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o Deutschland :-)

글을 쓴다는 것이 이리도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네요.
이 곳에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지 약 두어달 만에 독일이란 나라에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독일에 온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모든 것이 용기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습니다. 마음은 한끝 차이라 어떤 생각이든 뒤집을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이 어려워 매번 망설이고 고민하게 되네요. 아마도 내 자신의 것이 타인에 의해 읽힌다는게, 달라진 상황에 대한 소식을 타인에게 알려진다는 것이 아직도 마음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유학 오기 한달 전 서울 자취방의 모든 짐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가족들의 품에 말 그대로 쏙 안겨 지냈습니다. 딸바보인 아빠와 애증의 관계로 똘똘뭉친 사랑스러운 엄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까지 모두 한 마음을 다해 저에게 최선을 다해준 그 한달로 인해 제 마음이 다시금 흔들 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꿈으로 초롱거리던 눈이 안락의 사랑 안에 다시 희미해지고 '인생 뭐 별거 있나'싶은 마음이 슬금 슬금 올라온 것이지요. 어떤 꿈을 이루고자 유학을 결심했는지도 까마득히 잊고 지낼만큼 정말 한여름 밤의 꿈같은 나날들 이었습니다. 결국 8월23일 무서운 태풍이 한국을 강타할 그 무렵에 저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프랑크푸르트로 향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도착 후 갑작스런 핸드폰 먹통과 고모의 투병소식이 제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지만 저는 아주 작은 것들로 부터 서서히 저를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좋게 참여하게 된 프랑크푸르트 Messe(박람회)축제[영화, 건축, 사진, 괴테하우스 등 모든 박람회 7유로]는 제게 뜻하지 않게 큰 떨림을 주었고 괴테의 집에서 만난 그의 행적들은 존재만으로도 예술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예술과 철학이 깃든 도시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고 듣는 것이 달라지니 서서히 제 눈에는 초롱한 물방울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3일간의 짧은 여행 후 저는 쾰른으로 갔습니다. 집이란 곳의 존재가 그런 것인지 저는 다시 나태와 우울에 서서히 빠지고 있었어요. 돌아갈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며 하루 종일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그 순간들은 그야말로 Sad.. 타지에서 우울에 빠지면 안된다는 친구들의 조언을 떠올리며 저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더 꿀꿀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미디어에 빠진 제 모습을 보며 드는 자괴감에서 비롯된 것이었지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음날 아침 부드러운 햇살이 방 안을 노란빛으로 비추는 것을 보며 저는 왠지 모를 행복감에 휩싸인 채 눈을 떴습니다. 포근한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 책장으로 가보니 이전에 살던 사람의 책들이 한가득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철학, 인문학, 이미지서적, 소설, 독일어 원어 서적, 그리고 사진집 몇 권과 사전... '이 집은 나를 위한 집일까?' 싶은 생각이 스치는데.. 그 순간 저는 저를 가둬둔 두려움과 무거움이 가볍게 사라졌습니다. 다시 저의 목적의식을 찾게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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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하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결단을 내려야 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될까요. 그 중에서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일도 있고 작은 용기가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저에게 유학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나날들 또한 용기를 내어 살아가야 할테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용기가 내 삶을 바꾼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두려움 앞에 무너져 발을 내딛지 않는다면 상황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의지보다 중요한 것이 용기, 상황을 바꿔줄 꿈을 향한 그 선택이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이지만 저는 이제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철학자들을 마주하며 예술을 공부할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생겨날 일들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해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힘겹게 내린 결단과 용기가 가져다준 이 상황에 감사하며 고독이 올 때마다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 이곳에 함께하는 당신에게도 용기있는 선택이 만든 아름다운 하루가 함께하기를 소망하며 : )

C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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