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이야기 -정보, 저장, 생산으로서의 인쇄, 언어와 문자, 문자성, 글쓰기와 글읽기 : 열한 번째 글

먼저 맛보기 글은 다음과 같이...

①<모음과 자음 구분기준은 자유, 입속의 자유. 걸리적거림 없는>(16.10.3)
②<고대 그리스는 페니키아 알파벳 쓰기법은 왜 따르지 않았을까?>(16.10.3)
③<초기 고대 그리스 문장, 짝수 줄의 알파벳은 물구나무를 섰다>(16.9.27)
④<12C까지 유럽은 묵독(默讀)하면 이상하게 쳐다봤다. 우리는?>(16.9.27)
⑤<알파벳문자만이 문명문자라고 한 자 둘. 루소와 맥루한. 이런..>
⑥<한글은 문자. 찌아찌아어는 언어. 같이 가보려 했는데>
⑦<글로는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 전하지 못한다>
⑧<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은 왜? 면죄부 대량 판매로 돈벌려고>
⑨<중국에서 유럽 전래. 종이, 화약, 나침반. 금속활자는 빼야>
⑩<한자, 표의문자는 옛 인쇄술 발전에는 불리. 독특한 에크리튀르>
⑪<먹, 벼루, 붓과는 달리 종이는 기원 후에 발명되었다. 음...>
⑫<양피지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수출 금지땜에 탄생했다>
⑬<진시황은 분서갱유 당시 종이책을 불태우지 않았다>

1.∼8.

  1. 글쓰기와 글읽기

가) 흥미있는 서두 열기 (직전 글)

나) 먼저, 글쓰기 (이번 글)

a) 서론

<글쓰기>에 대하여 먼저 다룬다.

그래서 이전에 페이스북에 이렇게 올렸다.
<모음과 자음 구분기준은 자유, 입속의 자유. 걸리적거림 없는>(16.10.3)
<고대 그리스는 페니키아 알파벳 쓰기법은 왜 따르지 않았을까?>(16.10.3)
<초기 고대 그리스 문장, 짝수 줄의 알파벳은 물구나무를 섰다>(2016.9.27)
<12C까지 유럽은 묵독(默讀)하면 이상하게 쳐다봤다. 우리는?>(2016.9.27)

첫째는 글쓰기와 관련 있으나 본질적으로 언어(말)에 관한 얘기이다.
둘째와 셋째는 글쓰기, 마지막 네 번째는 글읽기.

글쓰기법의 주요 주제는

-자음과 모음.
-우횡서와 좌횡서, 우종서와 좌종서, 그리고 불규칙하거나 특이한 쓰기법.
-대문자와 소문자.

이러한 세가지를 가지고 버무려 보려한다.

b) 고대 그리스 글쓰기 시작 - 문자의 도입

① 야만인이었던 고대 그리스인이 중동의 페니키아(아시아 아닌가)를 통해 페니키아 알파벳을 들여왔는데 그 기원은 거의 대부분 셈어족(the Semitic languages)이다.

이는 이집트 상형문자(象形文字, hieroglyphics, pictograph, pictogram), 그리고 수메르의 쐐기문자(설형문자, 楔形文字, cuneiform character, cuneiform/wedge-shape(d) letters)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쓰기법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리스문자, 키릴문자, 라틴문자 등은 전부 출발점이 여기다.
페니키아 문자로부터 연유한다는 말이다.

② 페니키아 문자까지는 모자음(母子音), 대소문자(大小文字) 구분이 없었으며, 우횡서(右橫書)였다.

페니키아 문자는 ‘완전한 자음 중심의 문자’라고 본다. 전문학자들이.
22개의 자음과 반모음을 표기하는 표기하는 기호로 구성되었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다. 우횡서. 이걸 말한다.

그런데 왜 우횡서법이었는지 그 배경은 불명확하다.
관련 문헌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짐작컨대 문자 초기는 지금의 손글씨나 펜글씨가 아니라 날카로운 나무조각이나(점토의 경우), 칼 같은 것이나(딱딱한 글판의 경우) 전부 새겼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른쪽에서 쓴다고 하여 불편할 게 별로 없었을거라고 본다.
아니면 오른쪽에 대한 우월의 주술적 관념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확인하지 않았다.
가설로 남겨두고 갈 길을 가려한다.

그러니 고대에는 자모문자라고 하면 정확하지 않다.

⒜ 이번 기회에 자음과 모음을 구분해보자.

자음(子音, Consonant)=닿소리
성문(聲門, glottis)을 벗어나 조음된 소리가 목, 입, 혀 따위의 발음 기관에 의하여 방해를 받으면서 나는 소리이다.

