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니스 The Goonies , 1985 - 초딩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만난 작은 보물

어릴 적 그니까 정확히 내가 초등학교 때 처음 구니스를 봤다.
이상하게 그리운 지하 곰팡이 냄새가 나던 비디오 가게에서
뭔가 쎄? 보이는 비디오 표지에 끌렸다.

당시 초딩인 나에게 좋은 영화란 일단 포스터가 존멋이어야 했고
내용은 무조건 어드벤처와 내 또래가 나와야 했다.
특히나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았던 나의 영화 취향은
신간물 코너보다는 구석탱이 언저리에 꼽혀 있는 미국 영화 였다.

그러다 보니 구니스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모험은 1도 안 해본 소년들이 모험을 떠나서,
영화 "나 홀로 집에" 마브와 해리보다도 못한 지능을 가진
악당들과 맞서며 보물을 찾는 내용이라니!

초딩인 나에게 이 영화는 그야말로 모험심을 심어줌과 동시에
우리 집 근처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보물이 있다는 망상도 심어주었다.
그리하여 당시 초딩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던
소형 권총인 글록 26 bb탄 총으로 무장하고,
기어 18단의 삼천리 자전거와 함께 골목을 누볐다.

그날 보물을 찾았으면 지금 마이애미에서 이 글을 쓰고 있었겠지만...
흥분한 나머지 당시 침범해서는 안 되는 다른 동네를 휘젓고 다녔고
글록 26으로 무장한 내가 그들에게 크나큰 위협을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해적보다 더 해적 같은 형들한테 삥 뜯기고 줘 터진
새드엔딩이었다.

뭐...그래서 나에게는 꽤나 아름다운? 추억을 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개x은 추억 외에도 "구니스" 에는 몇 가지 재미난 점들이 있다.

영화 "구니스"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는데
주인공 숀 애스틴과 키호이콴이라는 배우다.
숀 애스틴은 바로 반지의 제왕에서 "샘" 역할,
키호이콴은 인디아나 존스에서 쇼트 라운드라는
꼬맹이로 나온다. ㅎㅎ
숀 애스틴의 다른 출연작 품인 캠퍼스 군단,
멤피스 벨을 보면 그가 꼬맹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지금도 활발하게 연기생활을 하고 있다.

사실 어렸을 때 비디오 표지만 보고
스티븐 스필버그 사단이라는 말이 적혀 있어서
스필버그가 감독을 해서 만든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리처드 도너"라는 감독이었다.
더 재미난 것은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인데..
무려 호러 장르인 오컬트 계열의 명작인
"오멘",
그리고 폭력과 액션이 난무하는
"리쎌웨폰" 의 감독이었다.
(참고로 시간상으로 리쎌웨폰은 구니스의 다음 작품이다)
이는 "매드 맥스" 감독의 조지밀러가 귀욤 터지는 "꼬마돼지 베이브2" 와
역시나 귀욤 터지는 "해피피트"를 연출한 느낌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스필버그의 영향이 안 들어 간 것은 아니다.
스필버그 사단이 제작한 영화는 맞다.
스탭을 잠시 본다면 제작진의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각본이 스필버그의 애제자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되어 있다.
특히나 기획의 프랭크 마샬은
스필버그와 함께 만든 앰블린의 공동 창립자다.

그래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성향이 잘 드러나지는 않는데... 아무렴 어떤가
이걸 보고 연출력을 운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종종 어렸을 때 재미나게 보던 영화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 보면 정말 유치한데
그때는 그렇게 그게 그렇게 잼있던지..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잠깐 동안 "구니스"를 보면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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