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이야기 -정보, 저장, 생산으로서의 인쇄, 언어와 문자, 문자성, 글쓰기와 글읽기 : 다섯번째 글

다음과 같은 맛보기 글을 보고 나서...

①<중국에서 유럽 전래. 종이, 화약, 나침반. 금속활자는 빼야>
②<한자, 표의문자는 옛 인쇄술 발전에는 불리. 독특한 에크리튀르>
③<먹, 벼루, 붓과는 달리 종이는 기원 후에 발명되었다. 음...>
④<양피지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수출 금지땜에 탄생했다>
⑤<진시황은 분서갱유 당시 종이책을 불태우지 않았다>

  1. 정보의 대량 생산

가) 인쇄기술의 발전과 배경 (직전에 게시글)

나) 종이와 인쇄술

중국에서 유럽 전래. 4대 선진 기술은 종이, 화약, 나침반, 그리고 인쇄술이다.
그런데 명확하게 하자.

금속활자 인쇄술은 아니다.
그럼 뭔가? 목판(조판)인쇄술이다.
조판은 조판(彫版, 雕版)이지 조판(組版)이 아니다.
14세기에 유럽에 건너가 50년 정도 임시 방편적으로 버틴 기술이다.
왜 그런가에 대한 논의는 전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알파벳 표음문자와 뜻글자인 한자어의 차이때문이다.

종이 기술은 어떻게 중국을 빠져 나갔나?
기원후 8세기경 당(唐)(618~906)과 이슬람의 격돌.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을 놓고 싸우는 탈라스 전투(Battle of Talas, 751)에서 탈라스강 유역에서의 고구려 유민 고선지 당 장군의 패배는 종이 기술의 서역 전래의 결정적 계기.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중국과 이슬람 제국의 역사적 전쟁.
이후 실크로드 교역로를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이슬람 세력권에 넘어간다.

이슬람 제국이란 이슬람교를 연, 아리비아 반도를 통일한 무하메트의 사후 그 후계자, 칼리프들이 확대 계승한 제국이다.
초기 영토는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하여 동로마를 쭈그러뜨리고 사산조페르시아를 멸하였으며 아프리카 북부까지도 지배하기도 했던 제국이다.

그것만이라면 다행이다.
그들은 이후 유럽의 남부지역과 특히 에스파니아 땅까지 끊임없이 침입하고 출몰하는 골치덩어리가 된다.
그러니 지중해가 안전한 바다가 되었겠는가?
유럽 남부 지역의 마을의 모습이 바다위에서 멀리 떨어지고 높은 요새같이 변할 수밖에.
이탈리아 오래된 마을에 관광을 가면 미로같은 길을 가진 마을이 많다.
십자군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레판토 해전(1571)은 중동까지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
이 유럽 연합군에 패배하여 중동에서 유럽으로 힘의 축이 넘어가는 역사적 전쟁.
*탈라스 전투와 비교하여 참고.

참고로 당시 무하메트가 일어나기전 아라비아반도와 그 주변 땅에서는
동로마 제국과 페르시아가,
그리고 유대교와 기독교간의 쟁투와 암투와 살인과 살육이 자행되어 왔다.

이슬람교가 탄생하기 전에 이미 거기에는 뿌리가 같은 유대교와 기독교가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싸운게 아니라 빈번한 테러와 살육이 자행되었다.
오늘날의 IS테러는 역사적 장면으로 보면 데자뷔일 수밖에.

어쩌면 이 무의미한 싸움을 보면서 무하메트는 기존의 두 종교 위에 자기의 성경 사상을 새로 구축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러니 스스로 코란을 만들지 않았겠는가.

돌아와서.
당시 이슬람 압바스 왕조(750~1258년)가 생포한 중국인 포로.
그냥 지나갈 왕조가 아니다.
당시 이슬람 문명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제국이다.
동서의 강대국들을 전부 이겨본 베테랑 국가이다.
동로마 제국이 가장 힘들어 했던 제국이다.
그리스로마 문화, 역사, 철학을 고스란히 보전하여 이를 유럽에 전해준 국가이다.
책과 번역책으로...이들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는 없었다.

다시.
제지기술자. 이름은 모른다.
757년 사마르칸트에 제지공장이 처음 세워졌다.
사마르칸트는 이미 8세기 초반에 이슬람에 의하여 정복당했다.
그전에는? 동로마 제국이나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었겠지.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였다. 현재는 우즈베키스탄의 영토.

소설가이자 교수인 김탁환의 <혜초>는 중앙아시아 어느 죽음의 사막에서에서 혜초(慧超 또는 惠超, 704~787년)와 고선지(高仙芝, ~755년) 장군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혜초가 누군가로부터 전해받은 책은 양피지(羊皮紙)로 된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얘기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또 고선지의 모습은 전쟁 영웅 고선지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혜초도 그렇다.
그래서 두 주인공의 모습은 어쩌면 어제 들려준 노래 제목처럼
Soldier of Fortune..........

  • 그런데 고선지 장군은 패배책임으로 벼슬에서 물러나는데
    755년 안록산의 반란때 다시 복귀하나 환관의 모함으로 진중에서 처형된다.
    아마 40세 전후. 그러나 그는 ‘동서문명교류사’에 큰 자취를 남긴 것이다.
    구당서, 신당서, 자치통감 등에 그의 기록이 남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랴.

그런데 제지기술의 유럽 전파는 구체적 궤적은 찾기 어렵다.
아마도 십자군 전쟁(11세기말∼13세기말)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르네상스와 종교혁명의 토대가 무르익는 계기.
각 도시별 제지 출현 시기는 대략 정리되어 있지만...
1150년에 에스파냐의 하티바도 제지소가 건설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 종이기술이 처음에는 목판, 그리고 금속활자 인쇄술과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혁명의 시작은 책으로부터.
모든 르네상스는 책으로부터.
모든 인문은 책으로부터.

..to be continued

목차

  1. 정보의 저장고
    가) DNA
    나) 대뇌피질
    다) 문자, 책, 도서관
  2. 뭘 더 알아볼 것인가? (이번 글)
  3. 정보의 저장 방법 - 소리 전달 이후의 글쓰기
    가) 어디에다 글을 썼을까?
    나) 책(冊, book)이란 낱말은 어디서?
    다) 책의 형태는?
  4. 정보의 대량 생산
    가) 인쇄 기술의 발전과 배경
    나) 종이와 인쇄술 (이번글)
  5. 인쇄가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 대량생산과 보급
  6. 무엇을 쓰고, 인쇄하나 - 언어와 문자의 구분
  7. 정리된 ‘언어’와 ‘문자’의 구분 기준과 ‘언어’의 외연
  8. 문자성과 문자의 우월성이란 실체인가 허상인가?
  9. 글쓰기와 글읽기가) 흥미있는 서두 열기
    나) 먼저 글쓰기
    a) 서론
    b) 고대 그리스 글쓰기 시작 - 문자의 도입
    c)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물구나무 쓰기’부터
    d)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소몰이 쓰기법
    e) 로마자(라틴 문자)의 시작
    f)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소문자 등의 등장
    g)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오늘날의 글쓰기 시작
    h) 한자문화권의 우종서와 좌횡서
    다) 이어서 글읽기
    a)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개념
    b)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관점
    c) 성독과 묵독에 관한 맛보기 글
    d) 글읽기의 대상 – 문자의 종류
    e) 글읽기 – 성독
    f) 한자문화권의 글읽기
    g) 여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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