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조선일보> 한현우 부장의 칼럼 <간장 두 종지>가 논란이 됐다. 중국집에 갔는데 간장 종지를 두 개만 줘 "간장 두 개 더 주세요" 했더니 종업원이 "간장은 2인당 하나입니다"라는 소릴 들어, 다시는 가지 않겠다는 시답잖은 이야기였다.
<조선일보>가 <간장 두 종지>와 유사한 칼럼을 또다시 내놓았다. 이번에는 김홍수 경제부장이다.
'내로남불, 우리 가족 해외여행은 문제없고, 너희들은 흥청망청'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은 <[경제포커스]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이라는 칼럼에서 최근에 가족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김홍수 부장은 스페인 여행 중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김 부장은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 흥청망청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김 부장은 칼럼 내내 해외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파했다.
<조선일보> 경제부장은 가족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가도 되고, 다른 사람들은 가면 안 되나?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특히 김 부장의 칼럼은 조선일보 기자들이 가진 '선민의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댓글에서도 "넌 가족들이랑 같이 가는 건 괜찮고? 배낭 메고 다닌 것도 아니고 값싼 유스호스텔에서 묵은 것도 아닐 테고...너가 하는 건 괜찮고 남이 하는 건 꼴보기 싫은 거냐?"라는 비난이 있었다.
'조선일보 경제부장의 미디어 꼰대질'
"스페인의 경우 잘난 조상 덕에 세계적 관광자원이 많아 연간 82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편하게 먹고산다. 반면 우리 선배 세대는 물려받은 자산 하나 없이 맨손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 이런 선배 세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여가'와 '일' 간의 밸런스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경제포커스]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 2018년 1월 31일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
김 부장의 '한강의 기적'과 '선배 세대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이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칼럼인지 회사 부장의 꼰대질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우리 때는 휴가가 어딨어? 밤낮없이 일했는데, 요새 젊은것들은 툭하면 휴가받아 놀러 갈 궁리만 한다"고 했던 회사 부장의 술주정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개인의 해외여행을 '선배 세대의 누를 끼친다'고 연결짓는 논리는 박정희 시절의 '수출 일꾼' 과 같은 사고방식과 닮았다. 기업과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은 2018년도 사회와는 맞지 않는 칼럼이다.
'청년은 질책하면서 다주택자는 옹호하는 경제부장'
김홍수 부장은 작년 8월 <[경제포커스] 다주택자, 退路를 열어주자>라는 칼럼에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주거권을 다주택자들이 보장해주고 있다"라며 양도세를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의 칼럼을 읽으면 다주택자들이 무상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열심히 일해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주거비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다.
다주택자에게는 퇴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던 김 부장은 "청년 세대가 인생의 가치를 일이 아니라 여가(餘暇)에서 찾는다면 미래가 암울하다."라며 놀러만 다니면 미래가 없다는 전형적인 꼰대 마인드를 보여준다.
‘워라밸’의 확산이 기업, 근로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려면 ‘일 문화’ 선진화와 생산성 향상이 절실하다. 근무시간을 헐겁게 보내고 고(高)비용 야근으로 벌충하는 일 문화는 개선하지 않은 채, ‘근로 시간’만 단축해선 스페인 같은 관광 선진국의 봉 노릇만 하게 될 것 같다. ([경제포커스]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 2018년 1월 31일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
“문재인 정부는 프랑스의 시행착오 경로를 답습하고 있다. 대기업, 고소득층만 겨냥해 세금을 올리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어렵게 정착시킨 공기업 성과주의 임금을 폐지하고, 저(低)성과자 해고 가능성을 열어준 취업규칙도 폐기했다.” ([경제포커스] ‘올해를 빛낸 나라’ 한국? 프랑스? 2017년 12월 26일.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은 작년 12월 <경제포커스] ‘올해를 빛낸 나라’ 한국? 프랑스? >칼럼에서 독소조항이 가득해 ‘노동개악’이라 불렀던 박근혜 정권의 노동정책을 폐지했던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김 부장은 “프랑스 노조는 한국 노조처럼 과격하고 비타협적이기로 악명 높다.”며 자유한국당 홍준표식 ‘강성 노조’ 타령을 한다. 파리 특파원 시절, 프랑스에서 도대체 뭘 하고 지냈는지 의심이 든다.
김 부장은 <[경제포커스]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 칼럼에서 대기업을 옹호하며 노동자를 나태한 ‘월급 도둑’으로 몰아간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억지로 ‘해외여행’을 갖다 붙이니 ‘악문'(惡文)이 돼버렸다.
최소한 경제부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칼럼을 쓴다면, 회사 직장 상사의 꼰대질 같은 글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