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 법인에서 겪은 황당 채용 갑질 경험 - 브라질 -

나는 현재 브라질, 상파울루에 살고 있다.

한국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브라질 남자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여 오직 사랑 하나만 믿고 타지 생활한지 6개월만에 겪은 황당 취업 갑질(?)경험기다.

브라질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나도 신랑을 만나기 전에는 브라질? 거기 삼바랑 축구 유명한 곳! 정도로 알다가 시간이 흘러 주변인들에게 브라질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니 "야! 거기 엄청 위험해. 목숨 걸고 가야 되는 곳이야" 라며 주위에서 말릴 정도 였다. 결국 권총 강도를 당하기는 했다... (이것은 다음 편에....)

무튼 이 이야기는 올해 2월 내가 브라질에서의 이민 생활을 완전히 접게 만들어 준 채용 갑질 경험담이다.
그것도 브라질 현지 회사도 아니고,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아니 이제는 전세계인이 모두가 다 아는 엄청난 대기업에서 겪은 갑질 사건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작년 11월, 회사명에 S가 엄청 많이 들어가 있는 그리고 요즈음 들어 블록체인으로 더 핫해진 대기업으로 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간단히 요약하면,

"우리 브라질 해외 법인회사에서 XX부서에서 대리직을 구하고 있는데 면접 보시러 오시겠습니까?" 였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어 떨리는 가슴을 부여 잡고 회신을 하였다. "땡큐베리감사!"

나는 브라질에 오기 전 한국 조선소에서 2012년 부터 일한 경력이 있었다. 외국 선주 회사에서 일하면서 통역, 트레이닝, 어드민 업무를 주로 하였는데 브라질 해외 법인 S회사는 나의 글로벌 회사의 경험을 높이 사 채용 회사와의 업종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를 Assistant Manager로 채용 하고 싶다고 이야기가 오갔다.

작년 11월에 첫번째 면접을 보았고, 분위기는 희망적으로 보였다. 면접 본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다음주에 CFO 상무와 2차 면접을 보자고 연락이 왔다. 나는 백프로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면접을 보러 갔다가 치욕을 경험했다.

면접 시간에도 늦은 한국인 CFO는 "브라질은 어떻게 오셨어요? 교포에요?" 라고 첫 질문을 물었다.
그리고 재차 "나는 XX씨 이력서도 안보고 왔어. 그런데 하도 인사팀 애들이 인터뷰 좀 봐 달라고 그래서..."

전말은 이러했다. 원래 나를 채용하고자 연락했던 부서는 주로 한국 사람들과 브라질 교포들이 일하는 부서인데 1차 면접 때 나를 같이 면접 봤던 인사팀 쪽 브라질 면접관이 나를 자기 부서로 넣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상무는 포르투갈어를 못하는 내가 인사팀에 들어오는 것이 마땋치 않았고 마지못해 인터뷰를 "봐주러" 왔다는 것이었다.

나의 이력서조차 보고 오지 않았다는 말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낫지만 압박 면접이겠거니 하고 면접을 무사히 마쳤다. 그러나 면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던, 내가 여지껏 봐왔던 면접 중에서 가장 잔혹했던 면접으로 기억하며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에 서류전형과 실무자 면접에 합격 하였으나 연말 연초 계획 수립 때문에 채용 관련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있다고 S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실날 같은 희망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다 올해 1월이 지나도 연락이 없자 나는 문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S회사는 본사로 부터 정규직은 힘들다고 통보받았기 때문에 계약직은 어떻냐고 제안이 왔다.

정규직이아닌 계약직이라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6개월 계약직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준다는 언지를 받고 인사팀으로 부터 채용 컨디션에 관한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두둥, 충격적인 이메일이 왔다. 임금이 인터뷰 때 얘기한 것과 2배 차이가 났다. 세금 전후인지는 메일에 나와있지 않았지만 세금 포함 액수라면 세후 한달에 150만원도 안되는 월급이었다. 경력 7년에, 대리직에, 우리 나라 대기업인데 월급이 150???

