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아 놀자] #01. 낫다 vs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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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작품을 대문으로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kiwifi 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국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는 영어와는 달리 국어는 누구나 다 알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얘기다.) 웬만한 글은 다 읽고 해석할 수 있으니까, 말 하는 데 거침이 없으니까, 글도 늘 쓰는 거니까. 국어는 잘 할 거라고 너무나도 당연히 생각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

지난 몇 개월에 걸쳐 @forhappywomen 님의 , @easysteemit 팀의 , @kyunga 님의 , 그리고 곧 출간될 (이 얘기 몇 번이나 하는 거냐..) 내 책 <영어 잘하고 싶니?>의 원고를 읽고 교정을 보면서 내가 우리말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걸 역으로 깨닫게 됐다. 원고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자니, 인터넷을 하면서도 잘못 표기된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관한 글들을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마침 키위파이님의 멋진 작품도 있겠다, 한글아 한번 놀아 보자~!!!

글을 쓰기 전에는 조금 망설였다. 전문가도 아니고, 아직 미흡한 점도 많은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모르긴 해도 내 글에서도 크고 작은 오류들이 많이 발견될 텐데. 하지만 내가 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같이 배워나가는 입장에서 내가 공부한 걸 함께 나눈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 되지 않을까 싶다.

자, 그럼 한글과 노는 첫 시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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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쾌되는 것과 출산하는 것


이걸 보고 "뭐야? 이렇게 쉬운 걸?"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거다. 첫 시간이라 좀 쉬운 걸 골랐다. 무척이나 쉬운 건인데 의외로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실수들이다. 특히 댓글창에서 자주 목격되곤 한다.

우선 단어의 뜻부터 살펴보고 가자.


낫다:

  1. 아픈 것이 치유되어 없어지다.

  2. 질이나 수준 등의 정도에서 더 좋거나 앞서 있다


낳다:

  1. 사람이나 동물이 새끼를 몸밖으로 내놓다.

  2. 어떤 결과를 이루거나 가져오다


쉽게 말해 '낫다'는 아픈 게 치료되어 완쾌됐다는 뜻이고, '낳다'는 출산을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게 왜 헷갈리느냐고?

기본형인 '낫다'와 '낳다'로 쓸 때는 별로 헷갈리는 일이 없다. 문제는 이걸 활용할 때이다. 두 단어를 헷갈려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감기를 잉태하시고 출산하시었다.


친구와 카톡을 주고 받는데, 친구가 감기는 좀 괜찮은지 물어본다.


감기는 좀 어때?


감기 다 나았어.


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뭔가 허전하다. 받침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 살포시 받침을 넣어 본다.


감기 다 낫았어.


허걱! 그랬더니 갑자기 사투리가 되어버린다. "잉, 아픈 디는 다 나샀소?"
역시 ㅅ받침은 아니었던 거야!! ㅎ을 넣어 보자.


감기 다 낳았어.


그래, 이거지. 허전하지도 않고, 발음도 맞잖아?...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말은 "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감기를 잉태하시고 출산하시었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낳느라 고생했어. 미역국은 먹은 거야? ㅠ.ㅠ

조금 허전해보일지 모르겠지만, '낫다'의 활용형은 '나았다, 나았어'가 맞다. '낳았다, 낳았어'라고 아무때나 출산해서 몸풀지 말고, 받침을 잘 지켜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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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말미암아 감기를 잉태하시고 출산하시었다.


발음까지 확실하게!


'나았어'와 '낳았어'를 헷갈려 하는 건 두 단어의 발음이 같기 때문인데, 사실 활용형태가 아닌 기본형은 두 단어가 서로 발음이 다르다.

낫다: [낟따]
낳다: [나타]

'낫다'가 활용되면서 ㅅ받침이 없어지기 때문에, '나았어'와 '낳았어'의 발음이 같아진 것이다. 자, 그럼 다음 예문을 보자. 병원에 입원한 상사의 병문안을 갔다고 가정해보는 거다. 꽃바구니와 과일을 사서 그 안에 작은 카드도 넣어 들고 갔다. 카드엔 뭐라고 썼을까?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그래, 글자가 헷갈릴 땐 이게 최선이다. 하지만 만일 한자가 아닌 우리말로 썼다면?


  1. 빨리 낫길 바랍니다.

  2. 빨리 낳길 바랍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맞을까? 당연히 1번이 맞다. 2번을 쓰게 되면 상사가 하루빨리 떡두꺼비 같은 골절상을 출산하기를 기원하게 되는 셈이니까. 만일 이렇게 카드를 적어 보내면 상사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당신을 한심하게 바라볼 지도 모른다.

참고로, 여기에 나온 '낫길'과 '낳길'은 발음이 다르다.
'낫길'은 [낟낄]로, '낳길'은 [나킬]로 발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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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떡두꺼비 같은 골절상을 출산하셨어요.




앞으로는 지인들에게 질병 출산을 장려하는 사람들, 해마다 감기를 낳는 감기 다둥이 엄마 아빠들은 없겠지?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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