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이'에 대한 생각들

병이란 없는 것이며, 거짓에 불과하답니다. 병이라는 말 대신에 ‘앓이’라는 말을 씁니다. 배앓이, 속앓이에 앓이. 앓이는 ‘알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자기 몸이 알아서 아픈 거니까, 앓이가 된다는 거지요.

@kimkwanghwa님의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앓이'의 의미를 깨우치기도 했거니와 깊히 공감가는 글이라 얘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신 @kimkwanghwa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글쎄요. 설마 병이 없기야 할까요? 거짓에 불과한 것은 더더욱 아니겠지요.

하지만 오래전, 1차 의료기관을 찾는 분들 가운데 실제로 증상을 느끼는 기관에 기질적 병변이 있는 경우는 30% 미만이란 취지의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정신신체의학 관련 교재에서 본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나라는 1차의료기관의 대부분이 전문의들로 되어있기는 합니다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분들이 겪고계신 증상이 결국 심리적 원인에 의한 기능적 이상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런 분들이 겪는 불편이 꾀병이란 뜻은 결코 아닙니다. 사실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더구나 원인을 찾기 위해 복잡하고 정밀한 검사를 해봐도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불안은 가중되고 실제로 증상도 더 악화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많은 분들의 소망입니다. 그래서 작은 징후에도 조기에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더구나 넘치는 건강관련 정보들은 작은 징후를 간과하지 말라고 부추깁니다.

그렇다 보니 신체 증상은 곧 질병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진마저 간혹 이런 생각에 매달려 스텝이 꼬이는 경우를 봅니다. 이런 점에서 앞서 인용한 글은 일리 있습니다. 거짓에 불과한 것은 아니지만 증상은 마지막에 드러난 현상일 뿐이고 사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증상이 알려주고자 하는 의미를 놓치지 않는 것이겠지요. 삶의 어떤 부분이 과하거나 부족하니 그것을 바로 잡으라는. 예를 들면 식사를 서두르지 말라든가 하는 것들이죠.

증상을 그 부분의 질병으로 인식하는 것만큼 흔한 오류로는 또 증상은 서둘러 없애야 한다고 여긴다는 점입니다. 질병 치료를 위해 필수적으로 처방되는 약제도 많습니다만 또 그만큼 많은 경우에 약제들은 증상을 해소시킬 목적으로 처방됩니다. 이것이 과하면 아시는 바대로 우리 몸이 갖고있는 회복력의 역할이 줄어듭니다.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통증일 경우 더 그래 보입니다. 물론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조직의 손상으로 인한 것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시는 것처럼 통증은 매우 주관적입니다. 통증 가운데 머무르다 보면 많은 경우, 현저히 줄어들거나 심지어 사라지기도 합니다.

사소한 징후였지만 심각한 질병의 초기 증상이어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하지 않은 범위에서의 정기적인 검진은 필요합니다.

그간은 없던 특이하고 새로운 증상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겪는 비특이적 불편이나 혹은 반복되는 불편이 있다면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가만히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불편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생활 상의 변화나 지속되었던 습관같은 것들을 조심스레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 그것과 연관되는 감정이나 생각의 변화도 찬찬히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가만히 머물러 보면 그 증상이나 불편이 내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아플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해서 알아서 아픈 거지요. 그것을 보고 아는 것이, 그래서 그만큼 아파하도록 하는 것이, 그리고 알려준대로 바꿀 것을
바꿔가는 것이 통찰이고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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