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라는 작은 언덕을 넘고 사회라는 사막으로 나아가는 지금.

핸드폰이 켜지지 않던 아침,
실감이 나지 않던 모든 것들
이 순간이 부디 그저 지나가기만을 바랐던 수많은 시간들 중 어떠면 가장 벅찬 순간.
순전히 흘러갈 것 같던 모든 것들도 결국 작은 어떤 것 하나로 모두 무너지기도 한다.

다정한 사람인줄로만 알았던 내가, 이토록이나 냉랭한 공기를 품고 다녔다는 것을 사뭇 깨닫는다.
어쩌면 평생 안고 고치기 위해 안간힘 쓰게될 나의 인격.
엄마의 가장 모난 부분을 내게도 허락하신 하나님.
결코 차가운 사람은 아니기를 바랐던 지난 날 속에서 결국 난 차가운 공기를 내것으로 만들었구나.
원망할 것이 무엇일까.
아무것도 원망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롭고 어쩌면 신비로운 삶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다양한 사람 속에 누구보다 뾰족한 한 사람, 바로 나.
나의 모난 인격을 깨달았던 지극히 아프고 지극히 값진 나의 순간들.
한순간의 꿈같은 시간으로만 지나치기엔, 아픔이 너무 컸던 지난 날들.
할 수 있는 말을 어찌 모두 다 하며 살 수 있을까.
지금 이순간도 내 안의 고백들이 불확실한 언어로 뻗어지는 것 같아 찜찜하다.

어쨌든
오늘 나는 핸드폰을 잃었고,(잠깐이길 바란다)
나의 친구 혜진이를 더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가 나의 영원한 사랑인지 깊게 고민했다.(이것은 꽤나 심오한 부분임을 깨닫는다.)

눈물로 도톰해지 눈꺼풀이 점점 내려온다.
잠이들면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
꿈 속에서 그의 손을 잡으리라.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지리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감싸는 이 순간이 좋다.

0815.2017.am12:37


드디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약 5년의 시간동안 깨달은 것을 정리하고 보니 이 날의 일기와 사뭇 닮아있어 이곳에 옮겨왔습니다. 성경은 66권이지만 그 속에 성경과 아주 닮은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이사야서. 66절로 구성된 작지않은 장이지만 66권중 가장 성경과 닮은 장이라 할수 있는 특별한 장입니다. 이처럼 제 대학생활 5년의 축소판은 작년 여름이었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도 그것은 특별했다 말할 대학생활, 그리고 청춘.
제게도 또한 잊지못할 것들로 가득찬 그런 순간들 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촌년이 장학금을 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정말 죽어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이뤄낸 결과는 숨마 쿰 라우데 졸업.
이는 제가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더 큰 희생과 잃음을 통해 얻어낸 결과였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결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저의 고뇌와 이기심이 섞인 순간들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크고 작은 아픔과 봉사활동, 그리고 인간관계의 변화로 인해 저는 서서히 변화되어 갔습니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제 것 챙기기에 바빴던 저의 지난날들이 부끄러워진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요.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은 장학금이 아니라(물론 아니라고는 못할 것입니다) 제 삶과 삶속을 이루는 행복임을 깨닫게된 순간부터 였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자꾸만 어려움을 겪는 제 모습을 통해 부모님이 함께 아파하셨다는 것을 알게된 순간부터 저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외동으로 태어나 사랑을 받을줄만 알았던 저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남들은 이미 다 갖고 살아가는 배려하는 마음을 저는 끝없는 연습을 통해 형성했고, 사람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흘린 눈물로 사랑하는 법을 깨달아 갔으며, 내가 가진 지식과 소유들을 베풀고 뒤쳐진 이들을 끌고 와야 하는 이유를 몰랐던 저는 수많은 독서와 만남을 통해 조금씩 깨달아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난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인생은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이 저는 참 오랜 시간을 거쳐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숨 가쁘게 지내온 지난 날들이 후회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멀어진 사람들과 차가운 저로 인해 힘들었을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 알고있던 것들 그때도 알았더라면 저는 더더욱 부자가 되었을 것이지만, (친구부자..!) 부족한 저를 지금의 제 모습으로 만들어준 지인들과 멘토같은 친구들이 곁에 있기에 이제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대학생활은 정말 이것이 전부 다 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인격형성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깨알같이 경험했던 짜릿한 사랑과 따뜻한 우정, 그리고 신앙과 여행의 경험, 추억들이 있었기에 그것이 더욱 풍성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졸업은 작은 언덕과 같다.
하나의 언덕을 넘으면 건너야 할 호수가 나타나고,
그 호수를 건너면 정글이 나타난다.
또 정글을 통과하면 큰 산이 기다리고,
그 산을 넘어가면 다시 넓은 사막이 나온다.
그 사막에서의 마지막 오아시스는 바로 내 안에 있다.
-나는 뉴욕으로 출근한다, 윤수정

언젠가 읽은 책에서 적어둔 글입니다.

작가의 말에 빗대자면 저는 이제야 하나의 언덕을 넘었습니다.
여전히 형성해야 할 인격은 투성이고, 변화되어야 할 부분은 평생을 걸쳐 마주할 것입니다.
그 뿐아니라 대학원과 진로, 결혼이라는 아주 큰 산들이 제 앞을 막아 설 것입니다. 하지만 호수와 정글을 지나 넓은 사막 가운데 내 안의 오아시스를 반드시 찾아낼 것입니다.

그 여정 가운데 글을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 스티밋 이웃분들을 통해 위로를 얻고 쉬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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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
Coco.

(사진은 제주 애월의 어느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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