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플랫폼 전쟁

이슬람 문화에서는 매해 음력 9월, 약 4주간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음식, 물, 담배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선지자 모하메드가 고행의 길을 걸으며 깨달음을 얻었던 그 때를 간접 경험합니다.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나면 이드라고 불리는 연휴가 찾아옵니다. 올해는 그레고리안 달력으로 6월 14일부터 이드 연휴가 찾아왔기에 모처럼 가족들과 바람을 쐬러 옆 나라 바레인에 3박 4일 일정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게 서양권 사람들은 수영장에 누워 책을 읽거나 잠을 자면서 시간을 보내고, 중동 사람들은 시원한 실내에서 쇼핑을 하는 것으로 휴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은 여전히 한국식이라 맛집을 찾아다니고,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맥주도 한 잔 곁들이면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간만에 휴식을 즐겼습니다.

그런데 하필 마지막 날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국경을 넘어 돌아오는 길에 차량 차단기가 오작동하며 정차 중이던 제 차를 후드려 패어 굴곡진 상처를 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여차하면 자비로 수리하면 그만이지만 미래의 모든 것이 신의 뜻이므로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이 곳의 문화에서는 대단한 인내심과 시간의 소요를 각오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길거리에 다니는 차들의 많은 수는 여기저기 찌그러져 있거나 심지어 범퍼나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범퍼가 스치기만 해도 부품을 갈고 렌트카를 빌리고 병원에 입원하고 무기한의 물리치료를 받으며 한약까지 지어먹어야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또 다른 의미의 익스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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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월의 핫 이슈인 "플랫폼" 코인들의 대거 메인넷 론칭과 관련하여 오래 전 게임기의 플랫폼 전쟁 얘기를 좀 드려보려고 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주로 북미가 주도하는 PC 게임과 일본이 주도하는 콘솔 게임 모두를 즐겨왔었습니다. PC는 사실 게임기로 쓰기에는 당시만 해도 무척 고가의 물건이긴 했습니다만, 그에 비해 게임기는 비교적 부담없이 장만할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중산층이었던 저희 집에는 무려 14인치 "컬러" 텔레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게임기와 연결하면 휘황찬란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매 순간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닌텐도의 패미콤이라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독점적 게임 플랫폼이었습니다. 게임기라는 플랫폼을 닌텐도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보급해 놓으면 그 위에서 돌아가는 게임들을 팔아 만든 수익을 닌텐도와 게임 제작사가 나눠 가지는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내었습니다.

이후 패미콤은 슈퍼 패미콤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당시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닌텐도는 강력한 서드파티를 동원하여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하며 이후에도 사실상 독점적 게임 플랫폼이 되었고 쏟아지는 돈을 쓸어 모으게 됩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닌텐도의 신화는 3D로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무너지게 됩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의 신작 새턴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경쟁하는 와중에 닌텐도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갑질을 지속하다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폭망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MS가 돈 냄새를 맡고 XBOX를 내놓으며 시장에 참전함으로써 그 구도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플레이스테이션 이후의 일은 잘 모르지만, 그 이전에는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성공 조건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게임기의 성능은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바로 킬러앱이라 불리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MUST HAVE 아이템으로 추앙되는 전설적인 게임들이 어떤 플랫폼에서 출시되느냐가 판을 좌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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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그외 잡것들(알트)로 분류되던 크립토 세계가 이제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30년전 그 때가 기억나는 플랫폼 경쟁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크립토는 마치 1990년대의 IT 버블과 같이 그저 막연한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돈이 몰리고, 그 돈을 손쉽게 끌어모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다양한 스타트업을 시도해보는 형태였지만, 이제는 실제로 쓰임새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므로 초반에 이의 바탕이 되는 플랫폼 경쟁이 치열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잘 아시는, 플랫폼의 1세대라고도 할 수 있는 이더리움(ETH)은 가장 널리 검증되었지만 전송속도 측면에서 여러 용도로 확장하여 쓰이기에는 많은 한계들을 보여 왔으며, 이에 따라 비탈릭 부테린은 올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샤딩과 플라즈마의 개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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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선택된 소수의 노드들이 교차 검증하는 방식이 올해 플랫폼 방식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메인넷 론칭 후 광폭 횡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오스(EOS)는 DPOS 방식으로 현재 약 1,000TPS(초당 처리속도)를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유사한 방식으로 트론(TRX) 역시 6월 말 메인넷 론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역시 6월 말 메인넷 론칭 예정인 온톨로지(ONT)는 최근 테스트넷 기준 5,000TPS 이상을 보여준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비체인토르(VET) 역시 10,000TPS를 목표로 6월말 메인넷 론칭을 위해 테스트넷을 시험 가동 중에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위와 같은 방식으로 스팀(STEEM)이 오래 전부터 스팀잇 커뮤니티를 운용해 오면서 모든 크립토 종목 중 가장 많은 트랜잭션을 처리해 왔다는 점입니다. 다만, 선구자로서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후발 주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내어주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임기 시장에서의 흥망성쇠를 볼 때, 결국 플랫폼 경쟁에서의 승리는 성능이나 마케팅으로 좌우되기 보다는 누가 먼저 킬러앱을 론칭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p.s. 최근 크립토 시장이 약세를 이어가면서 스팀잇에도 글이 많이 줄어든 것이 아쉽습니다. 작년 6월 이 맘때의 비트코인 시세는 $2,600 달러 였는데 그 때에도 거품이다 망한다 얘기가 많았습니다. 연말에 $20,000 달러 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때보다 비트코인의 채굴 해시량은 약 8배가 늘었고, 유동성이 말라버린 크립토 시장에서 무지막지한 숏 거래로 그들이 얻는 것은 가치가 낮아진 비트코인의 수량 증가이지 현금의 증가가 아닙니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비트코인을 싸그리 모으는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궁금해서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투자 조언이나 권고가 아니므로 본인의 판단하에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만 투자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p.s.2. 한국식당에서 우연히 들은 노래인데 귀에서 떠나지를 않습니다. 신용재와 비슷한 창법이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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