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꿈꾼다, 일본 치바현 카모가와 방문기 無印良品里山 Project 2017년 5월 Part 2

part 1에서 이어집니다.

https://steemit.com/kamogawa/@macondo2/2017-01-project-2017-5-part-1

하야시상은 오전에 방문했던 이 지역의 유서깊은 신사를 거쳐 오후에는 카모가와의 산촌뿐 아니라, 해안과 이를 중심으로 전개된 소도시까지 일별 할 수 있는 전망대를 방문하여, 이 지역의 역사/ 유래와, 자신이 구상하는 여러가지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곳은 대략 10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남쪽 시코쿠 지역민들이 고대 문화를 가지고 해안으로 들어와서, 당초의 원주민들과 (조몽) 공존하게 됐다고 합니다. 큐슈지역에 한반도와 중국 남부 등을 거쳐 들어온 도래인들이 기원을 전후하여 농업기술을 전파하기 시작했으니, 칸사이 지역 등을 거쳐서, 치바, 토쿄 등이 속한 칸토(관동)지역에 이르는 데에 대략 천년이 걸린 셈입니다. 이곳 신사에는 여전히 천수답 중심의 쌀 농사를 위해, 기우제를 지내곤 하는데, 용이 그 상징물로 사용됩니다. 물론 천년전에 농사 기술과 함께 들어 온 대륙의 문화입니다. 남쪽에서 온 이들이 도착한 해안선이 용의 모양을 나타내고 있음을 전망대에서 설명해 줍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에서 최초로 서핑을 한 곳이 이곳의 해안이라고 하는데, 전후 미군들이 조금 더 남쪽 쇼난 지역과 함께 치바에서 서핑을 즐기면서 일본 전역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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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카모가와의 만 Kamogawa bay

시간축이 고대에서 현대로 훌쩍 뛰어 넘어 오면서, 멀리 보이는 병원에 대해서 이야기 해줍니다. 이 병원은 현 카모가와 시장인 지역의 유지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데, 현지 청년들의 상당수가 지역의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는 등, 지역 경제에 상당히 이바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호스피탈리티 등의 의료 만족도가 높은 병원으로 꼽힌 덕에, 도쿄 등, 먼 곳에서도 환자들이 찾아 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야시상은 이 병원과 협업하여, 지역 산촌의 노인들에게 원격 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농반IT 실천자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하야시 상을 비롯한 이곳 귀촌민들은 기술 수용성이 높은 편입니다. 하야시상은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서, 사토야마에서의 멧돼지 등 야생동물 수렵에도 활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덫을 놓은 장소에 간단한 센서 등을 설치하면, 특히 나이 든 농민들이 수렵에 참여할 경우에, 매번 험로를 돌아, 찾아가지 않아도 덫에 들짐승이 포획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갑자기 병원, 기술, 수렵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반생태성이나, 기술문명, 자본에 대한 의존을 근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자신이 살짝 긴장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시대 정신의 키워드를 놓지 않으면 우리는 이러한 시도를 지나치게 겁내지 않아도 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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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병원의 맨 위층에 위치한 스카이 라운지의 풍경 view of the bay from the sky lounge of the hospital

우선 수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수렵은 사토야마라는 인간이 포함된 일본 특유의 전통적 생태순환계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대부분 지역은 중산간 지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시 생태계가 유지되는 금단의 삼림이 있고, 한편으로는 사람과 야생동물, 가축 등이 공존하는 사토야마 생태계가 있습니다. 특히, 섬나라라는 특성상, 사토야마+바다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없이 풍요로운 환경을 갖추게 됩니다. 일본어에 山の幸、海の幸라는 표현이 있는데, 문자 그대로 산해진미라는 뜻이고, 일본 전역 대부분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여하튼 사토야마는 우리말로 적당한 표현이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동네 뒷산, 야산 정도가 됩니다. 늘 사람이 드나들며, 땔감도 채집하고, 숯도 만들고, 약초, 산나물도 채집하고 들짐승도 잡고, 다랭이 논도 만들어 농사도 짓고 그야말로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자원의 보고가 사토야마입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채집을 하다보면, 자원이 고갈되기 때문에, 주위의 이런 산들을 몇년 주기로 돌아가면서 사용하게 됩니다. 농사의 휴경지 개념과 같습니다. 또, 목재를 사용할 때도, 간벌을 하기 때문에, 실은 장기적으로 삼림의 균형적인 식생과 성장에도 도움을 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적절한 수렵을 통해서, 농사에 해를 끼치는 멧돼지, 노루 등의 사토야마 들짐승 등의 개체수를 적절히 조절해 주기도 하고, 식량 등 생활의 자원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역으로, 인구가 줄고, 휴경지가 늘어나는 곳에, 멧돼지, 노루, 원숭이 등의 세가지 들짐승이 출몰하게 되면, 그 마을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토야마에서 인간이 추방된 것입니다. 원시 생태계도 나름의 가치가 있고, 필요한 것이지만, 여하튼 인간에게 필요한 자연환경과 자원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생태환경주의자들은 이러한 지속가능하고 영속적인 사토야마 문화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습니다.

