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임/책리뷰]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박완서


박완서의 산문집. 개인적으로 책모임을 통해서 박완서의 책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책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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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제목에 대한 첫 느낌과 읽고 나서 느낌에 대해 나눠보자.

J : p.25' 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더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말들은 박완서처럼 말이 유려한 사람이 해서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 같아. 또, 우리에겐 잘 알려진 유명작가여서 더 그럴듯해 보일 수도 있고. 만약에 이완용이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지금처럼 공감할 수 있을까?

M : 저는 '못가본 길'이 전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갈 수 없었던 길이었기 때문에 슬프게 느껴졌어요. 작가가 선택한 것이 아닌, 그 시대 격변으로 인해 선택하지 못했던 길이라서 안타깝게 느껴지더라구요.

H : 내가 삐딱하게 읽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 말은 그냥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것을 그냥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 아닐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명인사들의 성취, 결과 같은 그 사람의 단면만을 보고 부러워하잖아. 하지만 그 단면은 어찌보면 그 사람의 Highlight부분만 보니까 부러운거지. 반면, 나의 인생은 내가 그 비하인드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 보이는거지. 못 가본 길도 막상 가보면 느낌이 다른 것이고... 결국 남겨뒀기 때문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L : 저는 전쟁세대가 아니라 전쟁을 겪지 않아서 그런지 작가의 말들이 그다지 몰입이 되지 않았어요. 단지 그 말들에서 어렴풋한 소실감만 느꼈어요. 덕분에 전쟁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은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가 이 책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에세이를 모아둔 산문집이고 그 중 하나가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이더라구요? 아무튼 기대한 것 외의 다양한 산문집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M : 전쟁으로 자신이 겪은 일들이 하나 하나 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때의 일들이 시간대별로 기억난다는 말이 슬프게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는 감수성이 넘쳐흐르는 12시 즈음 읽어서 이 책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W : 그런데 이 작가의 인생을 보면 전쟁 외에는, 그럭저럭 살아서, 투자를 잘핶고, 결국 성공을 했으니까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해도 그렇게 공감가지는 않는 것 같아. 산 땅들도 다 값 올랐기도 하고.

J : 결국 우리 기승전 땅이야?

W : 음, 그러니까 못 사본 땅이 더 아름다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 : 저는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을 하지 못해요. 결국 못가본 길도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요. 내 마음먹기에 달린 거니까 이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고, 그 말은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는 말일 수도 있어요. 결국, 자의든 타의든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p.40 '인간의 참다움, 인간만의 아름다움은 보통 사람들 속에 아무렇지도 않게 숨어있는 것이지 잘난 사람들이 함부로 코에 걸고 이미지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조작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게 되는 구절이었다. 사람 속에 숨어있는 인간의 참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C : 박완서 작가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간의 참다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니.^^ 그런데 사실 현대사회에서 단편적인 부분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우리가 보는 기사들만 해도 그 단편적인 모습만 담아내잖아요. 지난번에 있었던 240번 버스기사 사건의 경우에도 처음에 올라온 글들만 보고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기사아저씨에게 엄청난 악성댓글들을 달았잖아요. 하지만 그 이면의 사실이 알려지자 조용해 진 것이고. 이렇듯이 사회가 단편적인 모습만 담아낼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서는 파악하기 힘든 것 같아요.

J : 그런 부분은 신문기사지면을 읽으면 좀 더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사실상 인터넷에서 나오는 글이나 여론들은 초단위로 바뀌잖아. 하지만 종이로 나오는 신문의 경우 발간을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검토를 하는 것이니까 적어도 그릇된 사실을 바탕으로 말을 할 확률은 낮아지는거지. 여러분, 모두 신문을 사서 읽읍시다. ㅋㅋㅋㅋ
그런데 그것이랑은 별개로, 진짜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인간은 선한가? 참된 인간이란 뭐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 과연 아름다운 인간이란 뭘까?

W : 아름답지 않아서, 그 모습까지도 인간인 것 아니야?

J : 아니, 일반적으로 예술에서 보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모두 기준이 시대별로, 문화별로 제각각이잖아. 반면 추, 악의 기준은 비대칭, 일그러진 모습 등 예전과 동일하고. 이런걸 볼 때 아름다움은 대체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었어. 아름다움이란 것은 말할 의미가 있는건가?

W : 아름다움이 왜 생겼을까? 결국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 사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도덕적 윤리적 아름다운 가치들은 자연법칙으로 따르면 당연하지 않은 부분이잖아. 결국, 자연적이고 본성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아름다움이나 도덕 윤리가 생긴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까지 의문을 품게 돼.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다움이 과연 진짜 인간다움일지.

H : 나는 '참다움'부터 의문이 드는데 ㅋㅋㅋ 과연 참다움이 뭘까? 진실됨? 음 사전에서는 꾸밈이 없이 진실하다.라는 말이네. 그런데 이 참다움이라는 것은 일부분만 파악되기 때문에 아주 주관적인 기준이야. 왜, 내가 느끼기에 M은 정말 착하고 참다운 인간일 수 있어. 왜? 나에게는 잘해주니까. 하지만 W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는거지. 혹시 알아? 돌아가서 M이 W에게 맞고 살 수도 있는거잖아. 또 생각해보면 사적으로 만나면 참 착한 사람인데 일적으로 만나면 매우 불쾌해지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상황마다 달라지니까 가끔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었던 그 사람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회의까지 든다니까.
어찌보면 결국 내가 좋은게 좋은 거니까. 결국 내가 편하기 위해서 좋은점을 찾는건 아닐까?

