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구리 두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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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좋아서, 여행하기 좋은 초여름이라 제주도로 떠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제 고객분들 중에서도 몇분이 계셔서 제가 알고 있는, 저만의 좋은 제주 아이템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아 이왕 말 나온김에 제주도의 여름 이야기 좀 해드릴까요. 우선 게스트하우스에 있다보면 확실히 사건, 사고는 여름철에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뭐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분위기라는게 그렇잖아요. 아무래도 떠나온 기분에 들떠있고 여름이라 선선한 야외에서 술도 한두 모금 하다보면... 물론 그것도 여행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 분위기에 취해, 술에 취해 다음날 거의 좀비여행을 떠나게 되는 분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술은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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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골 대부분이 그런 편이기도 하지만 제주도 자체 역시 음주율이 높은 도시라, 그덕에 맛난 해장국 집들이 많습니다ㅎㅎ 제주 3대 해장국이라든지 그런 이름으로 검색해보시면 아침 식사는 즐거울 수 있겠죠?^^ 그리고 대부분 여행이 그렇겠지만 장소나 함께 간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죠. 특히 여름은 비가 항상 변수인데, 엄청 쏟아지면 망하지만 ㅎㅎ 비온 뒤나, 적당히 오면 오히려 숲을 걷을때 나름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사려니나 삼다수 숲길 같은 곳도 좋지만 이왕이면 원시적인 울창함을 맛볼 수 있는 곶자왈을 추천합니다. 단 멋내는 신발이 아닌, 튼튼한 트레킹화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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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름 올래길은, 특히 한낮의 올래길, 게다가 아스팔트도로가를 걷는 올레길은 피하시길, 그건 힐링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이니까요.^^ 정 걸으시겠다면 아침 일찍, 해질 무렵 정도가 좋겠고요. 왠만하면 여름 제주는 스케쥴을 무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잡으시는 게 좋습니다. 여유자적하게 아침 숲이나 걷고, 한낮에는 바닷가 커피숍이나 해변에서 더위를 좀 피하며 물질이나 하고, 해질무렵 작은 오름이나 올라갔다가 저녁에는 좋은 사람들과 맥주나 홀짝이다 잠드는... 그런 느긋함이 묻어있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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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구리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구리는 그렇게 엉겹결에 게스트하우스에 잘 정착을 했습니다. 어쩌면 구리 입장에서는 최고의 장소였을지 모르겠네요. 같이 놀아줄 사람, 관심 줄 사람도 엄청 많고 게스트하우스 뒤에 뜰이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장소가 있는데 제 목도하에서 거기서 같이 산책도 하고 뛰어놀 수 있었거든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다시피 무작정 외출 고양이로 키우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서 저 없이 혼자 외출시키는 경우는 없었어요. 거기다가 혹시 몰라 목에는 방울과 제 전화번호가 적힌 인식표를 달아놓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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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의 속담에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실제로 집에서는 방울을 달아 키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밖에서는 그 유용함이 느껴지더군요. 이 친구가 지금 어딜 돌아다니고 있는지, 혹은 부르면 어디서 달려오고 있는지, 혹은 지금 이 근처에 있는지 없는지 등등 나름 완전 원시적인 수동 gps 기능을 해주더군요. 물론 구리 입장에서는 불만이었겠죠. 제주는 당연히 구리가 잡을만한 여러가지 소동물들이 많은데. 특히 저희 동네에는 이상하게 꿩이 많았어요. 그런데 방울 때문에 사냥꾼의 위치가 고스란히 노출되다 보니 맨날 헛심만 쓰다 너털너털 돌아올때가 많았죠. 근데 뭐 어차피 집밥먹으니, 집밥 구리 선생에게 사냥은 사치일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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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와 가장 좋았던 추억은 아까 이야기한 그 지나치게 큰 뒷뜰에서의 아침 산책이었어요. 사실 그 뒤뜰의 용도는 조경 업자들에게 빌려준 곳이어서 여러 종류의 수목이 어우러진 정원에 가까웠어요. 유채나 동백도 자주 피고 이름 모를 수풀들도 흐드러져 있어서 구리가 숨거나 놀기에도 좋았죠. 그래서 전날 과음을 한 날에는 아침 해장을 마치고 구리와 함께 꽃길을 걷고는 했는데...지나고 보니 고양이와 꽃길을 걷는 아침 산책은 매우 비현실적인 풍경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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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리는 나무도 잘 탔어요. 가끔씩 놀이삼아 야자나무에 살짝 던지듯이 놓으면 마치 스파이더 맨처럼 껌딱지 붙듯 척하고 달라붙더군요. 사실 고양이한테는 나무타기가 위험하다고 들었어요. 특히 외국에서는 나무위에 올라가 고양이가 내려오지 못해 소방관이 그 고양이를 데리고 내려오는 장면들을 심심치 않게 볼수 있는데, 고양잇과 동물들의 발톱방향이나 신체구조가 수직으로 내려오기 어렵게 생겼거든요. 여하튼 우리나라도 그런 경우가 없진 않지만, 비교적 적은 이유는 외출 고양이 자체가 드물어서도 그렇겠고, 그렇게 올라가서 못 내려올만큼 높은, 그리고 가지가 우람한 나무들이 많지 않아서... 일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하튼 고양이랑 산책하는 모습도 비현실적이지만 또 고양이가 나무타는 모습도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텐데.... 저는 구리 덕분에 보게 되었죠. 그리 높지 않은 나무를 캣타워 삼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걸 보면, 야생의 고양이란 생각보다 강한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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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사실 아시다시피 고양이는 잘 안뛰는 동물이잖아요?^^ 물론 집안에서 레이저포인터를 따라다니거나, 이유없는 우다다를 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고 기껏해봐야 몇미터도 안되는 짧은 거리를, 또 벽이 있다는 걸 알고 뛰기에 폭팔적인 가속력이라든지, 치타처럼 이리저리 몸을 휘저어 가며 사냥감을 뒤쫒는 모습은 볼일이 없죠. 하지만 저는 그것도 구리 덕분에 볼 수 있었는데, 고양이가 마음먹고 뜀박질을 하면 그 유연성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고, 마치 호랭이가 갑자기 수풀에서 뛰어 나오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생각이 들정도로 순발력이 엄청나더군요. 물론 고양잇과 동물들은 대체로 단거리 위주기 때문에 뛰더라도 그 거리나 시간이 짧은 편이에요. 거기다가 체온조절에 취약하기 때문에 오래 뛰면 위험하다고 하네요. 물론 현실의 고양이들은 오래뛸일도 없고, 뛰지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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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구리 땅콩떼러가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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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제주도나 고양이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으시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뭐 엄청난 전문가나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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