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春子-5

언니가 불렀다.
이리 와서, 언니 옆에 와서
미용기술을 배우라고 했다.

군인아저씨와 결혼한 언니는
서울 하고도 용산 어디쯤에 살고 있다.
거기, 시골구석에서
남의 어마이, 남의 자식 치다꺼리 하지 말고
서울로 올라와 미용기술을 같이 배우자고 했다.

서울은 아주 바쁘게 변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모여든 사람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바삐들 산다고 했다.
시골 구석에서 남의 치다꺼리 하다가
농사꾼한테 시집가지 말고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라고 했다.
자리 잡을 때까지 언니 집에서 지내라고 했다.

아부지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
시집간 딸한테 친정식구는 남이라고 했다.
아부지는 시집 간 딸한테나, 시집 안 간 춘자한테나 이미 남인데 그걸 모른다.
서울이 어디라고 겁도 없이 가려고 하냐고 했다.
서울이 어디라는 걸 몰라도, 이 집보다는 덜 무서울 걸.... 흥, 아부지는 그것도 모른다.

둘째 오빠가 있었다면, 내 편을 들었을 것인데....
둘째 오빠는 3년 전에 집을 떠났다.
인천 어디에서 남의 집 일을 한다고 했다.
오빠가 일을 하도 야무지게 잘 해서
오빠를 지켜보던 어떤 어른이 오빠를 양아들 삼아서
뒤를 봐주고 있다고 했다.

그 자식은 어데 던져 놔도 의지가 꺾이지 않을 거다.

둘째 오빠 소식을 수소문해서 전해주던 맏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춘자는 서울에 가고 싶다.
엄마를 닮았다는 언니, 나를 안쓰럽게 봐 주는 내 피붙이 옆에서 살고 싶다.
미용기술을 배워서 서울에서 살고 싶다.
서울에 자리를 잡으면, 이 시골구석은 생각도 하지 않을 거다.
남의 아부지, 남의 어마이, 남의 자식들 치다꺼리
이제는 징그럽다.
서울에서 굶어 죽어도 서울로 가고 싶다.

춘자는 보따리를 싸 놓았다.
여비만 있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갈 거다.
옆 동네 맏오빠네 집에 가 봐야겠다.
춘자를 '애기씨'라고 불러 주고,
업어 주고 안아 줘 가며 서러움을 덜어 준
올케언니를 찾아 간다.
올케언니는 길쌈을 잘 하지.
길쌈 해서 마련한 돈이 조금은 있을 거다.
올케언니라면 내 사정을 알아 줄 거다.
여비만 빌려달라고 해봐야겠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언니한테 부탁해 봐야겠다.

삼월, 해가 많이 길어져서
오후 다섯 시가 다 돼가도 밖은 훤 하다.
올케언니한테 얼른 다녀 와서
남의 어마이가 소리 지르기 전에
저녁을 차려야 한다.
흥, 이 짓도 이젠 끝이다.
내일 아침 일찍 해도 뜨기 전에 나는 서울로 갈 거다.

사본 -DSC_0138.jpg

춘자는 언니가 있는 서울 용산으로 무사히 갈 수 있을까요??


여러가지 일로
며칠 여기를 들리지 못했습니다.
보상도 자꾸 줄어드는데, 걍 그만둘까..... 며칠 고민도 했고요...
그래도 윽............
꾹 참고 갑니다.
춘자가 아직 어리거든요.
홀로 당당히 세상과 맞설 수 있을만큼 성장할 때까지 갑니다.

응원해 주세요~~


사랑이 넘치는 스티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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