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 칼럼] 스팀잇에 심어진 이기적 유전자 - 스팀잇의 구조는 절대 선하지 않다.

이 글은 약 9개월 전 스팀잇에 작성했던 글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 때 당시엔 유효했던 내용들이지만, 요즘의 스팀잇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9개월이라는 시간은 스팀잇의 강산이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 같이 뒤숭숭한 분위기엔 더...

당시엔 스팀잇을 하던 모든 사람들의 행복회로가 과부화되던 시기이고 모든 사람이 스팀잇의 선한 가치를 외치고 있을 때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선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에 반발심이 들어, 당시 상황을 약간 비꼬자 하는 의미로 이런 글을 써봤다. 헌데, 지금 분위기는 이미 모두 솔직한 속내를 드러낸 상황이기에 이런 이야기가 구태의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 뒤 9개월이 지난 현재,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이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직접 쓴 것이지만 윤리 철학자이며 채식주의자인 피터 싱어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책을 참고하고 발췌한 내용들이 있다. 재미있는 책이니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하다.


1. 담론의 전제조건.

오늘은 인간의 이기성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철학과 사회학에 대한 개론적인 지식밖에 없으므로, 그냥 어떤 놈이 개똥 철학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먼저 어떤 담론을 제시하려면, 다른 사람들도 그 담론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criterion)를 제시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건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은가?

예를 들면, “A라는 글은 똥 글이고, B라는 글은 좋은 글이다!”라는 주장을 했을 때, 근거나 전제가 있어야 좀 더 대화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아마도 이 명제에는 “내가 보기에는”이라는 숨은 전제가 내포되어있을 것이다. 이러한 숨은 전제를 좀 더 객관화시키고 겉으로 드러내어 명제를 기술하기 전에 언급한다면 좀 더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명제라는 것이 참, 거짓을 기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전제가 없을 경우 절대적인 진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니 말이다

2. 이기적이다?

항상 그렇듯 서론이 길어졌다. 앞서 말했듯이 난 이러한 분야에 대해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만의 주관적이 “전제”들을 깔아놓고, 그것이 참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다. 먼저, “이기적”이라는 형용사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자.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또는 그런 것” -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탐욕스럽고 남의 것을 빼앗아가며 자기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이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고자 한다.

한자어를 그대로 풀어보자.

이로울 “이(利)” 자기 “기(己)”자를 사용하고 있다.
풀어보면 자기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 이기적인 것이다.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 왜 나쁜 걸까? 나를 해롭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을까?
나는 '이기적'이라는 말이 나쁘게 쓰이는 것은, 현실 세상에 자원은 한정되어있는데 그것을 모두가 만족 할 만큼 분배할 수 없으므로, 나를 이롭게 하려면 남의 것을 빼앗아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기적'이란 단어에는 '남의 것을 탐낸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협소한 의미로 해석했을 때고, 좀 더 폭 넓은 의미로 해석해본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한 다른 이야기를 들어보시겠는지?

3.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경제학의 게임이론에서도 등장하고, 심리학, 도덕철학에서도 관심을 갖는 개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두 명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가 있다. 담당 검사는 이들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

“당신들을 따로 심문할 건데, 둘 모두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3년의 형량만 구형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자백했는데 다른 사람은 부인한다면, 자백한 사람에겐 보상으로 석방을 시켜줄 것이나 부인한 사람은 무기징역을 구형할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이해하기 쉽게 표를 한 번 보자.

결국 죄수 들의 반응에 대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사실 두 징역의 합을 봤을 때, 둘 모두가 부인하는 3개월/3개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다. 합치면 6개월밖에 안되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1. 상대방이 “석방”이라는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배신할 가능성.
2. 상대방이 나를 믿고 부인했으나 내가 자백을 했을 때 내가 “석방”이라는 이득을 취할 가능성.

이러한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둘 모두 자백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그럼 결국 3년/3년, 합이 6년으로 수감생활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 두 명의 공범을 한 집단이라고 봤을 때, 집단의 이득이 손실되는 것이다.

충분히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은가? 이 실험만 보면 인간이 이기적이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른 틀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4. 다중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이렇게 한 사건에 의해 결과가 결정 지어지는 일이 많지 않다. 사건은 반복된다.

즉, 죄수의 딜레마 또한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굳이 죄수일 것도 없이 바로 스팀잇 이야기를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빔바가 여느 때처럼 포스팅을 작성해 스팀잇에 올린다.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준다. 댓글을 달았으니 보팅도 해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리스팀도 한다. 포스팅에 달러가 쌓여간다.

빔바는 이렇게 생각한다.

