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First Blood, 1981 - “몰락한 전쟁영웅에게 바치는 슬픈 찬가”

람보 First Blood, 1981 - “몰락한 전쟁영웅에 대한 슬픈 찬가”

1. 코만도, 람보


어릴 적, [철]이라고는 0.001%도 첨가가 안 돼있던 유소년기에 지하철에 종종 람보 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하철 문이 열리면 “두두두두두! 나는 람보다! ”라고 외치고 다시 타는 병림픽의 일종이었다. 때로는 운이 나쁘면 다시 못 타고 마음씨 좋은 친구들의 개 X은 비웃음을 봐야 했다. 어쨌든 람보는 권총으로 헬기를 까부스는 시걸 형 보다도 혼자서 진 삼국무쌍을 하는 듯 악당을 쓸어버리는 코만도의 아놀드 형 보다도 높은 존재였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나는 람보를 티비에서 해주는 전투 장면만 봤었고 람보2, 3나 뭐 그게 그거지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람보는 강하고, 악당은 휴지조각이고 폭탄 터지다가 끝나는 훌륭한 팝콘무비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말에 우연히 람보 1편을 보게 처음부터 보게 되었고, 내가 생각했던 람보의 이미지는 무참히 깨졌다. 강인한 람보의 모습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그가 왜 분노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2. 베트남 전쟁 그리고 람보

정치적인 시점은 잠시 접어두고 팩트만 본다면 미국은 패배했다. 그냥 패배한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재정적인 타격과 격렬한 반전 운동 등 베트남전은 세계 2차 대전의 기세 등등한 미국의 분위기와는 당연히 달랐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피로감과 살아남은 자들의 후유증은 실로 심각했다. 마약에 의존하는 자들이 많아졌고 더 비참한 것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들 중 하나가 “람보”였다.

“제대할 때 공항에서 비열한 놈들을 보았어요.

살인마에 인간쓰레기 취급하며 비난을 퍼붓더군요.”

람보가 원했던 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옛 전우를 만나고 싶었고, 그냥 마을에서 밥 한 끼 먹는 게 다였다. 그러나 마을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결국 그에게 “사고칠 예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한다. 그때 람보의 잠재되어있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그곳이 전쟁터가 되어버린다. 그 뒤 내용은 모두가 예상하듯이 초강력 솔져인 람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코만도”와는 다르게 람보는 살상을 거의?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부터 과거 내 기억 속의 람보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마 1편과 후 속편을 헷갈린 것 같지만 람보는 그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을 보고 이소룡의 정무문의 엔딩을 본 것처럼 쇼킹했다. 자신의 상관이었던 새뮤얼 트로트먼 대령에게 자신의 겪었던 비참한 상황을 울부짖는다.

“거기서 난 헬기뿐만 아니라 탱크도 조종할 줄 알았습니다.
무기는 모두가 백만 달러짜리였고요.
그러나 여기선 주차 종업원 자리조차 얻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람보는 주저앉아 운다. 자신의 끔찍한 전쟁의 고통과 지금의 비참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리고 대령은 묵묵히 그를 안아준다. 이 장면은 내가 알고 있던 “람보”라는 존재에 대한 이미지를 무참히 깨버렸다. 그는 초강력 군인이 아니었다. 국가에 의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였고, 이제는 필요가 없어져 버린 골칫거리였다. 체포되어 쓸쓸히 걸어가는 람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이후 람보의 속편을 제대로 챙겨서 봤지만 역시나 속편을 거듭할수록 코만도가 되어가는 람보를 볼 수 있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는 확실히 First Blood가 속편보다 더 잘 만들었다. 미국에 대한 미화가 어느 정도 있겠으나 그 보다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인간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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