시대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당연히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술결정론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지속가능성의 발견이 시대정신이고, 기술도 지속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선택되지 말아야 합니다. 핵발전이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반면, 재생에너지 처럼 적극적으로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기술도 있고, IoT,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이라는 좀 낯간지러운 명칭이 붙은 기술문화적 요소들 처럼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불가불 받아들여야 할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시대정신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적절한 제도와 규제를 포함한 인간의 정치적 선택이 없다면, 어떤 기술도 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20여년 가까이 지역에 뿌리를 내려, 150년된 가옥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손수 조금씩 고쳐서 아름다운 보금자리로 만들고, 역시 다랭이 논과 밭, 과수원을 일궈서 자신의 필요를 공급하고, 주위 동료들과 지역화폐를 만들어서 커뮤니티를 구성한 하야시 상이, 자본의 지배력이나 기술결정론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그냥 손쉽게 타협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무인양품이나 국립 치바대학교에 제안을 해서, 지금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냈거나, 지역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우수한 병원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것도,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 현실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확산시키려는 그의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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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구석 구석 하야시 상의 손때가 배어 있는 150년된 농가. 전통 공예품, 적정기술/ 생태적 고려, 근대적 아름다움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Hayashi-san’s 150 years-old house and his office rebuilt and maintained by himself and his friends. You could find very good harmony among traditional folk art and crafts, appropriate technology, ecological consideration and aesthetic elements of modernity.

해안으로 내려와서 병원을 둘러보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한잔을 나눴습니다. 곳곳에서 그를 알아보는 지역 사람들과 정답게 인사를 나눕니다. 역시 도쿄에서 금융대리업(보험)으로 일정한 부를 일구고, 지금은 카모가와에 거주하면서 자신의 재산과 경영능력을 활용해서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나이 든 사업가를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입담좋은 카페 주인장이 정성껏 내려준 커피를 음미하는 동안, 두 사람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서 의견을 나눕니다.

저녁엔 하야시상이 운영하는 NPO에 참여하는 지역 커뮤니티 멤버들과 함께 포트락 파티를 하고 (저도 솜씨를 발휘해서 파기름전과 부추계란볶음을 만들었습니다. 요샌 한국요리하는 법을 잊어 먹어서 늘 중국식 요리를 만듭니다.) 제가 동아시아 프로젝트에 대해서 간단히 발표를 했습니다. 갑자기 잡은 일정이라서 많은 분들이 오시진 못했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국적의 친구들이 참여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튿날은 토쿄에서 카모가와로 일박이일 농촌 체험을 온 중학생들이 있었는데, 하야시 상을 포함한 농가에 6명 정도씩 팀을 나눠서 한나절 체험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기왕에 하루를 지낸 터라, 하야시상의 어시스턴트 역할로, 중학생들과 논작업, 밭작업을 함께 했습니다. 일본에도 제법 살았고 일본인들과 교류도 짧지 않았으나, 평범한 일본 중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는데, 그들이 무척이나 수줍음을 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일박이일간 여러 장소를 돌아보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필요할 때가 아니면, 하야시상은 거의 혼자서 모든 일을 해냈습니다. 일없이도 늘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는 일반적인 끈끈한 농촌 공동체/ 조직보다는 자유롭게 뭉치고 흩어지는 도회적인 작업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이채로왔습니다. 일본인들의 개인주의 성향도 다소 반영되어 있지만,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함께 갖춘 카모가와 공동체의 특성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종합해서 이야기하자면, 하야시 상이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동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낭만적으로 상상하는 응집성 강하고 아기자기한 생태마을과 달리, 대단히 다양한 요소와 특성을 갖춘 '성숙한 생태계'로 보였습니다. 그의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대기업, 지역의 중소기업 (병원)이나 소기업, 마을의 작은 상점, 대학, 지자체, 지역에 사는 원주민과 다양한 세대의 귀농귀촌민들이 함께 합니다. 또, 전업농 원주민, 귀농민은 말할 것도 없고, 반농반X로 농촌에 정주하는 귀농귀촌민이 있는가 하면, 도시와 농촌을 오가면서 다양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고, 도시에 살면서 농촌을 이따금 방문해서 농사에 참여하고, 그 수확물을 나눠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유롭게 오가는 가운데, 사정이 허락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귀농 귀촌을 결심하면서 점차로 삶의 중심을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의 농촌, 그리고 귀농귀촌이 전통과 생태로의 회귀와 같은 다소 고답적인 전형성에 머무르고 있다면, 하야시상과 카모가와 지역은 현대 사회에서 재창조되는 농촌, 그리고 새롭게 설정되는 농촌-도시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정착지를 정할 때, 많은 이들이 관광지로 유명한 윈난을 권했습니다. 윈난은 한국으로 치면 마치 제주도와 같은 곳입니다. 저는 좀 더 많은 이들과 교류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 특히 도시민을 초대할 수 있는 장소를 원했기 때문에 윈난 대신에 상하이 교외의 마을과 상하이 시내, 쑤저우, 항저우 등의 ‘강남지역'을 메인 프로젝트 사이트로 정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야시상과 카모가와가 좋은 사례가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 기업과의 협력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성사되지 않았지만, 최근 중국에서 소위 4차산업혁명을 이용한, 공유자전거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성공한 회사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간단한 소개 글을 첨부했습니다..
스팀잇은 파일 업로드가 안되는군요... 파일은 아래 링크 최하단에서

https://www.evernote.com/l/Aam6Ld1ufA5OfZrZVRB61idTkr31RAlxh5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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