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풍경 -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난다

참 웃을일 많지 않은 세상이다. 마트에 장을 보러가도 별로 산 것도 없는데 십만원은 훌쩍 넘어가고, 뉴스에 헤드라인으로 나오는 정치 관련 이야기는 웃을 일을 만들어 주기 보다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게 한다. 어느 순간부터 TV의 개그프로그램을 봐도 마음껏 웃어지질 않는다. 사실 웃긴다고 하는데 별로 웃기지가 않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또 대학에 들어가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왔지만 불안한 미래로 인해 정말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거기다 더해지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업무 스트레스는 우리네 삶에서 웃음기를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산다는 자체가 가끔은 곤욕이고 고통과 외로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하나, 둘 낳아 키우며 이런게 진정 행복이구나 느낄 때가 많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이런 행복이 깨지는 건 아닌가 필요도 없는 걱정을 하고는 한다. 그런 행복감은 아무 이유없이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길을 가다가, 회의를 하는 중간중간 이유없이 치밀어 오르곤 한다.

가끔 아버님은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활짝 웃으시며 그래서 옛말에 아이들 있는 집에서는 웃음소리가 싸리대문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있다고 하시며 아이들 때문에 웃는다고 하신다.

우리 아버님이 5남 1녀중 장손이시니 제사며 차례며 우리집에서 지낸다. 그러니 도련님들까지 다 모이면 설날 아침 우리 시댁엔 발 디딜데가 없을 정도다. 작은집 도련님들은 아직 장가를 안 드셨으니 몇년이 지나 진짜 손주들까지 모이면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 셋만으로도 충분히 집안에 웃음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별것도 아닌 행동도 어른들에게는 신기하고 기특한 일이지 않은가.

2015년 2월. 우리 아들이 만 2세도 되지 않았던 설날. 그때 난 배속에 있던 둘째가 조산증세가 있어 병원에 2주간 입원해 있었다. 그 때 혼자 쓸쓸히 병원 신세를 지어야 했지만 신랑이 보내준 사진 한장만으로도 온 가족의 기분 좋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18개월 아이의 세배하는 모습 하나에 온 가족이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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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3년이 지난 오늘은 외아들이 낳은 손주가 셋이나 늘어있었고 부모님이나 내가 느끼는 기쁨은 3배 이상이 되었다. 우리 첫째는 꼴에 유치원에서 뭔가를 배웠다고 동생을 가르치고 나선다.

여자는 밥먹는 손이 위고, 남자는 밥먹는 손이 밑에 가야해.
(세배를 다 하고 난 뒤에는 다소곳이 앉아서는)
이제 가만히 있어야해. (동생이 가만히 앉아있질 않으니)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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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섯살 먹은 아이가 동생을 가르키는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우리 모두는 배곱이 빠질 지경이다. 둘째는 아직 세배를 하는 건지 벌러덩 누워버리지 건지 모르겠지만 이 모습도 우리가 보기에는 그 모습 그대로 너무 예쁜 모습이다. 아이들이 있기에 만끽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순간이다. 웃을 일 없는 세상에도 아이들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쁨이고, 웃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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