L : 또 사회에서 나가면 모두 다들 또라이 한명씩은 만나잖아요. 그 때, 나는 언제나 그 사람을 무시하는 주류의 기류에 편승되어서 그 사람을 비난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또라이 면모만 있는게 아니라 또 정상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그 정상적인 부분은 보지 않고 그 모난 부분만 보면서 사람들이랑 함께 비난했어요. 그들만의 사정, 그들만의 치부가 있는 것인데 그것들을 이해하기 싫어서 그냥 판단하고 그 낙인 속에 그 사람을 가두어버린 것 같아요. 어찌보면 사람을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것 자체가 교만은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다 '나는 착해.'라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 자체가 오만일 수 있는거죠.
사실 오늘 김생민 사건을 봤는데 결국 그 사람은 그 행동으로 인해 간신히 뜨려던 것이 일장춘몽이 되버렸죠. 그 사람이 분명 잘못한 것은 맞는데 그 사건 단 1개로 낙인을 찍고 그 사람 전체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안타까웠어요. 물론 그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면 그렇게 해야 하긴 하지만.

M : 그런 것 보면 박완서의 경우 자신의 치부들을 솔직하게 오픈해서 이야기 하는게 신기했어요. 보니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자신을 치유한다고 했는데, 그게 진짜 가능한건가? 오히려 나라면 트라우마 생길 것 같은데.

J : 책에서 보면 박완서가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고 반성하는 부분을 볼 수 있잖아. 신을 믿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사실 종교를 믿고 있으면 사후세계를 중요시하기 마련이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물론 비신자들은 비난할 수 있지만,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다시 생각해보는거지. 아 나는 천국을 갈 수 있는건가? 이렇게 ㅋㅋㅋ

M :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내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서 숭례문에 대해 얘기하거나, 남한 산성에 대해서 얘기할 때. 나는 그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까마득하게 있고 있었고, 심지어 남대문의 경우는 불이 났었다는 일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박완서의 글을 보면서 아,, 나는 잊고 살았구나라고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H : 사실 우리 세대가 잊고 살기 쉬운 세대인 것 같아. 구지 아픈 사실들을 기억하지 않고 싶고, 그 공허한 마음을 대체할 수 있는 매체들이 너무 많잖아. 그런데 박완서의 경우 예전 것에 대해 기억하고 계속 곱씹는 것이 심오한 충격을 주네.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서정적인 책이라 굉장히 낯설고 오글오글거려. 지금까지 기승전결이 뚜렷한 글, 정보전달 글들만 읽다가 박완서글을 읽다보니, 두서없이 끝나는 느낌? 그래서 처음부분 읽을 때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만 들더라니까. 분명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인데도 세대차이는 많이 느껴지고 공감이 되지 않아서 그랬나봐. 차라리 외국작가이면 문화차이구나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데 말이지. 아직까지 박완서는 전쟁의 공포에 벗어나지 못하고 그 전쟁에 빠져 사는데 우리는 그것이 지나서 누릴 것을 누리는 시대라서 그런가봐.

M : 말 중에서 육신은 노부이지만 과거 상처는 청춘이다? 이런 비슷한 구절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구절을 보니까 그 전쟁의 아픔이 드러나더라구요

J : 그러고보니까 박완서의 경우는 죽 전업주부를 하다가 40살에 등단을 했더라구요? 그런 것 보면 참 우리 시대에서는 드문 케이스 같아.

R : 저는 박완서 하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란 책이 먼저 떠올랐어요. 사실 그 책이 자전소설이란 말이에요. 소설이긴 한데 그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 소설을 보면 와.. 어떻게 까지 이렇게 자신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까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사실 이 산문집에서도 읽으면서 아, 여기는 그 소설의 이 부분을 조금 떼어서 확장시킨 것 같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H : 대부분의 소설을 읽으면 그 소설에서 작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가는 단편소설들에서도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더라구. 그 소설들에서 말하는 '나'는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그 작가의 모습이라는 것? 음 그러니까 헤어스타일만 바꾸고, 점만 찍고는 여기서 짠, 저기서 짠 등장하는 느낌?

C : 저는 작가가 화단을 가꾸면서 하는 얘기들이 재미있었어요. 나한테는 정말 생소한 잡초들 이름들을 하나 하나 대면서 나한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하는 느낌? 그런데 그게 따분하지 않고 재미있었어요.

M : 그 나뭇가지치기 과정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목련나무 자르는 그 일대기도 ㅋㅋㅋ 그런데 그게 뭔가 소근소근 포근포근하게 느껴지는? 항상 날카롭고 새련된 글들만 읽다가 간만에 흙냄새가 폴폴 풍기는 글을 읽었는 것 같았어요. 이런 글들도 한번씩 읽으면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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