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Stay]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우리는 오랜 날 당신을 기다립니다

빗줄기가 우리의 온몸을 흔드는 밤이면
우리는 그 빗발이 다할 때까지
당신을 생각하며 비를 맞습니다

소소리바람이 몇 달을 두고
우리의 가지를 꺾으려 할 때
우리는 그 바람 속에서
바람이 다하는 날 새로이 오실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바람 앞에 온몸을 세워놓습니다

때로 우리의 살을 깎는 것들이 끝없이 달려오고
때로 우리가 한없이 버림받으며 있어도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우리는 오랜 날 당신으로 이겨냅니다

어둡고 지리한 구름이 끝없이 머리를 덮고
뜨거운 화살들 껍질마다 꽂히고
새벽이 가장 가까와오는 시간마다
몸서리치며 빼앗겨야 하는 내 몸 속의
얼마 남지 않은 따스함마저 잃었을 때도
우리는 다 비우고 난 뒤의 넉넉함으로
다시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우리는 오랜 날 당신을 기다립니다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by. 도종환]

나는 기다림이 익숙한 사람이다. 아니 사람이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한달에 한번을 봐도 몇개월에 한번을 만나도
그 기다림이 주는 설렘을 좋아했다.
기다리는 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여유롭게 사색하며 또한 두근거림을 사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왜 그런지...
한달에 10만원씩 꾸준히 적금을 모아 500만원을 만들고, 그 돈을 다시 은행에 넣어 이자를 기다렸다.
그것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 좋았다.
그런데 갈수록 기다리는 것이 어렵다. 암호화폐를 알고 이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다보니
기다리는 건 지치는 일이 되버렸다.
은행에 돈을 넣고 기다리는 건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든 현금을 모아 하루빨리 암호화폐에
투자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생각이 세 번의 고배를 마시고 고쳐지고 있다.
블러디 크리스마스, 그 이후 또 한번, 그리고 오늘... 총 세번의 대 폭락은 최고의 교훈을 주었다.
기다린다면 다시 오른다.
하지만 다시 올랐을 때, 무작정 갖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당한 선에서 이익을 내고 현금으로 만들자.

다시 한번 여유롭게 기다림의 미학을 탐닉해야겠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에 두렵지만, 존버는 미학이라는 진리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겠다.

눈이 하늘을 가득 채웠다.
그 눈을 보기 위해 기다린 1년을 생각하며
2019년 1월은 어떤 상황이 되어있을 지 기다리며
모두가 기다림이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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