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우유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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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의 어느 날, 이력서에 어학연수 경험 한 줄이라도 적기 위해 별다른 준비 없이 대충 구해지는 최저가 항공편을 이용하여 미국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여차저차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또 마침 그의 집에 빈방이 있어 저렴한 가격에 세들어 살면서 그를 통해 전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의 어머니 댁에 방문하였는데 저는 한번도 맛본 적 없는 진귀한 음식 "당근 케이크"를 손수 해주셨습니다.

당시 동네 빵집에서 흔히 파는 기름에 튀긴 밀가루빵 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는 싼 입맛을 가졌던 터라 다양한 재료와 향, 식감까지 어우러진 그 케이크의 황홀한 느낌을 아직도 잊기 힘듭니다.

다만 당근 맛이 전혀 안나는 이렇게 달달한 케이크를 왜 굳이 "당근" 케이크라고 부르느냐고 물었더니 케이크 위에 당근 데코레이션이 보이지 않느냐며 오히려 제 질문의 의도를 의아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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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시 사진은 글의 내용과 상관이 없습니다.)

이후에도 저는 그 때의 기억과 맞닿는 여러 기회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애음해 왔던 모 회사의 바나나맛 우유에는 노란 색소와 시럽, 그리고 바나나 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나나는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노란 색소에 딸기향을 섞으면 딸기맛 바나나 우유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딸기도 바나나도 단 한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보라색 색소에 복분자 향을 넣으면 비싼 값에도 잘 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우 광고모델은 평소 진지, 근엄, 신뢰의 아이콘인 연예인 신동엽 씨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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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영지버섯이 들어 있다던 모 드링크 제품은 0.00000xx % 수준의 영지버섯 추출물이 들어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16 사토시 정도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카카오 버터가 맞지 않는다며 식물성 유지를 주재료로 만든 짝퉁 제품을 고급 초콜릿을 버젓이 팔고 있는 L모 대기업도 있습니다.

특정 회사나 제품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공통적으로 흔히들 생각하는 "본질"과 제품의 "성공" 사이에는 생각보다 대단히 약한 인과 관계가 있다는 현실을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 고급 과일인 바나나를 맛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실제 바나나 맛과는 다른 달콤한 바나나맛 우유를 사랑하게 되었던 시대적 역설, "바나나 우유 패러독스"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찾아지는 것 같습니다.

불과 몇일 전에는 "블록체인 위에 올려진 인스타그램"을 표방하는 미스릴(MITH)이 코인마켓캡에 등재된 것이 확인되어 호기심 차원에서 잠시 활용을 해보았습니다.

먼저 블록체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Lit"이라는 앱을 안드로이드 마켓 혹은 애플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설치해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베껴서 만들다 만듯한 조악한 앱이 설치됩니다. Social Mining이라는 개념에 따라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은 수에 비례하며 미스릴이라는 토큰을 준다고 합니다.

저는 아무 사진이나 막 찍어서 하루에 3장을 올려 봤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매일 수십명씩 와서 저를 팔로우하며 또 모든 업로드된 모든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갑니다. 그렇게 약 5일이 지나니 0.14 미스릴이 지급되었습니다. 현재 시장 가치를 기준하였을 때 하루에 사진 3개를 올리면 하루 평균 무려 0.1 센트 정도의 보상을 받는 셈입니다.

다만, 아직 지갑이 개발되지 않아 앱 이외에 미스릴 코인을 보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출금이나 전송을 하려면 Vault라는 별도의 시스템이 개발되어야 하는데 올해 4분기에나 개발을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즉 현재로써는 우리가 생각하는 블럭체인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일반 모바일 앱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블록체인 위에 올려진 인스타그램이라는 모토로, 소셜 마이닝이라는 컨셉으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만약 이 서비스가 성공을 거둔다면 그야말로 바나나 우유 패러독스를 능가하는 블럭체인 패러독스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최근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OKEX 거래소의 선물 시장 롤백이 있던 3월 30일 경 엄청난 규모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반등의 움직임을 무력화하여 연중 최저점을 갱신하였으나, 이후 그간 소극적으로 보였던 매수 움직임이 큰 규모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와 함께 변동성이 점차 줄어들어 추세의 전환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간 말라가는 것외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알트코인들도 선별적으로 상승하는 종목들이 나오고, 신규 거래소들도 한국 시장을 정식 오픈하는 등 제반 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시장 변화와 주요 뉴스를 매일 10분 이내로 전해주는 Modern Investor 채널에서 그저께는 장장 40분에 걸쳐 시장의 조작(Manipulation)에 대한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선물 및 마진 거래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이해관계가 일치한 몇몇 관계자들이 홍콩계 거래소들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숏 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하였다는 의심 및 정황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상기하며 유독 어려움이 많았단 3월의 꽃샘 추위를 이제는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p.s. 오랜만에 듣고 싶은 김경호의 애절한 곡 "와인"입니다. 감상 전용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노래방에서 따라 부르다가는 영원히 본인의 목소리와 이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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