모음(母音, Vowel)=홀소리
성문(聲門, glottis) 위의 어떤 특정 지점에서 공기 압력이 형성될 때, 열린 성도를 통해 특별한 장애를 받지않고 발음되는 소리이다.
홀로서도 소리를 낼 수 있으니 '홀소리'라고.
하나의 음절을 이루는데 반드시 모음을 필요로 하므로, 모음은 한 음절을 발음하고 기록하는데 있어서 뿌리와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어버이의 의미에서 모음.

자음과 모음. 유일한 구별 기준. 자유. 입속의 자유!

⒝ 우횡서를 살펴보자.

-유이 한대위 이(人詩)인시-
.다이문때 기넣 겨새 를(詩)시 로결숨 에혼영
럼처어셈*

<황야설수야설(黃也說竪也說)의 작은 인문(人文) 카페(51)>(16.9.11)에 이렇게 올렸다.
윗 글은 바로 셈어처럼 우횡서로 써 본 것이다.
불편하지 않은가?

-시인(詩人)이 위대한 이유-
영혼에 숨결로 시(詩)를 새겨 넣기 때문이다.*셈어처럼

③ 그런데 페니키아 문자를 받아들인 고대 그리스 알파벳은 모음과 소문자가 있었다.

셈어족계의 페니키아 문자 도입시기는 바로 기원전 11, 10세기경.
(이 시기에는 이설이 많다. 더 빠르기도 더 늦기도)

이건 중요하다. 왜냐하면,
로마자의 소문자 도입은 기원후 800년 카롤링거 왕국때 이뤄졌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마자는 그리스 알파벳을 도입했는데, 초기에 소문자 도입을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이건 잘못된 지적이다.
로마자도 소문자가 기원 전후에 발견된다.
기원후 5세기경에 언셜체(Uncial, 후술한다) 기반으로 제법 사용되었고, 기원후 800년에 그것의 본격적 사용 시대가 열렸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그리스와 로마 외의 유럽은 13세기까지 거의 대문자로만 글을 썼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대소문자 관련 문법은 18세기나 되어야 정비된다.

일단 개략적인 것은 미리 알려드리고.

그런데 그리스가 페니키아에 없던 모음 글자를 그럼 새로 만들었는가?
아니다.
새로 만들지 않았다.
페니키아 문자 중에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몇 개의 글자를 그리스어의 모음 표기 글자로 전용하였다.
거의 완전한 음소문자의 탄생.
다시말하면 거의 완전한 자모문자의 탄생이라는 것. 와우!!

‘알파벳’은
알파, 베타 순서대로 부른 이름일 뿐이기도 하지만
알파와 베타가 모음, 자음이기도 하기에 붙은 이름일 뿐.

문자로서의 우리말, ‘한글’ 이름이 멋있지 않은가?

그런데 역사란 돌고 도는 것.
그리스의 모음 체계는 역사의 진행에 따라 서서히 셈어족으로 전파된다.
그리스가 알파벳을 빌린 것에 대한 빚 갚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초기에는 모음을 자음 옆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자음의 위나 아래에 두는 쓰기법을 꽤 오랫동안 유지하였고, 지금도 그렇게 인쇄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아래 서술할 쓰기법과 함께) 왜 셈어계와 그리스어계 알파벳이 서로 다르게 가게되는가에 대한 답을 필요로 하는 의문점이다.

c)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물구나무 쓰기’부터

먼저 얘기하는 셈이지만 일종의 역부스트로피든(reverse boustrophedon)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페니키아의 알파벳(이것도 그들 고유의 문자가 아니다)을 받아들였을 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이 ‘물구나무 쓰기’이다.

전문 학자는 이를 ‘뱀문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이 페니키아인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문자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 곳곳에 있던 교역소를 두고 돌아다닌 페니키아 상인들이 전해준 것이다.

따라서 페니키아 알파벳 쓰기법처럼 우횡서로 글쓰기를 시작하면 짝수줄은 물구나무를 섰다고 한다. 즉, 우횡서 글쓰기 첫줄이 좌측 끝에 다다르면 어떻게 쓰야하는가가 그리스인들에게는 큰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물구나무 서서 즉 뒤집어진 상태에서 보면 우횡서로 글이 쓰여지는 것이었다.
사람이 180도로 돌아가든, 판을 180도 돌리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아무 의문도 들 일도 아니잖는가.

좌횡서부터 시작된 흔적은 없는가?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이다.

왜 이렇게 썼을까?

다음을 생각해보자.

⒜ 먼저, 아무리 말을 표기하는 문자라 하더라도 당시는 말의 시대였다.