“오 이 사람들, 그냥 글을 올리니 보팅도 해주고 댓글도 달아주고 심지어 리스팀까지 해주네!? 내가 굳이 먼저 찾아갈 필요도 없겠구만! 보팅파워도 아끼고 댓글달 시간도 아까우니 그 시간에 글만 계속 써서 올려버리자!”

어떤가? 빔바의 생각이 과연 타당할까?(9개월 전 하루에 댓글을 100개씩 달 때 이런 패기 넘치는 예시를 썼는데, 요즘은 이 예시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상황이라 조금 찔린다 ^^;)

이 상황을 범죄의 딜레마에 대입시켜보면, 결과가 그렇게 극적이진 않지만, 어찌됐건 범죄자A인 빔바는 자백(보팅 받고 가만히 있기)을 해서 석방(스팀달러, 보팅파워-시간 아끼기)라는 이득을 얻고, 범죄자B(다른 스티미언들)는 무기징역(댓글 달 시간낭비, 보팅파워 낭비, 블로그가 리스팀으로 더러워지는 낭비)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댓글/보팅/리스팀을 해준 스티미언들은 그냥 자기밖에 모르는 빔바 때문에 보팅을 돌려받지 못하고 시간만 날린 셈이 되는 것이다.

자, 이러한 상황은 스팀잇에서 한 번만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에 포스팅 하나라면 일주일에 7번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일주일에 1번 글을 올린다고 해도 한 달에 4번이나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

인간은 학습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자기 자신이 뒤통수를 맞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다음의 일은 자명하다. 멍청한 빔바는 자기 글만 주구장창 올리다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게 된다. 심지어 다운보팅을 받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멍청하면서 이기적인 사람의 말로인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비단 스팀잇 뿐만 아니라, 인간의 역사 동안 끊임없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를 하나의 용어로 정리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라는 전략이 된다.

누군가가 베푼 선행에 대해 다시 선행으로 돌려주는 사람들은 다시금 또 선행을 받게 되지만, 한번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 선행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다시 그 대상에게 선행을 베풀 진 않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진화적으로, 혹은 사회문화적으로 집단을 위하고 선행을 하게끔 설계되어있다.

물론 여기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집단이나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 혹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타인을 헤치고 부당한 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러나 통계적 정상분포를 따져봤을 때는 적어도 남을 도우려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5. 스팀잇의 아름다운 구조

처음 이야기로 되돌아가보자.

인간의 이기심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자원의 제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 스팀잇은 어떤가? 자원이 무한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채굴량이 한정되어있고, 그것을 스팀파워로 나눠 할당받긴 하지만 적어도 내 것을 내줘서 남을 이롭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저 보팅과 댓글, 더 힘들이면 리스팀을 하는 정성 정도일까?

스팀잇은 죄수의 딜레마에 있어서도, “내가 이득을 얻으려면 남을 도와야 한다”라는 단순한 명제를 너무나 손쉽게 체득하게 해주는 구조를 지닌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 댓글을 남기고 보팅하고 팔로우를 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런 모든 것들을 다시 돌려받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구조를 깨닫지 못하고 자신만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은 결국 도태되기 마련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나는 항상 “사익을 꾀하는 동시에 공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스팀잇은 이러한 이상적인 모형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없고, 악하게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취하던 사람들도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재화가 거의 무한에 가깝다.

스팀잇이 선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인 것 같다.

스팀잇의 구조는 선하고, 스팀잇을 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이다. 그 두 개가 맞물려 결국 결과물은 극강의 선한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이는 악한 사람과 선한 사람을 모두 스팀잇이라는 체로 걸로 선한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몇몇 스티미언들의 야기를 들어보면, 스팀잇을 시작하고 나서 현실에서도 감사하는 말을 많이 하고 남들을 칭찬하게 됐다고 이야기할 정도니 말이다.

요즘 스팀잇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이런 아름다운 구조를 믿고, 그것이 수많은 인간들을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진화적인 이기심을 수용해낼 수 있는 바다 같이 거대한 그릇이 바로 스팀잇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아름다울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 아름다움이 영원할 것이라고 상상하며 오늘도 스팀잇을 한다. “비행기를 하늘에 띄운 것은 과학 기술이 아닌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농담 반 진담 반이다 ^^;


예전의 글을 정리하며 다시 읽어보니 뭔가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이때는 정말 모든 것이 잘 되어갈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느낌이다. 특히, 내가 당시 느끼던 '스팀잇의 아름다운 구조'는 많이 퇴색되었고, 이제는 암호화폐 SNS라는 슬로건에 도전하는 많은 경쟁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까지도 난 스팀잇의 구조를 믿는다. 단지 아직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겪는 성장통이라고 믿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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