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 사태와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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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사태와 암호화폐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가 잘나가는 스타트업으로 칭송받던 게 엊그제다. 오늘 지인에게 전해들은 레진코믹스 사태는 단순한 저작료 체불 문제가 아니었다.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며 감시감독하는 담당자의 압박, 노동인권 등을 요구하는 만화가들을 관리하며 그들의 작품을 마음대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탈중앙화가 필요한 이유다. 만화가들의 저작료가 암호화폐화되어 블록체인으로 관리된다면 중앙의 반인권적 감시와 배제는 설 자리가 없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발표한 게 2009년이다. 15세 러시아 소년 비탈릭 부테린은 비트코인을 갖고 놀다가 19세에 스마트 계약이 가능한 획기적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발표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암호화폐 개념이 이제야 대중적 공론장에 들어와서 각종 논리로 혐오에 가까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금은 2018년이다.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는 전통적 개념과 도덕적 훈계를 내세워 이미 현실로 들어와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거래소 폐쇄와 암호화폐 금지를 운운하고 있는데 20대 청년 로이 루는 중앙 거래소를 대체하며 15초만에 결제가 가능한 암호화폐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암호화폐는 논외로 하고 비트코인만 갖고 이야기하자던 유시민은 2018년이 아니라 2009년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사토시의 논문을 읽어보면 주어로 “우리”가 자주 등장한다. 그가 개인일수도 조직일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그가 말한 “우리”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우리 모두를 칭하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도 ‘공룡’으로 존재하는 중앙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의사결정권, 개인의 정당한 분배권을 가져오는 암호화폐는 “우리”를 위한 것이다. ‘화폐’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서 이것을 배금주의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화폐’없이 이슬을 먹고 산단 말인가. 왜 개인의 정당한 몫을 화폐화하는 것을 부도덕하게 여기는 것인가. 마치 노동자로서의 교사가 정당한 ‘화폐’를 요구하면 돈만 밝히는 부도덕한 교사로 몰던 과거를 보는 것 같다. 마르크스의 꿈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였는데, 어느 맑시스트는 ‘화폐’는 자신이 지향하는 공산주의에서 사라져야 하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반대한단다.

물론 초창기이니만큼 많은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이제 9살이 된 아이한테 꼰대마냥 각종 사회규범의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고 추방하려 해서는 안된다. 하긴 그러든지 말든지 9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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