적어도 중세 12세기까지는 글보다는 말이 중심이 되는 역사가 이어졌다.
그러니 글(문자)는 말(언어)를 표기하는 도구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글은 말처럼 이어져야 했다. 멈추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무슨 쉼표, 마침표 등의 기호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고 봐야한다. 로마자도 거의 기원후 800년까지도 그랬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리스 자체의 말(언어)의 전승적 관습의 측면에서 본 생각이다.

⒝ 그리고, 신성문자인 이집트 문자와 같이 신이 준 성물이라는 종교적 관념이 그래도 전래되었다면, 우횡서로 출발했다면 바로 끝에서 좌횡서로 (글자를 뒤집지 않은 상태에서) 돌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것은 페니키아 문자의 모체인 셈어계 전승적 관습의 측면에서 본 생각이다.

암튼 이 경우에도 우횡서, 좌횡서에 대한 규칙은 없었다.
우횡서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좌횡서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좌횡서가 대세적으로 퍼지는 시기는 훨씬 뒤의 일이다.

다음은 부스트로피든(reverse boustrophedon)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d)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소몰이 쓰기법

그리고 나서는
소몰이 쓰기법(부스트로피돈, boustrophedon)으로 바뀐다.
글자 아래 위를 바꾸지는 않았다. 즉,
물구나무를 세우지는 않았다.
이를 우경법(牛耕法), 좌우교대서법, 좌우교호서법이라고 한다.
turning like oxen in ploughing.
우횡서, 좌횡서를 교대로 하였다는 말이다.
a kind of bi-directional text,
그래도 페니키아의 쓰기법(이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처럼 초기에는 우횡서로 시작했다.
소를 모니 그 다음줄은 좌횡서로 된다.
(지금의 시각으로는 좌횡서가 대분인데, 당시 좌우회서를 교대로 사용하였다는 것은 ⒜ 좌우 어느 쪽에서 시작해도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인데...매우 놀라운 일이다. 언어습관이 매우 달랐다. ⒝ 비록 쓰기라 하더라도 이는 전술한 것처럼 여전히 언어(말) 중심의 사회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플라톤이 <대화>를 대화체로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잊지 말아야 할 것.
우경서법으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뱀문자 쓰기법이 사라지느냐?
아니다 상당 기간 섞여 쓰인다.
부스트로피돈(boustrophedon)의 문장에도 물구나무 선 글자들이 섞여 있는 경우도 발견된다는 것.
문화는 혁명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

좌횡서로 시작하는 글쓰기법은 기원전 5, 4세기에 나타났다고 적고 있다.
헬레니즘 시기가 이를 가속화,,,,
가장 큰 영향은 결국에는 몸의 습관이다.
오른손잡이가 많으면 좌횡서로 갈 수 밖에.
특히 이는 펜이나 이와 유사한 필기도구의 등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는 또한 소문자의 대중화와도 연결된다.

....to be continued

목차

  1. 정보의 저장고
    가) DNA
    나) 대뇌피질
    다) 문자, 책, 도서관
  2. 뭘 더 알아볼 것인가? (이번 글)
  3. 정보의 저장 방법 - 소리 전달 이후의 글쓰기
    가) 어디에다 글을 썼을까?
    나) 책(冊, book)이란 낱말은 어디서?
    다) 책의 형태는?
  4. 정보의 대량 생산
    가) 인쇄 기술의 발전과 배경
    나) 종이와 인쇄술
  5. 인쇄가 역사적 의미를 가지려면 - 대량생산과 보급
  6. 무엇을 쓰고, 인쇄하나 - 언어와 문자의 구분
  7. 정리된 ‘언어’와 ‘문자’의 구분 기준과 ‘언어’의 외연
  8. 문자성과 문자의 우월성이란 실체인가 허상인가?
  9. 글쓰기와 글읽기
    가) 흥미있는 서두 열기 (직전 글)
    나) 먼저 글쓰기
    a) 서론 (이번 글)
    b) 고대 그리스 글쓰기 시작 - 문자의 도입 (이번 글)
    c)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물구나무 쓰기’부터 (이번 글)
    d)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글쓰기 - 소몰이 쓰기법 (이번 글)
    e) 로마자(라틴 문자)의 시작
    f)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소문자 등의 등장
    g) 로마자(라틴 문자)의 변화 - 오늘날의 글쓰기 시작
    h) 한자문화권의 우종서와 좌횡서
    다) 이어서 글읽기
    a)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개념
    b) 글읽기와 관련된 몇 가지 관점
    c) 성독과 묵독에 관한 맛보기 글
    d) 글읽기의 대상 – 문자의 종류
    e) 글읽기 – 성독
    f) 한자문화권의 글읽기
    g) 여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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