상파울루는 2016년 기준 빅맥지수 세계 4위로 물가가 임금에 비해 살인적이다. 브라질은 최저시급의 개념은 없고 최저월급은 있는데 그게 한 달에 30만원 정도 된다. 부익부 빈익빈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상파울루의 렌트비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높은 범죄율로 악명 높은 상파울루에서 경비없고 위험한 지역에서 살다가는 총 맞아 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보통 방2개 작은 아파트는 최소 100만원, 평균 150만원이 렌트비로 나간다. 나를 인터뷰봤던 대기업 주재원들은 보통 가족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안전한 지역에서 4인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렌트비로만 300만원 ~ 500만원이 나간다.

내가 받게 될 월급은 주재원들의 집 렌트비 조차도 되지 못했다. 저 금액에 충격을 받고 나는 인사팀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다. "오퍼 받은 금액이 인터뷰 때와 상당한 차이가 난다. 나는 상파울루에 집이 없기 때문에 저 급여로는 생활이 불가능하기에 급여를 재고해주시기를 바란다"

사실 저 때 나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에 여행 중이었다. 인사팀에서 채용 컨펌 이메일을 받기 전에 S회사는 Verification 채용 레퍼런스, 평판 조회를 하기 위해서 경력 조회서를 요구했고 나의 전 직장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심지어 4년 전에 일한 미국 회사에 관련 사람 정보도 요구했다. 여행 중이었고 게다가 인터넷도 잘 안터지는 산악지대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보냈다.

그러나 내가 급여 재고 메일을 넣은 후 하루가 다르게 나를 쪼으던 S회사가 조용해 졌다.

4일이 지나 답답한 마음에 나를 채용하는 부서에 있는 한국 실무자 팀장에게 사정 설명을 했더니, 인사팀에서는 내가 처음부터 저 금액을 요구해서 인사에서 그렇게 제시한 것이라는 엉뚱하고 황당한 소리를 하는게 아닌가!

한국에서 대학나오고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대기업 대리 직군에 한달 월급 150만원에 누가 과연 일을 하려고 할까? 게다가 집세 내고나면 남는게 없는 마이너스 인생인데.

팀장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조건이라는 것을. 그래서 인사팀과 이야기를 하여 내가 원하는 급여와 가깝게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대뜸 "야근 많은데 괜찮겠어요?" "대리직 부터는 초과 근무 시간 수당은 없지만 저녁식사는 한국밥으로 줘요".

하아. 내가 한국밥 먹으러 야근하나.... 진짜 무슨 이런 회사가 다있지?

당초 2월 5일로 예상되었던 나의 입사일을 경과하여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미안하지만 채용은 없었던 얘기로 하자고...

작년 11월 부터 장장 3개월에 걸친 나의 대기업 해외 법인의 채용 결과는 이렇다.

  1. 월급 150만원 추정
  2. 야근 많으나 추가 근무 수당 없음
  3. 계약직 -> 6개월 계약직 후 정규직 시켜준다고 했지만 확정은 아님
  4. 위 사항을 못 받아 들이면 채용 취소

32살에 새로운 기회가 왔고 내 인생에서 큰 변환점을 가져다 줄 꺼라고 생각했던 나의 채용담은 허무하고 억울하게 끝이 났다. 나는 그래도 마지막에 나를 채용하고자 도와 주셨던 한국 차장님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는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채용에 있어서 회사는 언제나 갑이고 구직자는 을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직자도 향후에 그 회사의 소비자가 될 수도 있으며 함께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면접은 구직자와 회사의 첫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면접자는 회사의 얼굴이다. 구직자의 간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서 회사는 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어 면접을 보고 채용 진행 상황을 알려 줄 도리가 있다. 최소한 임금이 2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애초에 알았더라면 나는 크게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를 희망 고문하며 3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기대를 품어 온 나의 시간들이 안타깝고 초라해졌다. 그러나 내가 겪은 이런 말도 안되는 채용 이야기는 비단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구직자 여러분! 갑질 회사 가지 마세요!
당신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곳에서 행복하게 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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