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vs옴진리교

종종 실제 사건이 영화보다 더 기묘하고 끔찍할 때가 있다. 이 책은 논픽션으로, 옴진리교의 생성과 소멸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어떤 영화스토리보다 흡입력이 있다. 팟캐스트에서 다룬 사건이지만 매우 화제가 되어 책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구매했다.

처음 이 신흥종교가 창설될 당시, 말도 안되는 기행을 내세우며 세를 확장했다. 공중부양사진이 그 유명한 예인데, 지금봐서는 정말 터무니없고, 금방 가짜라고 판명이 날텐데 그 때는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세기말적 분위기에 편승하고, 기술이 덜 발전했던 때라 더욱 그랬나보다.

기본적인 교리는 인도 불교에서 따온 것 같은데, 정말 말도 안되는 설법으로 살인을 권장한다. 그리고 그걸 지키기위해 정상인의 양심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설법은 교묘하게, 악용되기 쉬운 성서구절도 인용한다. 그 중 요한묵시록을 악용하여 멋대로 사람들의 불안감, 공포를 자극한다. 아마 세기말 어두운 분위기와 더불어 공포심이 사람들을 더 몰아갔을 것이다.

내노라 하는 지식인들까지 빠져들고, 유명한 종교 지도자들과 사진을 찍으며,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려 시도한다. 교주가 엄청난 피해망상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교세확장과 돈벌이에는 재주를 부려 외국까지 지부를 건설할 정도로 부흥한다.

정말 유감인 것은, 교세를 확장하는 도중 벌어진 각종 살인 등, 끔찍한 사건에도 일본정부는 정말 대응이 늦었다는 점이다. 어리석다고까지 할 수있다. 사전방지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고 수많은 생명을 잃은 세월호 사건에 비추어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 정부나 어리석고 멍청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큰 참사가 일어난 후, 수습을 위한 대응은 달랐다. 느리지만 철저하고 꼼꼼히 사건을 조사하여 하나씩 법정에 세우고, 아픈일을 겪은 유족에게 보상을 더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현재도 재판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세월호란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듯 숨기고 감추고 없애려하는 말도 안되는 전 정권의 대응에 얼마나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분노하고 슬퍼했던가. 작년에서야 겨우 선체인양이 되고 수습하는 중이니, 거기에 유족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말을 서슴치 않았던 무리들이 아직 살아 날뛰는 중이니. 좀 더 철저하고 꼼꼼하게 이런 말도 안되는 무리들을 벌하고 아픔을 달래주는 작업은 아직 멀은걸까.

이 하나의 사건으로 모든 걸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옴진리교에 대한 일본의 꼼꼼하고 강력한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안타깝고 씁쓸한 기분으로 이 책을 덮는다. 재미있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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