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티튜드

#1


가장 아끼는 군대 후임이 있는데 명절때면 과일이며 뭐며 우리집으로 보내온다.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런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매해 잊지 않고 나를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생각이 든다. 그 친구가 결혼을 한다기에 3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가서 50만원이 넘는 돈을 축의금으로 전달했다. 마음같아서는 500만원도 주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50만원 정도가 상한선이었다. 아기가 태어났다길래 질 좋고 예쁜 아기옷을 잔뜩 사서 보내줬다. 애티튜드가 좋은 상대는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고 싶다. 인지상정이다.

#2


몇년전에 내가 직장인으로 살아갈 때, 우리팀에 프리랜서로 들어온 친구가 하나 있다. 한 6개월 같이 일하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연락이 끊긴지 한참 되었는데 뜬금없이 연락이 왔다. 자신이 어떤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그 기업에서 레퍼런스 체크가 들어올테니 이야기 좀 잘 해달라는 부탁이 담긴 연락이었다. 꼭 가고 싶은 회사라고 했다. 나는 정규직으로 합격하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덕담을 해주었다. 솔직히 가슴한켠에서는 살짝 기분이 언짢았고 그 친구의 업무 스킬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걸렸지만 젊은 사람하나 구해주자는 생각으로 레퍼런스 체크를 아주 좋게 해주었다. 그 부탁을 한 이후부터 그 친구는 몇년째 연락이 없다. 고맙다는 연락이라도 한통 해야하는게 정상아닌가? 그 친구는 나와 인스타그램 친구였는데,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그 회사에는 합격한 듯 하고 매일 회사에서 사주는 산해진미 사진이 올라왔다. 얼마전에는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먼저 인스타그램 친구를 끊어버리더라. 내가 꼰대인가? 이 친구가 애티튜드가 빵점인가?

#3


왜 그리 고달프게 사는지 모르겠지만 나보다 한참 어린친구가 가는 회사마다 망하고, 월급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회사만 전전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당시에도 그 회사에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고, 밀려가는 카드값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딱히 어디에 갈 수 있는 곳도 없다고 했다. 내가 아는 회사에서 마침 사람을 한명 구한다고 해서 그 친구를 소개해주었다. 내 이름으로 보증을 서고 그 친구를 그 회사에 입사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월급 밀리는 일은 없는 회사였다. 그 친구도 여태 고맙다는 문자 한통없다. 내가 꼰대일까? 그 친구가 애티튜드가 빵점일까?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