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스티미언 여러분은 경쟁자들이 아니라 동업자들입니다

주변 스티미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로 우리끼리 "경쟁자"라는 의식을 갖고 계신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이고, 대역폭이라는 것도 존재하는데다, 스팀파워가 높은 몇몇분들의 눈에 띄어야 돈을 좀 만지지 않겠나?'하는 생각들을 갖고 계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저희는 동업자이지 경쟁자가 아니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비트코인과 달리 스팀 채굴은 세계 각지에 계신 21인20인의 증인들이 도맡아서 하고 계십니다. 여기서 채굴한 스팀 중 10%만 증인들이 가져갑니다. 56.25%는 글을 쓴 저자에게, 18.75%는 글을 큐레이팅 한 큐레이터들에게 돌아갑니다. 아마 '글을 써서 돈을 벌자'는 생각으로 스팀잇에 가입한 분들 대다수는 증인이 채굴한 스팀 중 56.25%를 분배받게 될 것 입니다.

이렇게 보면 스팀잇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스팀을 '채굴'하는 행위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직접 채굴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굴돼 있는 스팀을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글을 쓰냐 마냐의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스티미언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글을 쓰기만 한다고 스팀을 얻을 수 있는건 아닙니다. 스팀파워가 쎈 누군가가 글을 보팅하고 큐레이션 해주어야 글쓴이는 스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팀파워가 쎈 누구는 직접 현금을 주고 스팀을 사서 스팀파워를 키운 투자자일수도 있고, 평소에 좋은 글을 열심히 써서 많은 호응을 받아 스팀파워를 모은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스팀을 열심히 채굴한 증인 중 한 사람일수도 있구요.

글을 써서 스팀을 얻어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나 아랍어,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라고 상상해보세요. 그러면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고, 그 컨텐츠를 누군가가 큐레이션 해주고, 컨텐츠를 생산한 사람은 스팀을 얻어서 다시 스팀파워를 모으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를 추천해주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한국어 생태계에서는 만들 수 없게됩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의 KR커뮤니티가 스팀잇 전체 커뮤니티 중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선배 스티미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한국어로 글을 써봤자 보상얻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그래도 글 하나 잘써서 보상 몇십개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세자릿수의 보상을 얻는 한국어 이용자분들도 자주 목격되구요.

한국어 이용자의 저변이 넓어질수록 한글로 생산되는 컨텐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훨씬 더 많이 인정도 받을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유튜브나 앱개발 시장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는 영어권 컨텐츠 생산자들이었습니다. 한국어 이용자는 많아봐야 1억명도 안되기 때문에 한글 컨텐츠가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영어권 크리에이터들이 얻어가는 수익의 반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걸 보면서 참 답답함을 많이 느꼈었습니다.

스팀잇에서는 그런 설움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한국어 컨텐츠를 생산하시는 분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또 한글 이용자들끼리 좋은 컨텐츠에는 아낌없는 보팅으로 밀어준다면 한글 이용자들의 규모는 당연히 커질거고 한글로 글써서 먹고사는 분들도 많아지실거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물론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은, 한국어를 쓰는 이용자의 폭과 질을 넓히고 커뮤니티를 더욱 더 성장시키자는 의미이지, 보팅풀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미없는 글 몇줄, 의미없는 사진 한장에 보팅풀 유저들이 보팅을 몰아준다면 말그대로 커뮤니티는 망가집니다. 한국어 이용자의 저변이 넓어지고 좋은 한국어 컨텐츠가 많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높은 스팀파워를 가진 한국어 이용자가 늘어난다면 이처럼 좋은 선순환 구조는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고 동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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