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Awakening)

모처럼 주말을 맞아 평소에는 얼씬도 안하는 헬스장에서 아침부터 무려 40분이나 운동을 하고 와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겸해서 볼링장에도 다녀 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간만에 운동을 몰아서 해서인지 졸음이 쏟아지는데 둘째인 딸아이가 같이 찰흙놀이(Play Doh)를 하자고 합니다.

기대로 가득찬 아이를 실망시킬 수는 없어서, 저는 아이에게 요리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난이도가 높은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찰흙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대신 저는, 찰흙으로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는 잠들어 있다가 음식이 완성되면 벌떡 일어나서 음식을 품평하는 주정뱅이 역할을 맡기로 했습니다.

주정뱅이는 입맛이 까다로워서 최고의 요리사가 오래오래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만 먹을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도전 의식에 불타올랐는지 한참을 정성들여 찰흙으로 피자 모양을 만들고 모양도 예쁘게 다듬었습니다. 그 동안 주정뱅이는 실컷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식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일어난 주정뱅이는 깜짝 놀랍니다. 7살 아이가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든 정교한 찰흙 피자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미션을 본인에게 믿고 맡겨 주었다는 것이 아이를 "각성"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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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어딘가에서 가져온 예시입니다.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피자였습니다.>

20세기 초반에 하버드 대학교 엘튼 메이어(Elton Mayor) 교수와 그의 동료 두 명이 유명한 실험을 하나 합니다. "호손 공장실험"으로도 잘 알려진 이 실험은 호손 공장의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인간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조명의 밝기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군의 조명을 이전보다 밝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역시나 생산성이 향상 되었습니다. 당시로써는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실험이 끝난 후 조명은 원래 밝기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조명이 다시 어두워지자 오히려 생산성은 더욱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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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당시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지만, 뒤이어 진행된 다른 실험들을 통하여 생산성을 향상 시키는 요소는 작업자의 심리적 상태에 의한 것임을 발견합니다.

즉, 작업장의 환경이 바뀌는 것을 작업자들이 인지하면서 그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혹은 감시 받고 있다는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며 "각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각성의 사례는 자신에게도 주변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입니다. 어떠한 작은 계기가 트리거가 되어 몰랐던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거나 잘 못하는 줄 알았던 일을 갑자기 잘하게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스팀잇을 통해 인연이 된 @winner87님의 실험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분은 IT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종에 종사하고 계신데, 취미로 트레이딩 지표를 연구하다가 갑자기 각성을 하신 사례이신 것 같습니다.

아래는 베타 테스트 중인 그 분의 "사지타리우스" 봇의 스냅샷입니다. (자료 제공 @tobekun님)

붉은 색이 매도 신호, 초록색이 매수 신호인데, 다수의 보조 지표를 이용하여 시장의 추세 변화를 꽤 잘 읽어내는 것 같습니다. 본인이 이 봇을 무료든 유료든 공개하실 생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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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또 다시 시금치의 날이기도 해서 오늘은 이 정도에서 줄이겠습니다.

주말을 맞아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p.s. 소드아트온라인을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키리토의 "각성" 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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