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cket list achievement] 길거리 초상화 그리기

2017년 9월에 임세와 캐리커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솔직히 내 스타일은 캐리커쳐보단 초상화에 가까웠지만, 사람들은 별 상관없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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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캐리커쳐 소식에그림을 받으러 온 동호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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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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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기다려준 혜인이

사람들은 그림을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완성작과 함께 셀카를 찍고, 너무 마음에 든다면서, 고맙다며 음료수를 선물해주었다. 당시 4년째 회사만 다니던 나에게 캐리커쳐 아르바이트는 딱딱한 일상에 숨을 불어 넣어 준 특별하고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난 아마...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길거리 초상화 그리기'를 버킷 리스트에 넣은 걸지도 몰라.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 달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이태원에 두 번째 타투샵을 오픈하느라 400만 원 가까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 (물론 다른 업종에 비하면 초기 투자금액이 적긴 하다.) 생활비는 제쳐두고, 이곳저곳에 내는 월세만 해도 75만 원이라 숨이 턱 막히던 차였다. 나는 하루라도 쉬는 게 아까웠기에 '언젠가 예약이 하나도 없는 날에 그림으로 돈을 벌어야지'란 생각을 은근히 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펜, 화판, 간이 의자 등 준비물을 구비해 놓았다. 하하하! 예약이 취소되지 않길, 노쇼가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초상화를 그리고 싶은 아이러니한 6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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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쉬씨! 미안하지만 내일 못 갈 거 같아요."
21일에 취소 연락을 받았다. 약간의 실망. 그리고 초상화를 그리러 나갈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못 이뤘다. 정말 단 한숨도! 오전 06시 15분에 웃긴대학 커뮤니티에 생중계 글을 올리고(http://huv.kr/pds783769) 그림도구를 챙기기 위하여 이태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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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모먼트에서 샀던 아티스트 백(http://www.uniqmoment.com/product/31979).... 얘 진짜 평소에 무거워서 안 좋아했는데, 이날만큼은 이름값을 했다. 단단한 재질, 넉넉한 가방 크기 덕에 종이가 하나도 안 구겨졌고, 수납 칸이 여럿으로 나누어져 각종 펜들을 넣기 용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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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의자 2개, 무거운 그림 가방, 끼닛거리를 들고 가는 내 모습. 다음에는 캐리어를 써볼까.. 란 생각이 들었다. 가방에 의자까지는 안 들어갔거든.. 뺨의 반창고는 혹여나 올 웃긴대학 커뮤니티 사람들이 날 알아보기 쉬우라고 붙인 것. 부스럭, 철걱, 끼릭 대는 소리를 내며 나는 홍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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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전 9시 20분의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사람이 없었다. 너무 한산해서 홍대가 맞나 싶었을 정도로. 이따금 지나가는 이들에게 강렬한 애원의 눈빛을 보내 보았지만 다들 날 그냥 지나쳐갔다. 조금 속상했다. 그래도 점심 이후엔 사람들이 있을 거라며 나 자신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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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광고지(?)를 나무에 붙였다. 음~ 그래도 가까이서만 보여서, 별 효과는 없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더 준비를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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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삼아 무료로 그려드린 그림. 일본어가 능숙하신 한국인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일본인인 것 같았다. 무료라고 하니까 자리에 앉아주셨다. 그림을 그려드리자 참 좋아하셨다. 가격이 비싸서 사람들이 안 오는 걸까? 고민됐다. 더 저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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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가 좀 지나자 주변에서 버스킹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렸고 나를 한 번씩 쳐다보았다. 그리고 웃긴대학에서 내 글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와주었다. 연인 그림도 그리고, 개인 초상화도 그렸다. 그리고 사람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자, 어떤 모녀가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고도 했다. 바람잡이의 중요성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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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영어로 어버버 하며 그려드렸던 외국인 손님. 좋아해 주셨다!

전날 밤을 새운 탓인지 나는 어지러움을 꽤 느꼈고, 생각보다 이른 17시에 홍대를 떠났다.

몸소 느끼고 얻은 팁을 서술해보고자 한다.

  1. 입간판, 간이 테이블 등 잘 보이도록 디스플레이할 것.
  2. 의자는 낮은 것보다 높은 게 눈에 잘 띈다.
  3. 손님이 없을 땐 지나가는 사람을 무료로 그려준다. 그러면 바람잡이 역할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꼬인다.
  4. 강아지를 키운다면 함께 있어도 좋을 듯. 시선을 끌 것이다.
  5. 예시작을 걸을 땐 연인, 어린아이 이미지를 거는 게 좋다. 아기 엄마와 커플들이 주 고객이다.
  6. 너무 사실적으로 하지 말고 그 사람의 컴플렉스로 예상되는 건 덜하게 그려주기.
  7. 45도로 고개를 돌려 그리면 확실히 이쁘다. 하지만 모델이 계속 움직여서.. 그림은 이상하게 나온다. 정면을 그리는 게 안전하다.
  8. 4시부터 노점상과 버스킹이 나타난다. 그때부터가 피크다.
  9. 연인들의 데이트 시간대를 노리자.

6월 22일의 수익 : 40000원
차비, 커피 등 지출 : 10000원

다음에는 가까운 인계동에서 해봐야지.
↓ 더 많은 버킷리스트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zack31/22130592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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