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영화는 안 보고 듣는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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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게임을 하고 나면 사운드트랙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예전에 소개했던 Life is Strange: Before the Storm의 사운드트랙도 많이 들었고, 최근에 소개했던 Detroit: Become Human의 사운드트랙도 많이 들었다. 물론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영화관에서 영화가 끝나고 영화 내용은 뒷전으로 미루고 사운드트랙을 먼저 평가하기도 한다. 사운드트랙이 인상적이라서 후에 다시 찾아듣기도 하고, 반대로 사운드트랙이 인상적이라서 영화를 찾아보기도 한다.좋아하는 사운드트랙이 어떤 장면에서 나올지를 기대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꽤 재밌는 경험이다. 그리고 가끔은, 사운드트랙은 좋아하면서도 영화는 보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오늘은 그런 영화들을 소개하고 싶다.

첫번째로 레퀴엠이다. 본 영화의 사운드트랙 클린트 만셀의 Lux Aeterna를 자주 듣는다. 내가 찾아듣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기도 한다. 원곡을 먼저 들었는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트레일러에 나온 편곡 버전 Requiem for a Tower를 먼저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영화는 이상하게 내키질 않았다.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라기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재밌게 봤었다. 비록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짙은 우울함만을 전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울한 배경 속에서 세라와 벤의 사랑이 더욱 부각되는 내용이지만, 아무튼 우울한 내용을 담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사운드트랙인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와 Angle Eyes도 떠오른다. 카페에서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나오고 있다.

다음은 비욘드 랭군의 Waters of Irrawaddy. 중요한건 아니지만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도 95년작, 비욘드 랭군도 95년작이다. 이 곡도 한스 짐머의 원곡보다 막심 므라비차의 편곡을 먼저 들었다. 편곡을 듣고도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원곡은 압도적으로 감동적이라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운드트랙은 아주 좋았지만 영화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군부에 의해 랭군이 양군으로, 버마가 미얀마로 바뀌는 시점을 다룬 영화로 아웅산수찌도 다루는 모양인데 나는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를 싫어한다. 지금 카페에서 나오는 곡은 Take Five.

마지막으로는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에 나온 동명의 곡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 중에서는 마지막 황제에서 쓰인 Rain 다음으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 아닌가 싶다. 원곡은 일렉트로닉인데 자주 듣는건 오케스트라와의 협주다. 기타로도 연주되곤 하는데 카오리 무라지와는 같이 무대에서 연주하기도 했고 코타로 오시오의 편곡도 유명한데 듣기에는 둘 다 좋지만 코타로 오시오의 연주는 넋을 놓고 보게된다. 한국인 기타리스트 정성하도 즐겨 연주하는 버전이다. 영화에는 포로와 동성애가 나오는 모양인데, 나에게 포로와 동성애가 나오는 영화는 크라잉 게임으로 충분하다. 전쟁, 특히 2차대전을 다룬 영화들을 꺼리기도 한다. 그래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러분들 모두 무탈한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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