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을 수 있기를...

'저는 못 마땅한 존재였고 언제나 싸워 이겨내야할 적이었습니다. 본능이 그렇게 연장시키고 보존시키고싶어 했던 제가 말입니다.'

그래서 삶은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달렸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보이려 애썼습니다. 허장성세. 저를 바꾸기 보다 저를 닥달해서 저를 싸고 있는 것을 바꾸고자 했었죠. 표정, 말투, 학벌, 직업, 입은 옷.

스스로를 열등하다 믿고 있는 반증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리 꾸밀 일이 없지요.

스스로를 못 마땅해 하듯 남들을 판단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사실은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 그러니 제 눈에 들보가 보일리 만무합니다. 그림자는 감추고자 함입니다.

대개의 겸손은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교만의 겉모습입니다.

그런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거나 그랬던 저를 질책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삶이 정오를 향해 달려갈 때까진 그럴 수 있습니다. 저 보다는 저를 싸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할 때이니까요. 여하튼 치열하긴 했었으니까요.

치열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많은 도움 덕에 이나마의 안락을 누리고 있으니 감사할 일이기도 합니다. 사실입니다. 안락은 많은 것을 허락합니다. 더구나 그런 시간들 덕에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오는 지나갔습니다. 노을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그림자가 늘어집니다. 그래선가요? 저를 싸고 있는 것들에 가려 뵈지 않던 제 모습이 조금씩 보입니다.

열등감을 가린 허세도 보이지만 열등감도 보입니다. 교만을 가린 겸손도 보이지만 교만도 보입니다. 안락에 여유를 부리며 생각하는 저도 보입니다. 보인다고 내려놓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어리는 내심의 기대, 그러니까 순간 저를 밝혀줄 어떤 모를 깨달음,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누군가의 깨달음을 기대하는 제 모습도 보입니다.

이젠 모두 내려놓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