각설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영화관에 다녀온 김에 날 영화관 노이로제에 빠트린 진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다소 발암일 수 있으니 유의하시길.




먹방BJ 영화관에 먹으로 오셨어요?


영화 초반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 나는 숨을 죽이며 영화에 집중했고 내 왼편의 사람은 팝콘에 집중했다. 바스락바스락, 와구와구, 쩝쩝.

처음엔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건 당연하니 참아보려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팝콘을 먹어대는 소리에 상영관 안은 쩝쩝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찌나 팝콘과 콜라를 맛나게 드시던지 흡사 먹방BJ가 방송을 하는 줄 알았다.

멈출 줄 모르던 그의 먹방은 나를 포함한 주변의 수많은 눈총에 먹던 팝콘을 내려놓는 것으로 평온을 되찾았다.




반딧불이 영화관에 사는 반딧불이


영화가 시작하기 전부터 내 앞사람은 열심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광고가 나오고 있었고 상영관 불도 켜져 있던 상태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영화가 시작해도 이 사람은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서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뭐, 급한 일이 있겠지. 나름 이해해 보려 했지만 나중에는 대놓고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대체 뭐하나 싶어 잠깐 들여다봤더니 글쎄 이 자식이 문자도 아니고 게임을 쳐하고 있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진심으로 화가 쳐 올라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좋은 말로 타이르자 별꼴이라는 듯 날 한 번 쳐다보고는 그제야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핸드폰 빼앗아 던져버리고 싶었다.




설명충 아, 쟤는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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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을 보러 갔을 때였다. 내 앞으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줄줄이 들어와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들이라면 으레 어수선할 거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영화 시작 전 아이들은 서로 웃으며 장난을 쳤고 난 그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막상 영화가 시작하니 아이들은 꼭 뭐에 홀린 것 마냥 영화에 집중했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 중 한 명이 입을 열면 조용하라고 주의까지 주는 것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내 오른편에 앉은 커플들이었다.

새로운 뮤턴트들이 나올 때마다 여자는 남자에게 캐릭터에 대해 일일이 물었고 남자는 그걸 또 주절주절 떠들고 앉아있었다. 멀지도 않은 거리라 설명이 귀에 아주 쏙쏙 박히는 게 무슨 히어로 해설사와 함께 영화를 보는 줄 알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 조용하다 싶어 돌아봤다. 영화가 재미가 없었는지 그들은 자리에 없었고 먹다만 팝콘과 콜라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럴 거면 진작 나가든가!




관광객 어디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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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를 보러 갔을 때였다. 내 생에 처음으로 아이맥스 상영관에 간 날이었는데 상영관은 초만원 상태였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서울인데 설마 진상이 있겠나 싶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간과했는데 바로 ‘진상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사실이었다.

내 앞의 한 여자는 비행기가 나올 때마다 무슨 관광지에 온 관광객 마냥 손을 들어 비행기를 가리켰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덩케르크는 비행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아니, 비행기를 처음 본 것도 아닐 텐데 도대체 왜!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남자 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수시로 팔을 내려며 제제를 했지만 그녀는 당최 멈출 줄 몰랐다. 나중엔 영화에 흥미를 잃었는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몸을 수시로 비틀어댔으니 내 인생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 관람이 최악의 순간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 네버! 다시는! 사람 많은 곳에서 영화를 보지 않으리라.




심야의 불청객들 어서와 심야진상은 처음이지?


요즘은 사람들을 피해 심야영화를 자주 본다. 집과 가까운 영화관은 심야엔 사람이 별로 없다. 많아야 열 명 남짓. 물론 그렇다고 진상이 없는 건 아니다. 사람이 없는 심야에는 더 특별한(?) 진상들이 있다.

코를 골며 자는 인간, 술 냄새를 풍기는 인간, 봉지과자를 먹는 인간, 통화를 하는 인간까지. 앞서도 말했지만 진상은 언제 어디에나 있다. 사람이 적다고 진상이 없는 건 아니다. 그저 만날 확률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뿐.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역시 집에서 마음 편히 혼자 캔 맥주나 마시며 보는 게 최고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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